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간 '벼락치기 공부' 근로감독관.. 전문성은 어쩌나

이재연 기자 2017. 8. 16.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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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 6월 고용노동부의 한 지청을 찾았다.

1953년 도입된 근로감독관은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령 16개에 대해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 직무를 수행한다.

문제는 근로감독관이 법에 대해 잘 모르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신고한 당사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노무사 류모(47)씨는 "법 지식이 부족한 근로감독관이 잘못된 사실을 알려주면 근로자도 그걸 믿고 권리 구제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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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근로감독관 확충 주문했는데..

A씨는 지난 6월 고용노동부의 한 지청을 찾았다. A씨가 다니는 중소기업은 포괄임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회사에서는 주 6시간 초과근무로 산정해 임금을 지급했지만 A씨가 계산해보니 매주 이보다 4시간 더 일하고 있었다. 통상시급으로 계산해 월급 20만여원을 더 받아야 했다.

하지만 담당 근로감독관은 “포괄임금제는 더 일하든 덜 일하든 그만큼만 받겠다는 것”이라며 돌아가라고 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하고 포괄임금제가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을 경우 추가로 임금을 청구할 수 있다. A씨는 15일 “나중에 노무사에게 자문을 구하고 나서야 이의제기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최근 근로감독관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김영주 고용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근로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근로감독관 확충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근로감독관의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인력 확충만으로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53년 도입된 근로감독관은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령 16개에 대해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 직무를 수행한다. 해당 법 위반에 대한 진정이나 신고가 접수되면 이를 수사한 후 내사종결하거나 검찰에 송치한다. 노동계의 경찰이라고도 불린다.

문제는 근로감독관이 법에 대해 잘 모르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신고한 당사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노무사 류모(47)씨는 “법 지식이 부족한 근로감독관이 잘못된 사실을 알려주면 근로자도 그걸 믿고 권리 구제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근로감독관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채용과정에 있다. 현재 근로감독관은 별도 직렬(職列) 없이 일반행정직으로 통합해 채용한다. 고용부에 배치된 7급 이상 공무원이 근로개선지도과, 노사상생지원과 등 부서에 가면 근로감독관으로 일하게 되는 식이다. 7급 일반행정직의 시험 과목은 영어 한국사 헌법 등이다. 노동관계법령은 없다.

교육과정도 문제다. 고용부에서는 신규 근로감독관의 경우 고용노동연수원에서 4주간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140시간 동안 16개 법률을 포함한 모든 근로감독 업무를 배워야 하는 셈이다.

이후에도 교육받을 수 있지만 공급이 부족하다. 고용노동연수원 노동정책교육팀에 따르면 수요가 가장 많은 법제과정은 올해 3개 강의가 개설돼 있다. 강의 정원은 30∼40명으로 올해 최대 수강 인원은 120명이다. 지난 6월 기준 실무를 담당하는 일반근로감독관은 총 1070명이다. 노상헌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관계법령은 법 개정도 잦고 판례도 쏟아져 지속적인 교육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노동부가 2014년 국제노동기구(ILO)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의 신임 근로감독관은 12∼18개월간 교육을 받는다. 간부급인 근로감독지휘관은 18개월 동안 관련 법률, 의사소통방법 등을 배우고 실무담당 근로감독사무관은 1년간 연수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인력 확충과 함께 전문성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노 교수는 “국내 근로감독관은 해외에 비해 직무범위도 넓은데 교육과정은 열악하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예산 등 문제로 근로감독관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매번 좌절됐다”며 “하지만 전문성 강화가 오히려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글=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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