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물고기 방석'은 팔지 않는다는 재봉가게

조기원 2017. 9. 1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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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원의 우리 마을 탐방기] 수원시 영통동 심플소잉 재봉가게

[오마이뉴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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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우편집중국 맞은편을 지나가는 길에 한 로드 숍 창문 넘어 귀여운 재봉기와 가지각색 원단들이 내 시선을 끌었다. 내가 사는 동네에 이런 아기자기한 재봉가게가 있다니! 길에서 만원을 주운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가는 발걸음을 돌려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작가님 두 분이 계셨고, 나는 인사와 양해를 구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심플소잉 영통점에 신영민 작가(좌)와 김미나 선생님(우)
ⓒ 조기원
 알록달록한 와 부자제와 작품
ⓒ 조기원
-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영통 심플소잉에을 운영하는 신영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저와 수업을 함께 진행하시는 김미나 선생님이에요."

- 가게가 이쁜데 직접 꾸미신 건가요?
"가게가 5년 정도 되었는데 가게 도면은 회사에서 기본적인 설계를 해주는데 나머지 인테리어는 점주들이 권한으로 하고 있어요."

- 가게는 어떻게 운영이 되나요?
"재봉수업 하고, 부자재도 판매하고 샘플 작업이나 작품 만들어서 팔기도 해요. 수업은 성인분들과 어린 학생들 따로 진행하고, 선생님과 같은 이삼십대 남자분들도 꽤 있어요. 남자분들은 대게 직장 퇴근하시고 저녁에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예전에는 재봉기술이 어르신들이 하는 일이란 생각이 강했는데, 재봉기도 소리가 거의 안 나고 디자인도 깔끔하게 나오고 아이들도 많이 배워요. 수업은 일주일에 70여 분이 들으시고 한 타임에 최대인원수는 7분이 정원이에요. 주 일회 오시는 분도 계시고 매일 오시는 분도 계세요."

 작품 제작에 열중인 신영민 작가
ⓒ 조기원


 만들어 모아둔 아기자기한 작품들
ⓒ 조기원


- 작품이 이것저것 많고, 종류도 다양하네요. 여기 있는 거 다 만드신 거에요?
"네. 천으로 사람 빼고 다 만들 수 있어요. 인형이나 자수, 옷이나 가방... 작품도 빨리 나오고 손바느질보다 정교하고 무엇보다 배우시는 분들이 성취감을 많이 느끼세요. 수업 때는 여기 있는 기계를 쓰는데, 하다 보면 집에서도 하고 싶고... 작품도 만들고 싶잖아요?! 많이 하신 분들은 재봉기도 따로 사셔서 집에서 작품을 만드세요. 재봉기도 따로 살 수 있어요."

- 작가님은 이걸 시작하게 된 계기가 따로 있나요?
"저도 아주 오래되진 않았는데, 이전에는 미술학원을 미술학원을 하다가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임신했어요. 손바느질하다가 우연히 테스트로 재봉기를 써보고, 너무 쉽고 빠르고 다루기도 쉬웠어요. 재봉이 여자의 로망이기도 하지만 처음에는 재봉기가 기계고, 제가 기계치라 어렵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는데 막상 써보니 잘 쓸 수 있겠더라고요. 그때 신랑이 바로 사줬죠. 그때 강사증까지 따고 샵을 오픈했어요.

이 자리가 예전에는 커피숍 자리였는데 가게 자체 외관이 예쁜 것 같아요. 이렇게 로드 숍에서 수업을 하는 곳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남편이 뒤에서 내조를 잘해주는 스타일인데 장소 정할 때 많이 도와줬어요. 지금도 아이들을 둘을 키우면서 신랑이 도와주니까 하지 신랑 없었으면 엄두도 못 냈을 거에요."

 수원 우편집중국 맞은편 아기자기한 재봉가게를 운영하는 신영민 작가
ⓒ 조기원


 심플소잉 영통점 신영민 작가(좌)와 김미나 선생님(우)
ⓒ 조기원


- 여기 있는 작품 중 애정이 가는 작품이나 대표작품이 있나요?
"대표작품을 하나 뽑기가 힘든 것 같아요. 중간에 계속 팔리기도 하니까요. 여기서 애정이 가는 작품을 하나 정하자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건 저 물고기 방석이에요. 저 물고기가 첫째 딸이 그린 그림이인데, 그림 위에 자수 미싱을 했어요. 무지개 물고기라는 책이 있어요. 동화책 중에 하나를 아기가 보고 그린 거에요. 그리고 딸이랑 같이 구상해서 만든 쿠션이라 더 애정이 가요. 돈으로 값을 매길 수 없죠. 그리고 방석이지만 장식으로 달린 진주가 엉덩이에 배겨서 방석으로는 쓸 수 없을 거예요."

- 이런 문화를 지역에 더 확산시키고 싶은 계획이 있으세요? 재봉으로 다른 활동도 하시나요?
"저희는 작가 모임들이 있어요. 수업하느라 바빠서 많이는 못 하지만, 1년에 두 번씩 재능기부를 해요. 작품을 만들어서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주곤 해요. 그리고 프리마켓에는 몇 번 나가봤어요."

나는 지역 이야기를 몇 가지 더 나누고 숍을 나섰다. 대화 도중에 알게 된 재밌는 사실은 김미나 선생님이 우리 집 앞집에 산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너무나 신기해 했다. 심지어는 집 앞에서 몇번 인사를 했는데, 그 사실을 인터뷰 도중에 알게 되었다. 세상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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