[현장] 인문학 수업하는 '농어촌 목회학교' 가보니 "공부 재미에 푹.. 개근상 없나요?"

진안=글·사진 최기영 기자 2017. 11. 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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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진안군 상전면 월포리 배넘실마을.

정겹게 인사를 나눈 이들이 향한 곳은 마을 어귀에 자리 잡은 배넘실교회(이춘식 목사). 예배당 안에는 노란 바탕에 초록색 글씨로 '농어촌 목회학교'가 적힌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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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진안 배넘실교회서 작년 3월 개교.. 격월로 열려
농어촌 목회학교 올해 마지막 강의에 참석한 목회자 부부들이 지난 2일 전북 진안 배넘실교회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의를 듣고 있는 참석자들 모습.

전북 진안군 상전면 월포리 배넘실마을. 지난 2일 오전 찾은 마을 입구엔 수령 56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마을로 들어서는 승합차량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김 목사님, 먼 길 오셨슈∼ 올해는 고추가 그렇게 실하다면서유∼” “워메. 말도 말랑게요∼ 허리가 분질러질 거 같어도 고것들 보고 있으면 흐뭇혀요. 허허허.”

흙먼지를 뒤집어쓴 트랙터 옆으로 주차된 승합차량에선 전국 각지에서 온 농어촌교회 목회자 부부들이 내리며 인사를 주고받았다. 지난해 3월부터 두 달에 한 번, 첫째 주 목요일마다 배넘실마을 입구에서 벌어지는 풍경이다. 정겹게 인사를 나눈 이들이 향한 곳은 마을 어귀에 자리 잡은 배넘실교회(이춘식 목사). 예배당 안에는 노란 바탕에 초록색 글씨로 ‘농어촌 목회학교’가 적힌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농어촌 목회학교’는 한국농어촌선교단체협의회(한국농선회·회장 소구영 목사)가 정성들여 준비한 프로젝트다. 설립 20주년을 맞아 목회자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고 사명감을 고취하기 위해 3년에 걸쳐 준비했다. 개교 이래 지금까지 강영호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김은기 대전과학기술대 총장, 조통달 세종전통예술진흥원 이사장 등 30여명의 분야별 전문가들이 강단에 섰다.

올해 마지막 강의였던 이날 특별한 강사가 등장했다. ‘고스톱 짝 맞춰주는 목사’ ‘목사사용설명서’로 잘 알려진 김선주(충북 영동 물한계곡교회) 목사였다. 김 목사는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달려가면 그곳이 곧 교회”라며 “교회가 마을의 일상에 녹아들어갈 때 마을의 교회화가 이뤄진다”고 전했다. 현장 목회자로 섬기고 있는 70여명의 ‘목사 부부’ 학생들로선 새겨들을 만한 메시지였다.

김 목사는 이어 참석자들과 함께 “하나님을 닮은 삶을 삽시다. 내 삶이 전도지입니다”라고 외치며 소명의식을 북돋웠다. 이어 류재우(국민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경제학의 기본 개념과 농산물 시장을 접목한 강의를 선보였다.

그동안 농어촌 목회학교에서 진행된 강의 목록엔 ‘법과 교회’ ‘동북아와 한반도 안보’ ‘성서 판소리’ ‘창조과학과 생명과학’ ‘건강한 교회와 시대정신’ ‘자살, 그리고 교회와 목회자의 역할’ 등 정치·국제관계·사회·문화가 총망라돼 있었다.

김기중 한국농선회 사무총장은 “소명의식을 갖고 시작하더라도 어느 순간 자존감이 뚝 떨어지는 게 농어촌 목회”라며 “시대 흐름을 바르게 분석하고 목회에 적용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건 농어촌교회 목회자로서 필수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첫 강의 때부터 빠짐없이 참석했다는 조휘태(경북 영천 보현교회) 목사는 “강의를 들을 때마다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농어촌 목회자들과 다양한 현장경험을 공유할 수 있었다”면서 “개근상 받으러 왔는데 시상식이 없어 아쉽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학교장 엄용식(경남 함양 옥동교회) 목사는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목회학교를 찾아 준 강사들이 숨은 공신”이라며 “내년 3월 개강 땐 더 좋은 커리큘럼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개교 때부터 예배당을 강의실로 내 준 이춘식 목사는 기자에게 나지막이 소망을 전했다.

“배넘실마을 목회만 28년쨉니다. 이 마을 이름엔 ‘어떠한 풍파가 일어나도 모든 역경을 넘어가는 구원받은 마을’이란 뜻을 품고 있죠. 교회 위기가 어디 농어촌 목회뿐이겠습니까. 그래도 소명을 갖고 시대를 이끌고자 하는 목회자들이 있다면 넘실넘실 파도를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진안=글·사진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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