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LOUNGE] 취임 2년 만에 전성기 맞은 임지훈 카카오 대표 | '카뱅' 대박·최대 실적(2분기 매출)..플랫폼 전략 통했다

노승욱 2017. 8. 2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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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생/ 2003년 KAIST 산업공학과/ 액센츄어 IT 애널리스트/ 2005년 네이버 기획실 전략매니저/ 2006년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 2007년 소프트뱅크벤처스 수석심사역/ 2012년 케이큐브벤처스 대표/ 2015년 카카오 대표(현)
“카카오톡만 있으면 원하는 것을 뭐든지 다 할 수 있게 하겠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37)가 올 초 콘퍼런스콜(실적 발표회)에서 한 말이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강점을 극대화해 ‘만능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청사진이었다. 그때는 이 말에 귀 기울이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당시 카카오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주 수입원인 게임과 광고 매출 성장은 더뎠고, 카카오택시 등 O2O 사업은 수익화가 요원했다. 지난해 인수한 로엔엔터테인먼트(이하 ‘로엔’) 덕분에 연결 기준 실적은 급증했지만, 로엔을 제외하면 볼품없는 성적이었다. 주가도 반년 가까이 7만원대에서 맴돌았다.

임 대표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확인하는 데에는 반년도 안 걸렸다.

일단 2분기 실적이 ‘어닝서프라이즈(깜짝 호실적)’다. 카카오의 올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4684억원, 446억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4%, 67.7% 늘어 증권가 예상치(매출 4574억원, 영업이익 427억원)를 웃돌았고 매출은 사상 최대였다. 무엇보다 신사업이 대박이 났다. 카카오뱅크다. 지난 7월 출시 이후 8월 11일 기준 계좌 개설 수 228만건, 여수신 규모는 2조원에 달했다. 시중은행이 수년 걸려 달성한 실적을 2주도 안 돼 이룬 것. 게임, 택시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카카오톡 플랫폼의 힘을 다시 한 번 세상에 보여준 셈이다. 주가는 2배 가까운 12만5000원까지 치솟았다.

이제 시장은 임 대표에 대한 재평가에 분주하다. 오는 9월 말이면 다음카카오가 합병회사로 정식 출범한 지 3년, 임 대표가 카카오 수장으로 취임한 지 2년이 된다. 취임 당시 그에게 주어진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다음카카오는 출범 직후 불거진 감청 의혹으로 카카오톡 보안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고, 캐시카우인 카카오 게임 매출도 크게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불과 35세에 불과한 임 대표가 시총 8조원짜리 거대 기업을 잘 이끌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적잖았다.

▶캐시카우 로엔 인수는 ‘신의 한 수’

각 사업 전문화 위해 분사 잇따라

“카카오톡 플랫폼 가치 재평가”

아니나 다를까. 시행착오가 이어졌다. 임 대표는 취임 초기 O2O 전문기업을 내세우며 헤어숍, 세탁, 가사도우미, 대리운전 등 O2O 시장에 전방위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아직 채 개화되지 않은 O2O 시장은 결국 돈도 못 벌고, 골목상권 침해 논란까지 일으키며 카카오에 큰 부담을 안겼다. 다음카카오 합병으로 한때 18만원에 육박했던 회사 주가는 지난해 6만원대까지 곤두박질쳤다. 결국 임 대표가 나서 “모든 O2O 사업을 직접 진행하기보다는 플랫폼 전략을 강화하겠다”며 방향을 선회하기에 이르렀다.

전화위복이었을까. 이때부터 카카오의 기사회생이 시작됐다.

우선 회사가 한창 O2O의 늪에 빠져들던 지난해 3월 로엔을 인수한 게 알고 보니 ‘신의 한 수’였다. 로엔의 음악 서비스 멜론은 유료 이용자 수가 인수 이후 1년간 약 50만명 순증하며 카카오의 캐시카우 역할을 단단히 하고 있다. 로엔은 올 2분기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2%, 27.3% 늘어난 1348억원, 26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최대 매출을 경신한 게 벌써 다섯 분기 연속이다. 카카오의 올 1·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383억원(전년 동기 대비 81.8% 증가), 446억원(68% 증가).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과 맞먹을 정도다. 이쯤 되면 ‘카카오의 귀환’이라 할 만하다.

시장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지만 임 대표는 비교적 담담한 모습이다.

“실적 발표 이후 긍정적인 기사들이나 보고서들이 나오고, 또 축하한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지만 사실 저는 감흥이 별로 없답니다. 카카오가 가진 경쟁력을 생각해보면 이룰 수 있는 것이 훨씬 크고, 분기 실적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큰 방향성에서 매일매일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2분기 실적 발표 다음 날 그가 페이스북에 남긴 짧은 소회다. 마치 이번 어닝서프라이즈가 오래전부터 그려온 ‘큰 그림(big picture)’의 일부였다고 말하는 듯하다.

임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워커홀릭’이다. 오전 7시 전에 출근해 하루 15시간가량 일할 정도다. 그래서일까. 올해 카카오의 행보를 보면 숨이 가쁘다.

올 3월 ‘카카오 주문하기(음식 배달)’, 4월 ‘장보기(쇼핑)’, 7월 카카오뱅크에 이어, 3분기 AI(인공지능) 스피커 ‘카카오미니’, 4분기 모바일 주차 서비스 ‘카카오파킹’ 등 신사업 출시 계획이 줄줄이 잡혀 있다. 사업 영역이 다양해지자 임 대표는 ‘분사(分社)’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올 2월 인공지능 연구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시작으로, 3월에는 카카오메이커스(주문생산 플랫폼 사업), 4월 카카오페이(간편결제), 5월 카카오모빌리티(택시·대리운전·내비게이션 등 교통 사업), 8월 카카오게임즈(게임)를 연이어 분사시켰다. 독립법인으로 분리시켜 각 사업의 전문성을 키우고 의사결정과 실행 속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젠 더 큰물에서 놀겠다’는 듯 7월에는 코스닥 시장에서 코스피로 이전 상장도 마쳤다.

이제 남은 건 ‘연결’이다. 임 대표는 회사 비전에 대해 ‘Connect Everything(모든 것을 연결하라)’이라고 밝혔다.

“연결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이 저희의 미션입니다. 카카오에는 전 국민이 연결돼 있고 좋은 기술과 데이터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시간에도 생활 전반의 막대한 데이터가 쌓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AI 시대에 가장 부합하는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한동안 대형 신작이 없었던 카카오게임즈는 최근 PC방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 퍼블리싱 계약을 따냈다. 세계적으로 대박이 난 배틀그라운드가 ‘for kakao(카카오 게임)’로 편입되길 희망했다는 건 의미가 크다. 카카오톡이 가진 플랫폼의 힘을 그만큼 높이 평가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도 가입자는 지난 5월 1450만여명에서 8월 기준 1680만명으로, 거래액은 1분기 4000억원에서 2분기 4600억원으로 급증했다. 조만간 카카오뱅크와 연동해 금융 서비스 부문에서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게임, 광고, 금융, 교통, 통신 등 생활 전반에서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서비스가 이뤄질 전망이다.

김동희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톡 플랫폼이 빠르게 진화, 성장하고 있다. 과거 카카오톡의 이용자들이 이모티콘·게임·플러스친구의 광고 정도를 이용했다면 이제는 결제와 뱅크는 물론, 모빌리티의 진화까지 경험하게 됐다”며 “2017년 카카오톡 플랫폼의 가치가 페이, 모빌리티, 그리고 뱅크 비즈니스를 통해 재평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 일각에선 우려의 시선도 적잖다. 일단 카카오뱅크는 가입자와 여수신 금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그만큼 연체율 관리가 걱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등은 금리가 높아 어느 정도의 연체율은 견딜 수 있다”며 “하지만 (저금리를 내세우는) 인터넷은행은 연체율이 1%만 넘어도 자산건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대두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자본 확충을 위해선 은산분리가 절실한데 은행이 대기업의 사금고화될 것이란 우려가 적잖아 법개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공격적인 신사업 확장에 비해 정작 돈벌이가 부족한 것도 고질적인 숙제다. 실제 네이버는 영업이익률이 40%에 육박하지만 카카오는 10%가 채 안 돼 거의 제조업 수준이다. 카카오택시도 사용자는 많지만 아직 구체적인 수익화 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다. 김성은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 광고 매출의 고성장세는 긍정적이지만 이 같은 성장세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반기 마케팅 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약화도 우려된다”고 귀띔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 일러스트 : 강유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22호 (2017.08.23~08.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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