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저조에 묻힐 수 없는 명작, 35년 전 질문을 되던지다
[오마이뉴스 이현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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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 흥행 성적은 저조하지만, 작품 자체의 만듦새가 허술한 건 아니었다. |
| ⓒ 소니픽쳐스코리아 |
"나는 네가 상상할 수 없는 것을 봤다. 오리온 전투에 참가했었고, 탄호이저 기지에서 빛으로 물든 바다도 봤어. 그 모든 기억이 곧 사라지겠지, 빗속의 눈물처럼, 이제 죽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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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5년만에 데커드 역으로 돌아온 해리슨 포드(오른쪽). |
| ⓒ 소니픽쳐스코리아 |
그러나 극 중에서 인간이 아닌 이들은 인간 이상으로 '진짜'를 열망하고 있다. 조이는 레플리컨트 K에게 '조'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이들은 특별한 존재로 규정되기를 갈망하며, 서로를 위해 희생하는 것 역시 주저하지 않는다. 과연 이들에게 영혼이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들의 사랑을 보고 '껍데기의 사랑'이라며 손가락질하기란 쉽지 않다. 이 작품을 지탱하는 아이러니이며 비극이다. 의문의 유골을 발견한 K가 상관의 명령을 어기고 자신의 뿌리를 추적하는 이유 역시, '진짜'에 대한 열망 때문이다. 그의 여정은 로이 베티의 그것을 닮았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인간의 명언(데카르트)을 그대로 빌려 썼던 전작의 한 레플리컨트가 떠오르기도 한다.
해리슨 포드가 데커드로 돌아왔다. 이 이야기에 정통성을 불어넣는다. (그가 건강해서 다행이다) 그리고 오리지널 팬들이라면 놓칠 수 없는 장면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질문과 그에 대한 반응(보이 캄프 테스트)으로 인간과 레플리컨트를 구별한다는 설정 역시 그대로 이어진다. 산성비와 안개로 가득한 디스토피아 로스앤젤레스의 모습도 전작의 향수를 자극한다.
많은 영화 애호가들이 블레이드 러너 하면 전광판 속 기모노를 입은 일본 여성을 떠올릴 것이다. 그야말로 '왜색'이 짙었다. 호사가들은 이러한 오리엔탈리즘적 요소들을 보고 경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1980년대 일본에 대한 공포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도 오리엔탈리즘적인 요소들은 고스란히 노출된다. 조이는 중국풍 옷을 입고 K 앞에 등장하며, 레플리컨트를 생산하는 기업가 니안더 월레스(자레드 레토)는 일본풍 복장을 한 채 모습을 드러낸다. 심지어 한국어 간판도 등장하고 있으니 더욱 흥미롭다.
드니 빌뇌브 특유의 관조적인 사유, 그리고 < 007 스카이폴 >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의 주역인 촬영 감독 로저 디킨스가 선사하는 영상미는 일품이다. 이들은 황무지의 삭막함마저 아름답게 그려냈다. 얼마 전 첫 내한 공연을 열었던 음악 감독 한스 짐머는 극의 불온한 분위기를 완성하는 데 기여한다. 동시에 전작의 음악 감독 반젤리스의 뒤를 열심히 쫓았다는 것도 느껴진다. 특히 새로 편곡된 'Tears In Rain'은 전작과는 또 다른 처연함을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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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니 빌뇌브와 로저 디킨스는 황무지의 삭막함마저 아름답게 그려낸다. |
| ⓒ 소니픽쳐스코리아 |
어쩌면 신화가 된 전작이 그랬듯이, 흥행 실패의 길마저 그대로 밟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블레이드 러너 2049>는 또 보고 싶은 작품이다. 흥행성만이 영화의 모든 가치를 담보하지 않는다. 완전히 새로운 문제의식을 내놓지 않았지만, 결코 동어 반복은 아니다. 전작의 엔딩을 보면서 느낀 저릿함을 이 작품의 엔딩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드니 빌뇌브는 리들리 스콧이 구상한 세계를 자신의 방법으로 확장했다. 이것은 모범적인 계승이며, 또 다른 성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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