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모자'와 스테이크..아베, 트럼프의 취향을 저격했다
점심 식사는 클럽하우스서 미국산 소고기 햄버거
"일식보다 고기"트럼프 취향에 스테이크 만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뷰티풀 데이" 아베 신조 총리=(하늘을 보면서) "베스트 웨더"
NHK에 따르면 세 사람이 동시에 파(PAR)를 잡으면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라운딩을 마친 뒤 “골프장에서는 대화도 잘 된다. 골프장에선 서로 편안하게 속 깊은 이야기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려운 화제도 가끔은 섞어가면서 느긋하게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의 만찬도 트럼프의 취향을 반영한 메뉴로 진행됐다. 트럼프·멜라니아와 아베·아키에 두 부부만 참석한 만찬은 도쿄 긴자에 있는 고급 스테이크 철판구이 음식점 '우카이테이'에서 이뤄졌다. 트럼프가 “일본 음식은 싫다. 고기가 좋다”고 의사를 밝혀옴에 따라 특별히 스테이크 메뉴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본 정부 측은 트럼프의 입맛을 고려해 “케챱도 준비했다”(외무성 관계자)고 밝혔다. 두 부부가 만찬을 한 이 식당은 가장 저렴한 점심 메뉴가 7020엔(약 7만1000원), 저녁 1만9천엔~2만9천엔(20만~30만원) 이 넘는 고급 음식점이다. 음식평론 전문매체인 미슐랭가이드에서 수년째 별3개를 받은 곳으로 최근 한국인,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이다.
이날 NHK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탄 에어포스원이 요코타 미군기지에 도착할 때부터 일거수일투족을 생중계하는 등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40분쯤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나란히 비행기에서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기지내 격납고에서 미군들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연설을 한 뒤 곧바로 전용헬기인 ‘마린원’을 타고 사이타마현 가스미가세키 골프장으로 향했다.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두 정상의 긴밀한 관계는 미일 관계가 ‘밀월 시대’를 맞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두 정상은 대통령 취임후 정상회담 5차례, 공개된 전회 회담만 16차례 했다. 두 정상은 서로 ‘신조’, ‘도널드’라고 부르는 관계로까지 진전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시절엔 ‘미국의 푸들’이라고 불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만큼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였다. 2003년 당시 관방 부장관이었던 아베는 “미일 관계는 150년전 페리 흑선 도항이래 지금처럼 좋은 때가 없었다”고 자찬했다.
물론 일본 내에서도 미일관계가 지나치게 정상외교에 치중돼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고노 료헤이 전 외무장관은 “미일동맹이 일본 외교의 중요한 기축인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정상이 뭐라하든 간에 따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트럼프의 발언이 오락가락하는 것을 두고 “과연 트럼프가 주장하는 내용을 일미동맹의 근간으로 봐도 되는지 생각해볼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미네 요시키 평화외교연구소 대표는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깊은 대화가 통하는 사이라면, 제재와 압박 뒤 어떻게 할 것인 것 구체적인 방안을 이번 계기에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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