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이 풍경은 처음이지?

2017. 10. 25.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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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 따라 물들어가는 강원도 홍천의 가을
강원도 홍천군과 인제군의 경계를 이루는 백암산 서남쪽 기슭에 그림처럼 걸려 있는 가령폭포가 약 50m의 물줄기로 숨은 비경을 뽐내고 있다. 기암절벽 위에서 선명한 붉은 빛으로 폭포에 운치를 더해주는 단풍나무가 백미다.
'홍천강의 발원지' 미약골 암석폭포. 크지 않지만 '작은 산수화'를 보여준다.
미약골 암반 위를 흐르는 물과 단풍이 어우러진 모습이 그림 같다.

강원도 홍천은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한다. 그 광활한 땅을 꿰뚫고 흐르며 홍천의 젖줄 역할을 하는 것이 홍천강이다. 길이 143㎞. 그 속에 지역 주민들의 삶의 궤적이 고스란히 스며있다. 서석면 생곡리 미약골 상류에서 발원한 홍천강은 홍천과 춘천의 골짜기를 두루두루 적신 뒤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과 강원도 춘천시 남면 관천리 경계에서 북한강의 청평호로 흘러든다. 내촌천으로 흐르고, 장남천·야시대천·풍천천·덕치천을 합하고, 홍천읍을 지나 오안천·성동천·어룡천·중방천과 합류해 큰 물줄기를 이룬다. 팔봉산에 이르면 수심이 낮고 강변이 넓어 국민 관광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홍천강의 발원지, 미약골

미약골은 높은 산에 둘러싸여 깊은 계곡을 이룬다. 15년 간의 자연휴식년제가 2012년 6월 해제된 뒤 알음알음 알려졌지만, 정식 관광지나 산행코스로 개발되지 않아 편의시설도 별로 없는 한적하고 호젓한 계곡이다. 하지만 발을 들여놓으면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광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미약골은 옛날 미약동이라 불렸다. 1970년대 초반까지 약 30가구가 계곡 자투리 땅에 콩과 옥수수, 깻잎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계곡 주변 초소처럼 쌓인 돌무더기가 집터다. 1968년 울진·삼척무장공비 침투 사건 이후 화전민들은 대부분 인근 서석면 소재지로 이주했다.

들머리는 서석면에서 내면으로 이어지는 56번 국도 중턱. ‘미약골 테마공원’이라는 푯말이 안내한다. 테마공원은 청량한 물소리와 함께 하늘을 뒤덮은 단풍으로 인사를 건넨다. 이어 ‘홍천강 발원지’라는 거대한 표지석이 우뚝하다. 이곳에서 본격적인 미약골 탐방이 시작된다. 등산로는 자연스럽게 생긴 산길에 가깝다. 처음 한동안은 완만하지만 갈수록 제법 가파른 계단이 수시로 나타난다.

길은 물길과 함께한다. 암반 위를 흐르는 물 위로 단풍색이 곱게 내려앉았다. 단풍은 한 줌 햇빛에 반짝거림을 더한다. 눈부시게 아름답다. ‘암석폭포 330m, 미약골 휴게시설 1170m’. 첫 이정표다. 이곳부터 암석폭포까지는 10여 차례 계곡을 건너며 양편을 오간다. 나무나 철제 다리는 고사하고 든든한 징검다리조차 보기 힘들다. 등산객이 임시방편으로 던져 놓았을 작은 돌덩이가 모여 다리를 대신한다. 계곡을 조금만 오르면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는다.

암석폭포를 아래쪽에서 제대로 감상하려면 마지막에 계곡으로 걸어야 한다. 등산로만 따라가면 폭포 위를 통과하기 때문에 지나치기 십상이다. 안내판도 없다. 막상 폭포를 보면 실망할 수도 있다. 높이와 폭이 각각 4∼5m 정도에 불과해 웅장함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폭포가 풀어놓는 하얀 물줄기는 숲 속에 숨겨둔 보물 같다. 계곡에 퍼지는 물소리와 양편 바위 절벽에 걸쳐진 붉은 단풍이 작은 산수화를 펼쳐놓는다.

폭포 위쪽으로는 오래 전 화전민이 모여 살았다는 ‘마당대기’와 홍천강의 첫 물을 머금고 있는 ‘진펄’이 있다. 진펄은 한강발원지인 태백의 검룡소처럼 샘물이 콸콸 솟는 것도 아니고,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연못처럼 물이 고여 있는 것도 아니다. 발밑에 물컹거리는 곳이 ‘비밀의 수원’이다.

영혼이 열리는 오지의 명소, 가령폭포

내촌천은 홍천 동쪽의 고산준령에서 실핏줄처럼 흐르던 물길이 합류하는 홍천강 상류다. 내촌천으로 흘러드는 물길 중 하나가 인제군과 경계를 이루는 숨겨진 오지의 백암산(1099m)에서 시작한다. 백암산 서남쪽 기슭에 그려 넣은 듯 운치 있는 가령폭포가 걸려 있다.

행정구역은 홍천군 내촌면 와야리다. 일명 개령폭포라고도 한다. 약 50m의 낭떠러지로 내리꽂는 시원한 물줄기가 자태를 뽐낸다. ‘홍천 9경(景)’ 중 다섯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백암산이 잘 알려지지 않은 데다 교통도 불편해서 인근 주민들 외에는 찾는 이가 적어 한적한 만큼 물이 맑고 깨끗하다.

내촌면에서 인제의 상남면으로 이어지는 451번 지방도로에서 불과 1.5㎞만 들어가면 만날 수 있다. 차로 폭포 500m 앞까지 들어갈 수 있다. 거기서 붉은 단풍 터널이 드리운 부드러운 숲길을 따라 5분만 걸으면 폭포 아래 닿는다.

흐르는 물줄기가 굵지는 않지만 여러 갈래로 쏟아지며 용틀임하는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폭포 위 단풍나무가 백미다. 기암절벽 위에서 선명한 붉은 빛으로 폭포에 운치를 더해준다. 보는 이들의 마음마저 물들일 듯하다. 화룡점정이나 다름없다. 쉼없이 쏟아지는 물소리는 영혼이 열리는 소리처럼 들린다. 짧은 산행 거리와 아담한 계곡의 규모와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큰 감동이 다가온다.

이곳에서 4㎞ 정도 등산을 하면 백암산 정상에 닿는다. 홍천 백암산은 전남 장성 백암산(741m), 경북 울진 백암산(1004m), 충남 금산 백암산(650m) 등 동명이산(同名異山)에 뒤지지 않는다. 옛날 뱀이 많아 ‘뱀산’ 또는 ‘배암산’이라 불리다가 백암산이 됐다는 설도 전해진다.

작은 덩치 속 비경·스릴, 팔봉산

홍천강이 팔봉리에 이르면 강폭은 넓어지고 물길은 부드러워진다. 그 강변에 여덟 개의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봉우리가 병풍처럼 비경을 풀어놓는다. 최고봉 높이가 해발 327.4m에 불과하지만 한국의 100대 명산에 속하는 팔봉산이다.

높이만으로 만만하게 볼 수 있지만 여덟 번의 오르막과 여덟 번의 내리막이 쉽게 종주를 허락하지 않는다. 봉우리마다 두 손, 두 발을 써서 오르내리는 암릉이 있고 밧줄과 계단이 없으면 엄두를 내지 못하는 구간도 있다. 홍천의 ‘작은 악동’이다.

하지만 각 봉우리에서 보는 전경은 여느 높은 산에 견줘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암봉 위에 올라설 때마다 홍천강의 물길과 어우러진 경관이 힘들었던 발품을 보상해주고도 남는다.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산행 외에도 특별한 재미도 만난다. 통과하기가 산모가 해산하는 것만큼 어려워 ‘해산굴’이라 불리는 바위 구멍이다. 3봉에서 4봉으로 가는 길에 있는 ‘해산굴’은 요령을 알면 어렵지 않게 통과하지만 처음 온 이들은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해 난감해하기 일쑤다. 여러 번 통과하면 장수한다 해 ‘장수굴’로도 불린다. 1봉에서 8봉까지 종주는 약 4㎞, 3∼4시간가량 걸린다.

■여행메모
고추장 삼겹살 화로구이 대표 먹거리… 천연기념물 삼봉약수, 위장병에 특효

수도권에서 출발할 경우 고속도로와 국도를 이용해 갈 수 있다. 짧은 시간에 가려면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게 낫다. 동홍천나들목에서 빠져 44번 국도를 타고 인제 방면으로 가다 화양휴게소를 지나 철정검문소에서 우회전한 뒤 451번 지방도를 따른다. 고개 하나를 넘으면 내촌이고 곧이어 가령폭포 이정표가 보인다. 6번 국도를 타고 양평을 거쳐 홍천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

미약골은 동홍천나들목에서 나와 56번 국도를 타고 가다 율전초등학교 삼거리에서 우회전 하면 된다. 길옆에 차량 대여섯 대를 주차할 수 있다.

홍천을 대표하는 먹거리는 고추장 양념으로 버무린 삼겹살을 참나무 숯불로 구워내는 화로구이다. 중앙고속도로 홍천 나들목 인근에 화로구이 골목이 있다. 30년 전 외양간을 개조해 6개 테이블로 시작한 양지말화로구이(033-435-7533)가 원조격이다.

팔봉산유원지 부근에 매운탕, 한식 등을 내는 음식점들이 몰려 있다. 새콤달콤한 함흥냉면을 내는 속초회냉면(033-434-4679)은 주민들 사이에서 냉면 맛집으로 유명하다. 인근 원소리막국수(033-435-1373)도 빼놓을 수 없다.

내면에 위치한 삼봉자연휴양림의 삼봉약수(사진)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 3대 약수로 손꼽히며 2011년에는 천연기념물 제 530호로 지정됐다. 세 개의 구멍에서 솟아오르는데 구멍마다 맛이 다르다. 철분, 불소, 탄산이온, 망간 등이 들어있어 위장병, 피부병, 신장병, 신경 쇠약 등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졌다.

홍천=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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