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장르가 최민식' 그 묵직한 존재감이 아쉽다
[오마이뉴스 글:고동완, 편집:오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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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회장 임태산(최민식 분)은 유명 가수 유나(이하늬 분)와 약혼을 한다. 전처 딸인 임미라(이수경 분)는 유나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유나가 살해 당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유력한 용의자로 딸, 미라가 지목된다. 딸의 범죄 유무를 가리고자 법정이 열리고 동성식 검사(박해준 분)와 최희정 변호사(박신혜 분)간에 공방이 시작된다.
2014년 개봉한 중국 영화 <침묵의 목격자>가 원작인 <침묵>은 욕망의 경계선을 거미줄처럼 쳐놨다. 태산이 가진 지위는 적선보다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고, 유나가 태산에게 보내는 사랑은 욕망과는 무관하다고 가늠하기 어렵다. 태산이 유나와의 약혼을 딸의 의사와 아랑곳없이 밀어붙인 것도 욕망의 관철을 위한 행위이며, 태산이 돈과 승진을 내걸고 검사를 꼬드기는 건 욕망으로 욕망을 사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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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욕망이 과거의 주류로 인식됐던 욕망에 비해 한참 퇴보했음은 물론일 것이다. 돈을 벌겠다는 욕망을 넘어서서, 돈으로 사람의 인격을 지배하려는 욕망, 사람이 죽었음에도 고인의 물건을 자신의 욕망을 위해 도구화하는 것, 욕망은 진화하지만 그 진화란 사람의 가슴을 깊숙이 찌를 칼날일 테다. <침묵>은 휘둘려지는 욕망을 이야기의 맥락 곳곳에 배치하여 욕망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경보를 울린다.
그러나 <침묵>은 욕망이 결국 파멸로 직행한다는 익숙한 서사를 밟지 않는다. 돈을 철저히 숭배하여 '부패'의 화신이 된 태산의 결말은 '인과응보식' 예상에 비껴간다. 돈과 소유라는 욕망이 생기는 지점과 과정은 영화들이 보여 왔던 서사가 누적되면서 머리에 그려질 정도로 익숙할 테지만, <침묵>은 다소 색다름이 입혀졌다. 영화를 보다가 욕망과 파멸이란 도식적인 전개를 미리 짜고 결론에 당도해버리면 허에 찔리는 기분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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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회장 뒤치다꺼리를 하는 정승길(조한철 분)이나, 유나를 추종하면서 따라다니는 곳곳마다 CCTV를 붙이는 김동명은 극의 전개를 위한 방편이자 정형화된 인물이라는 느낌이 물씬 든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침묵>은 최민식을 위한 영화라는 평이 벌써 나올 정도로, 무게추가 최민식에 쏠려 있으나 나머지 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협소한 데서 비롯되는 헛헛함은 최민식의 연기력과 강렬함 외에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던 2016년 영화 <특별시민>을 다시 연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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