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음악제 선율, 비무장지대 철책선을 넘어서다
[오마이뉴스최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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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무장지대 태풍전망대에서 열린 제7회 DMZ국제음악제 |
ⓒ 최오균 |
태풍전망대에서 열리는 통일염원음악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출입신청을 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웠다. 기자는 DMZ국제음악회 사무국에 생년월일, 주소, 전화번호, 차량번호 등을 기재한 '태풍전망대기자출입승인출입신서'를 제출하여 사전승인을 받고 27일 오전 태풍전망대로 출발했다.
임진강을 따라 북쪽으로 갈수록 도로가 점점 좁아지고, 중면 면사무소를 지나니 민간인 출입을 통제하는 민통초소가 나왔다. 이 초소에서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 태풍전망대 출입증을 받았다. 초소를 통과하자 도로가 더욱 좁아졌다. 임진강변을 따라 굽이굽이 펼쳐진 좁은 길은 굴곡이 심하여 마치 롤러코스트를 타듯 아슬아슬했다.
▲ 경비가 삼엄한 태풍전망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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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주차를 하고 가파른 언덕을 오르니 중턱에 '태풍전망대'란 표지석이 보이고, 그 건너편에는 'UN미국군 전사자 36940 위충혼비'가 우뚝 서 있다. 6.25 참전 시 전사한 미국군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세워놓은 충혼비다. 얼마나 많은 무고한 젊은이들이 이 땅에서 피를 흘리고 쓰러졌는가. 충혼비를 순간 가슴이 찡하고 숙연해진다.
▲ 태풍전망대 표지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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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미국군전사자36,940위충혼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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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말이요. 바로 코앞에 북한군 초소가 있다니 믿어지지가 않아요."
"남과 북이 철책선 하나를 두고 반세기가 넘는 동안 분단되어 있다니 참으로 안타깝군요."
관람객들은 육안으로, 혹은 망원경으로 철책선과 북한군 초소를 바라보며 놀라운 듯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태풍전망대에서는 임진강 건너편에 위치한 북한 초소를 육안으로도 관찰 할 수가 있다. 시계가 좋은 날에는 망원경 없이도 밭일하는 북한주민을 볼 수 있다.
음악제에 참여한 외국의 뮤지션들도 신기한 듯 한동안 북한군 초소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태풍전망대에서는 북쪽을 향하여 사진촬영을 금지하고 있다. 이 사실을 모르고 음악제에 연주자로 참석한 러시아의 막심 페도토프와 갈리나 페트로바도 신기한 듯 휴전선을 관찰하며 사진촬영을 하려고 하다가 우리 측 경비원에게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 북쪽으로 사진촬영이 금지된 태풍전망대 통일염원콘서트 야외특설무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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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군사분계선을 기점으로 2km 지점에 남방 한계선과 북방 한계선이 설정되었으나, 1968년 북한이 휴전선 가까이 800m 지점에 철책을 설치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1978년에 부분적으로 800m에 근접하여 철책을 설치하였다.
태풍전망대 입구에는 "당신의 손 끝이 평화에 닿길"이란 타이틀을 단 'DMZ Peace tree'를 세워 놓고 있었는데, 관람객들은 저마다 형형색색의 인장을 찍고 통일을 염원하는 메시지를 가득 채워놓았다.
▲ 평화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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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쪽을 향해 합장을 하고 서 있는 성모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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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니클라스 에핑거(독일)의 첼로 연주로 리게티의 '첼로 독주를 위한 소나타'가 연주되었다. 이 곡은 죄르지 리게티의 작품으로 헝가리가 공산화되는 것을 피해 1956년 빈으로 이민 오기 전까지 쓴 작품이다.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한 공간에서 베를린 장벽 등 분단의 아픔을 이미 체험한 독일 음악가 에핑거는 독특하고 열띤 독주로 관객들의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 1750년에 제작한 명품첼로로 기게티의 첼로소나타를 독주하는 니클라스 에핑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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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연주자는 바이올리니스트 프레데릭 모로(프랑스)와 피아니스트 구자은(한국)이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중 우리들 귀에도 익은 '보리수'와 '우편마차'를 연주하여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 슈베르트의 보리수를 연주한 바이올리니스트 프레드릭 모로와 피아니스트 구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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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뮤지션 막심 페도도프와 갈리나 페트로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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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인 유명 뮤지션들이 연주하는 아름다운 선율은 바람을 타고 철책선을 넘어 남과 북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통일의 염원을 한층 고조시키는 것 같았다.
이날 음악회에는 김규선 연천군수를 비롯하여 이수성 전 국무총리(연천DMZ국제음악회 조직위원장), 제28보병사단장 윤의철 소장, 서민 연천경찰서장, 홍승표 경기관광공사 사장, 김영준 경기북부보훈지청장, 마이클 헤브러 미26지역대비상안전처장, 최승호 전 이집트 대사 등 관련 유지들과 200여 명의 관객들이 참석했다.
▲ 담소하는 이수성 전 국무총리(좌)와 김규선 연천군수(중간), 마이클 헤브러 미26지역지역대비상안전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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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회에 참석한 관중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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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2세의 625참전용사에게 보훈청려장을 증정하는 김영준 경기북부보훈지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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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웃지 못 할 해프닝은 음악회가 열리고 있는 동안 북한군 초소에서 확성기로 방송한 음악이 옥에 티로 연주회를 방해하고 있었다. 북한 측에서 우리 측의 연주회 정보를 사전에 알았는지 시종일관 소음으로 연주회를 교란시켰지만 뮤지션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열띤 연주를 펼쳐 관객들의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비무장지대에서 열리는 사상 초유의 음악회는 75분간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비가 올 듯 말 듯한 흐린 날씨 속에서 빗방울이 몇 방울 떨어지기도 했지만 다행히 더 이상 비는 내리지 않고 연주회가 끝날 때까지 참아주었다. 하늘도 통일염원을 응원해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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