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일본 전대물 스타 '마스크맨' 인터뷰 전대물 은퇴 이후 필리핀인 아내와 라면집 옐로 마스크·후뢰시맨 등과 여전히 친해 "친절한 한국인들에게 고마워"
‘1980년대(代)생’이라면 어린 시절 TV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전대물(戦隊物·일본 특수촬영물)을 시청하며 가슴 졸이고, 즐거웠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새로운 에피소드가 나올 때면 비디오대여점이 북새통을 이룰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전대물 시리즈는 수도 없이 많았다. 후뢰시맨, 바이오맨, 마스크맨, 울트라맨, 스필반….
‘빛의 전사 마스크맨’의 첫 TV방영은 1987년 2월. 올해로 꼭 30년이 된다. 중앙일보는 마스크맨의 주연 배우였던 이나바 가즈노리(稲葉和則·59)를 최근 전화 인터뷰했다. 마스크맨은 지구를 침략하려는 지하 제국에 맞서기 위해 초인적 힘 ‘오라’를 발휘해 맞서는 전사들의 이야기다.
이나바는 레드 마스크 역(극명 타케루, 한국명 강영준)을 맡았다. 현재 도쿄 한 라면집 사장인 그와의 인터뷰는 옛 후뢰시맨 배우이자, 동갑내기 친구인 다루미 도타(59‧본지 2017년 9월 15일자)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최근의 근황은. “약 4년 전부터 도쿄 네리마(練馬)구 가미샤쿠지이에서 라면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요. 전대물 배우를 하기 전부터 라면을 즐겨 만들어 먹었었죠. 10년 전쯤 전대물 배우를 관둔 뒤에는 아예 식당에 취업해 라면 요리를 배웠어요. 그 뒤로 ‘미소 이치’라는 라면 프랜차이즈점(味噌一 上石神井店)을 아내와 함께 운영하고 있답니다. 미소라면(750엔)이 인기 메뉴이지요.(웃음)”
-마스크맨 출연이 벌써 30년째다. 가장 기억 남는 건. “첫 출연이 아닐까 싶어요. 저는 마스크맨 출연 전 전대물 ‘후뢰시맨’에 조연으로 얼굴을 비춘 적이 있지요. 그것이 인연이 되어 토에이(전대물 제작사)의 다음 시리즈인 마스크맨 주연으로 발탁됐습니다. 30년 전이지만 동료 배우들, 변신 복장 등은 제겐 잊지 못할 기억이에요. 마스크맨 출연 덕분에 이후 또 다른 전대물이었던 ‘울트라맨 가이아’에도 출연하게 되었지요.”
-마스크맨 배우들과는 자주 왕래하나. “비슷한 나이대인 블랙 마스크(가리타 고조)와 친합니다. 또 옐로 마스크 역을 맡았던 나가타 유키는 우리 가게를 자주 찾지요. 참. 후뢰시맨의 다루미 도타도 단골 고객이에요.(웃음) 또 오는 10일엔 마스크맨 방영 30주년 행사도 도쿄에서 조촐하게 열 생각입니다.”
-전대물에서 은퇴한 이유는. “울트라맨 가이아를 끝으로 전대물 출연을 관두게 됐어요. 사실 배우로선 한참 주가가 올랐는데 소속사에서 내 출연료를 대폭 올리는 바람에 수많은 출연 계약이 불발됐지요. 출연 기회가 없어져버린 나로선 배우 활동이 어렵게 됐답니다.”
마스크맨 출연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이나바. 그는 어느새 두 아들(12살, 4살)의 아버지가 됐다. 그동안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결혼·출산 등 가족사(史)와 일상에 대해 물어봤다.
-아내는 어떻게 만났나. “내 아내인 조지아는 필리핀인이에요. 14년 전에 마스크맨 팬이었던 그녀가 나를 보겠다며 무작정 일본에 왔지요. 우연한 만남으로 25살 연하였던 그녀와 결혼하게 되었어요.”
-자녀가 아빠가 레드마스크였단 사실을 알고 있나. “물론 알고 있죠. 아이들은 아빠가 레드마스크였단 점에 자랑스러워해요. 아빠의 배우 활동 덕분인지 둘째 아들은 공룡전대 쥬렌자(레드)의 팬이 되었지요.”
-일본서 한국 팬을 본 적이 있나. “내가 마스크맨이란 사실을 안 뒤 라면집을 찾아주는 한국인들이 종종 있어요. 매우 친절한 분들로 기억합니다. 한편으론 한국 사람들이 나를 잊어주지 않는다는 점에 많은 행복을 느끼지요.”
-한국을 방문할 계획은. “15년 전쯤에 휴가차 서울에 간 적이 있어요. 한강 주변의 명소에 간 기억이 납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한국에 다시 가보지 않을까 싶어요.”
-남기고 싶은 말은. “우선,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나를 기억해줘서 감사합니다.(※이나바는 ‘감사합니다’를 한국어로 말했다.) 일본에 온다면 우리 가게에도 들러주세요. 미소라면을 맛보길 추천합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