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식의 야구노트] 한국 야구 투수 가뭄, 문제는 다리야
하체 힘 약해 중심 이동 잘 안 돼
회전력 부족으로 투구 위력 없어
팔로 어렵게 던지니 툭하면 부상
웨이트로 상체 발달해 힘 불균형
부드러운 폼과 몸 먼저 만들어야
투수진 구성에 있어 선동열 감독의 고민은 상당히 깊다. 류현진(30·LA 다저스) 같은 확실한 에이스가 없을 뿐 아니라, 선발진 4~5명을 구성하기도 쉽지 않아서다. 22일 기준으로 KBO리그 평균자책점 순위 10위 내 투수 중 외국인이 6명이다. 국내 선수 4명 중 20대는 2명뿐이다. 평균자책점 2위(3.11) 박세웅(22·롯데)이 눈에 띄고, 평균자책점 9위(3.49) 양현종(29·KIA)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부터 국가대표로 뛴 베테랑이다. 각 팀 선발 로테이션에 20대 투수는 1명 안팎인 데다가, 그나마 국가대표급은 거의 없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전에서 탈락한 대표팀의 근원적 문제점이 여기에 있다.
지난 8일 만난 선동열 감독은 “최근에는 공을 편하게 던지는 투수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건 중심 이동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하체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집을 짓는다고 생각해보면, 하체 강화는 기초공사에 해당한다. 하체 힘을 충분히 이용하는 게 피칭의 시작인데 그게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공은 팔이 아닌 다리로 던져야 한다는 건 전통적인 투구 이론이다. 단단한 다리에서 끌어모은 힘을 앞으로 이동(슬라이드 스텝)한 후 허리와 팔의 회전력을 더하는 것이다.
KBO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에서도 정상급 투수로 자리매김한 류현진·오승환(35·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고교 시절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재활치료에 성공한 이들은 좋은 피칭폼까지 만든 덕분에 수술 전보다 빠른 공을 던졌다. 류현진·오승환의 성공이 ‘수술 신화’처럼 된 데 대한 우려도 있다. 김성근 전 감독은 “좋은 폼과 부드러운 몸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웨이트 트레이닝과 수술로만 해결하려 한다. 트레이닝 파트의 발전도 더디다”며 “수년째 부상 선수들이 속출했고, 몇몇 의사들만 돈을 벌었다”고 말했다.
최근 메이저리그식 투구법과 관리법이 유행하면서 선수들과 지도자들의 의식이 바뀌고 있다. 투구 수와 등판 간격을 수치화 하고 있지만, 정작 기본기를 갖추고 좋은 자세를 만드는 것에는 소홀했다는 것이 두 거장(巨匠)의 공통된 지적이다. 지난 두 달 동안 김 전 감독은 고교 선수들과 함께 짜장면을 먹으며 훈련했다. 그가 학생들에게 강조한 건 기본기와 부드러운 폼이다. 선 감독은 KIA 지휘봉을 내려놓은 후 2년6개월간 유소년야구부터 학생야구, 프로야구를 되돌아보며 공부했다. 선 감독도 다시 느낀 것은 ‘기본의 회복’이다.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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