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미니소..불붙은 저가숍 전쟁 싼가격·탕진잼·집꾸미기 열풍에 매장 '북적'

노승욱 2017. 9. 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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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23일 수요일 저녁 7시 다이소 명동역점. 8층 건물 하나가 통째로 다이소 매장이다. 백화점처럼 각 층마다 상품 카테고리가 달라 고객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니며 쇼핑을 즐긴다. 둘 중 한 명꼴로 손에 든 장바구니에는 각종 상품으로 그득하다. 커플 고객들도 각자 한 개씩 장바구니를 꿰찼다. 계산대 앞의 줄은 돌고 돌아 10m 넘게 이어지지만 생각보다 빨리 줄어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는다. 한 쇼핑객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까지 올라간 뒤 계단으로 한 층씩 내려오며 쇼핑한다. 가격도 저렴하고 올 때마다 새로운 상품이 눈에 띄어 이것저것 담는데 그래도 2만~3만원어치밖에 안 돼 명동에 오면 꼭 들른다”며 흡족해했다.

불황이 장기화되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저가 라이프스타일숍(이하 ‘저가숍’)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다이소·노브랜드·모던하우스·버터 등 국내 업체는 물론, 미니소(중국)·리빙도쿄(일본)·플라잉타이거코펜하겐(덴마크) 등 해외 업체들도 잇따라 뛰어들며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8층 건물을 통째로 쓰는 다이소 명동역점 전경. 국내 최고층 저가숍 매장이다.
▶춘추전국시대 맞은 저가숍

▷2016년 2조→2019년 4조 ‘급성장’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생활용품 시장은 2008년 7조원에서 2015년 12조5000억원으로 7년 새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 중 저가 생활용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2조원에서 2019년에는 4조원대로 급성장할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저가숍의 성장동력은 크게 3가지다. 첫째는 단연 ‘가성비’다. 저가숍은 평균 제품 가격이 대부분 5000원을 넘지 않고 객단가도 1만원이 채 안 돼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소소하게 낭비하는 재미’란 뜻의 ‘탕진잼’이란 신어가 등장했을 정도다. 여기에 1인 가구 증가로 가구 수가 늘고 집 꾸미기(home furnishing) 열풍까지 겹치며 생활용품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저가숍의 대표주자는 다이소. 전국 매장 수는 지난 7월 말 기준 1190개로 웬만한 치킨집, 커피전문점 브랜드보다 많다. 지난해 매출은 1조5600억원. 같은 기간 카카오(1조4642억원)보다도 높다. 연평균 매출 성장률도 20%가 넘어 빠르면 올해 2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목표로 했던 2020년보다 3년 앞당길 판이다.

다이소는 ‘다 있소’와 비슷한 이름처럼 온갖 생활용품을 판다. 주방·미용·인테리어·문구 등 총 20여개 카테고리의 총 3만2000여가지 상품을 취급한다. 이들의 평균 가격은 1200원. 평균 객단가가 7000원이니, 고객당 평균 약 6개씩 상품을 사 가는 셈이다.

시장이 커지자 대기업들도 속속 뛰어들고 있다. 신세계의 노브랜드, 이랜드가 선보였다가 최근 사모펀드에 매각이 확정된 모던하우스, 버터가 대표적이다.

노브랜드는 현재 국내 40여개 매장이 있다. 물티슈, 감자칩, 버터쿠키 등을 타 브랜드 대비 최대 50% 이상 싸게 팔아 초반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단, 대기업이 운영하다 보니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인다. 때문에 로드숍 형태의 전문점보다는 이마트나 이마트24에 입점하는 형태로 출점할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특정 가격을 넘기지 않는다는 별도 제한은 없다. 단, 불필요한 광고비나 과다한 포장비, 복잡한 기능을 만드는 데 따른 부가 비용 등을 최소화하고 핵심 기능에만 집중한다는 게 주요 전략이다. 최근에는 핵심 기능을 강조한 전자레인지, 이어폰 등 가전 관련 상품도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 노브랜드 전문점은 전국의 다양한 상권에서 여러 형태의 점포로 테스트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모던하우스와 버터는 현재 각각 54개, 12개 매장을 운영한다. 모던하우스는 생활용품 전문 디자이너가 만든 8000여가지 가구와 소품을 판매한다. 주 고객층은 20~40대 여성으로, 혼자 사는 직장인 여성이나 신혼부부, 주부들이 주로 이용한다. 버터는 20~30대 소비자를 대상으로 팬시 상품 55%, 생활용품 45% 비율로 운영한다.

이랜드 관계자는 “최근 침구류가 잘 나간다. 마이크로화이바 경추 베개와 메모리폼 베개 매출이 지난해보다 120% 늘었다. 그 밖에 수납식탁과 와우델카 원목 테이블, 무선 전기주전자, 베이직 선풍기 등의 판매가 늘었다. 버터에선 브로콜리 인형 매출이 전년 대비 300% 성장했다. 여름이어서 핸디형 선풍기와 발 각질팩, 선인장 비치타월, 목 안마기도 잘 팔린다”고 전했다.

해외 업체들도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었다. 미니소, 플라잉타이거코펜하겐, 리빙도쿄 등이 대표적이다.

플라잉타이거코펜하겐의 ‘타이거(TIGER)’는 10크로네(약 1400원)를 뜻하는 덴마크 속어 ‘tier’에서 비롯됐다. 즉, 덴마크의 ‘천냥 백화점’인 셈이다. 실제 제품의 약 80%가 1000~5000원대다. 현재 9개 직영점을 운영 중이며, 육아를 담당하는 3040 여성이 주 타깃 고객층이다. 플라잉타이거코펜하겐 관계자는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과 가치가 콘셉트다. 실용성 외에도 기발함, 참신함 등을 담아 일상 속 소소한 재미를 선사하려 한다. 독특하고 재미있는 디자인의 오피스 제품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미니소는 15~25세 여성을 타깃으로 디지털, 뷰티, 인형, 문구팬시류 등에서 강점을 보인다. 올 들어 화장품과 뷰티 소품 매출은 전년 대비 8배, 최고 인기 인형인 ‘자이언트 베어’는 7배 이상 급증하며 젊은 여성층을 우군으로 확보했다는 평가다. 다양한 디자인의 블루투스 스피커도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높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미니소 관계자는 “현재 37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향후 수도권과 미입점된 지역 중심으로 매장을 확장할 계획이다. 다양한 규모의 매장을 연내 70개 오픈할 것”이라며 “사업 3년 차인 내년에 매출 3000억원, 영업이익 180억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리빙도쿄는 20~50대 1~2인 가구 여성과 학생을 주 고객층으로 설정하고 2만여종 50만개 이상 상품을 판매한다. 브랜드 이름처럼 국내 상품(전체의 30%)보다는 일본 상품(70%)을 주로 수입해서 판다. 생활용품(전체의 70%) 외에도 아이디어 상품(15%), 디자인 상품(15%)을 구비해 ‘보다 여유로운 생활’을 제안한다. 자매 브랜드인 ‘리빙코리아(이마트 에브리데이 입점)’와 함께 36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2022년까지 500개 출점을 목표로 내걸었다. 가격대는 1000원부터 3만원 이하다. 리빙도쿄 관계자는 “일본에서 검증된 상품과 국산 상품을 조합해 국내 시장의 니즈를 충실히 담은 상품들로 구비했다. 최근 전자레인지 용기와 밀폐용기류 판매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국내 저가숍 시장이 커지자 해외 브랜드도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중국 미니소(위)와 덴마크 플라잉타이거코펜하겐(아래) 매장 모습.
▶향후 전망은

▷“저가숍 넘어 ‘초저가 슈퍼’ 뜬다”

저가숍 브랜드마다 콘셉트는 조금씩 다르지만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PB상품이 주를 이룬다는 것. 저가숍은 그저 싸게 납품할 수 있는 협력사를 찾아 제품을 공급받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협력사와 함께 가성비를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소재와 제조법을 연구한다. 일례로 미니소는 제품 디자인부터 제조, 판매 전 과정을 수직계열화해 중간 유통 과정에서의 가격 거품을 없앴다. 다이소도 협력사에 생산만 위탁하는 OEM 방식과, 개선안을 선(先) 제안하고 협력사가 이를 취사 선택하는 상생협력 방식을 병행한다. 노브랜드도 중소기업과 함께 개발한 PB상품이 주를 이룬다.

신제품 출시 주기를 단축시켜 최신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선도하는 것도 공통점이다. 모던하우스는 매장 입구에 마련된 메인 스테이지를 2~3주에 한 번씩 새로운 콘셉트로 교체한다. 다이소도 매달 600여가지의 신상품을 기획해서 선보인다.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되 저렴한 가격과 빠른 상품 회전으로 승부하는 ‘패스트 리빙(fast living)’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저가숍 시장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내놓는다. 장기 불황을 겪으며 100엔숍 시장이 성장한 일본처럼, 저성장이 고착화된 우리나라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PC, 가전 등 스펙이 표준화돼 있고 가성비를 추구하는 제품은 온라인 구매 비중이 점차 늘겠지만, 신선도나 체험이 중요한 식품·화장품 등은 여전히 오프라인 구매 비중이 높게 유지될 것이다. 이 중 브랜드 충성도가 떨어지는 제품은 PB로 전환될 것이다. 이는 저가숍 시장의 핵심 성장 요인이다.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 유럽의 ‘알디’ ‘리들’ 같은 초저가 슈퍼가 한국에서도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23호 (2017.08.30~09.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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