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 '비즈니스 레스토랑' 가이드] (2) 파로그랜드 | 정통 일식·광둥요리를 북한산 보며 만끽

류지민 2017. 10. 30. 10: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파로그랜드는 난파선을 형상화한 독특한 인테리어와 창밖으로 보이는 환상적인 도심 전망을 자랑한다. 사진 맨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해삼 담양죽순’ ‘셰프 점심 특선 코스(중식)’ ‘바질 소고기 안심’.
식사를 겸한 비즈니스 모임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것 중 하나는 여러 사람들의 음식 취향을 모두 만족시키는 일이다. 한식, 일식, 중식, 양식…. 많고 많은 음식 종류 가운데 어떤 걸 골라야 할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이럴 때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면? 센터원빌딩 36층 스카이라운지에 위치한 워커힐 직영의 ‘파로그랜드’는 이런 고민을 덜어주는 레스토랑이다. 깔끔하고 세련된 정통 일식과 다채롭고 깊은 맛의 중식이라는 두 가지 콘셉트로 선택의 폭을 넓혔다.

센터원빌딩 로비에서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36층으로 올라가면 난파선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독특한 인테리어가 먼저 시선을 잡아끈다. 식당 곳곳에서 배의 기관실 모터며 도르래 같은 물건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일부 방의 벽면은 배 갑판에서 직접 뜯어온 것 같은 빈티지한 느낌의 널빤지로 장식돼 있다. 구멍이 송송 뚫린 탁자는 실제 배에서 쓰였던 나무로 만든 것이라는 설명. 그렇다고 허름한 분위기를 떠올리면 오산이다. 난파선의 느낌을 어쩌면 이렇게 고급스럽게 표현했을까 싶을 정도로 세련미가 돋보인다.

이게 다가 아니다. 사대문 안의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은 화룡점정이라 할 만하다. 스카이라운지 레스토랑답게 대부분의 테이블과 룸에서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식사가 가능하다. 특히 해가 진 후에는 도심의 화려한 불빛들 위를 유유히 항해하는 듯한 운치를 느낄 수 있다. ‘파로’라는 이름이 ‘물결 파(波)’에 ‘길 로(路)’ 자를 써 바닷길이라는 의미와 함께 스페인어로는 등대를 뜻한다는 설명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메뉴판을 펼치니 중식과 일식을 아우르는 다양한 메뉴가 눈에 띈다. 특이한 것은 두 장르의 요리를 함께 맛볼 수 있는 콤비네이션 코스가 있다는 점. 사시미 5종, 상어 지느러미 찜, 활바닷가재 로딩콩 소스, 어향 통전복, 싱저우 쇠고기 안심 등 중식과 일식의 고급 요리를 차례대로 먹는 색다른 경험을 해볼 수 있다. 고급 재료를 사용하는 만큼 전반적인 가격은 점심 코스가 6만~8만원, 저녁 코스가 10만~16만원으로 저렴하지는 않은 편. 하지만 초밥 정식이나 도시락 정식 같은 정식 메뉴와 짜장면, 짬뽕과 같은 단품도 있어 크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도 충분히 식사가 가능하다.

먼저 점심에 가장 인기라는 셰프 점심 특선 코스(중식). 특이하게도 ‘기능장 추천 Health&Diet 메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아니 중식과 건강이라니? 중식은 원래 거하게 한 끼 먹어보자는 마음으로 선택하는 음식 아니었던가! 3가지 코스에 후식까지 다 합쳐도 라면 한 그릇보다 낮은 410㎉라는 설명에 호기심은 점점 커진다. 김순태 파로그랜드 조리장은 “비즈니스 목적을 위해 식사 자리에는 오지만 다이어트나 건강상의 이유로 정작 식사는 거의 하지 않는 손님들이 꽤 있다. 어떻게 하면 그런 분들도 맛있게 드실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내놓은 메뉴인데 생각보다 반응이 굉장히 좋다”고 설명했다.

시작은 ‘수비드 닭가슴살 냉채’다. 2시간 반 동안 수비드로 조리한 닭가슴살은 퍽퍽함이 전혀 없이 환상적으로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한다. 여기에 양상추와 당근의 아삭한 식감이 더해져 씹는 재미를 준다. 이렇게만 있었다면 평범한 닭가슴살 샐러드와 다를 바 없었을 터. 핵심은 모든 재료를 어우러지게 만드는 유자 드레싱이다. 오렌지, 레몬, 사과, 유자 등 다양한 과일로 맛을 낸 상큼한 드레싱 소스가 입안에 특별함을 선사한다. 없던 식욕도 되살아나게 만들 정도로 미각을 자극한다.

▶센터원 36층 스카이라운지에서 내려다보는 도심 전망 환상적

재료 본연의 맛 극대화하는 자극적이지 않은 조리법 눈길

메인은 ‘구운 버섯과 렌틸콩을 곁들인 양갈비’. 올리브와 로즈메리를 사용해 양고기 특유의 누린내를 잡았고, 흑후추 소스가 양갈비의 묵직하고 고소한 맛을 한층 살려준다. 가니시로는 렌틸콩과 함께 새송이버섯, 피망, 아스파라거스를 돌돌 말아내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양갈비 한 대를 눈 깜짝할 사이에 뚝딱 해치웠다. 양고기는 지방질이 거의 없는 대표적인 고단백 저칼로리 육류. 맛과 건강을 둘 다 포기하지 않은 영리한 요리다 싶다.

이어지는 아이템은 ‘산라 실곤약면’.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이라면 닭가슴살만큼이나 친숙한 음식이 바로 곤약이 아닐까. 음식이 나오기 전 곤약의 밋밋한 맛이 떠올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하지만 웬걸, 새콤매콤한 산라소스에 비벼 먹으니 이게 내가 알던 곤약이 맞나 싶을 정도로 완전히 다른 맛을 낸다. 피시소스를 베이스로 식초의 신맛과 고추와 후추의 매운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것이 일품이다. 마지막으로 토마토 하나만을 통째로 갈아낸 토마토 주스로 입가심을 한다. 속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기분 좋은 포만감이 느껴진다.

디너 코스 중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다는 중식 코스 ‘열(passion)’은 ‘산라탕-해삼 담양죽순-깐풍기-바질 소고기 안심-식사-후식’으로 구성된 코스다. 따끈한 ‘산라탕’이 식사의 포문을 연다. 산라 실곤약면에서 시원하게 즐겼던 산라소스를 이번에는 뜨겁게 맛볼 수 있다. 날씨가 쌀쌀해지는 요즘, 이만한 스타터 메뉴가 또 있을까 싶다. 자극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맛의 산라탕 안에 두부, 새우, 게살, 버섯 등 건더기가 한가득 담겨 있다.

‘해삼 담양죽순’은 서해안에서 잡힌 최상급 국내산 해삼과 담양 죽순의 조화가 돋보이는 요리. 해삼의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과 죽순의 아삭함이 입안에서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우러진다. 설탕 대신 배, 사과 등 과일을 사용해 기분 좋은 단맛을 느낄 수 있는 것도 돋보인다. 이어지는 깐풍기는 파로그랜드의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 바삭한 튀김옷에 매콤달콤한 간장소스가 완벽하게 밀착돼 있어 씹을 때마다 풍미가 살아난다. 쫄깃한 닭고기와 숙주나물의 조화도 일품. 중식당이라면 어디에나 있는 요리지만, 평범한 깐풍기와는 전혀 다른 맛을 낸다.

흑후추를 첨가해 싱가포르 스타일로 부드럽게 조리한 한우 안심까지 먹고 나니 포만감이 몰려온다. 하지만 한 번 시작한 코스는 끝을 봐야 하는 법. 식사 메뉴로 파로그랜드가 자랑하는 흰짬뽕을 골랐다. 더 못 먹겠다 싶었던 생각은 국물 한 숟갈을 떠먹는 순간 순식간에 사라진다. 닭육수와 꽃게육수 두 가지를 사용해 만든 국물 맛이 그야말로 환상적인 깊은 맛을 낸다. 여기에 12가지의 해물이 아낌없이 들어가 있어 정말 제대로 만든 짬뽕을 먹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먹었는데도 생각만큼 속이 불편하진 않다. 이는 파로그랜드만의 특별한 조리법 덕분. 김순태 조리장은 “기존의 튀김 위주였던 중식에서 탈피해 재료 본연의 맛을 강조하면서도 데치거나 찌는 조리법을 위주로 한다. 중식이지만 음식을 먹고 나서도 느끼하거나 부대끼지 않고 속이 편하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파로그랜드의 색다른 변신

주말엔 가성비 甲 브런치를 즐겨볼까~

파로그랜드는 배로 치면 크루즈급의 대형 선박에 비유할 수 있다. 총 280평의 공간에 163석(홀 81석, 룸 82석)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룸만 11개를 보유하고 있어 독립된 공간에서 식사를 원하는 비즈니스 모임에 제격이다. 룸 크기도 6석부터 20석까지 갖추고 있어 다양한 모임이 가능하다.

평일이 비즈니스 모임 위주라면 주말엔 가족과 함께 찾아가볼 만하다. 토·일·공휴일 오전 11시~오후 2시 30분 사이에만 특별히 제공되는 ‘패밀리 브런치(5만원)’ 메뉴가 있기 때문이다. 힐링 차를 시작으로 홍삼 전복탕, 모듬 튀김, 흑후추소스 양갈비, 식사, 후식까지 풀코스를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다. 여기에 평일에는 운영되지 않는 무제한 샐러드바와 스시바에서 초밥을 마음껏 맛볼 수 있다. 무제한이라고 해서 결코 수준이 낮지 않아 중식과 일식을 한꺼번에 즐기고 싶다면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수 있겠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30호 (2017.10.25~10.31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