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부동산]양극화 '고질병'.."정부 대책, 내성만 키웠다"(종합)
[아시아경제 박민규ㆍ최대열ㆍ박혜정 기자] 부동산시장이 지역별로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선 너무 달아오른 반면 다른 쪽에선 침체가 역력하다. 특정 지역에만 수요가 집중되는 등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지역별 여건을 감안한 맞춤형 처방을 내놨지만 신통치 않다. 오히려 지난해부터 잇따른 정책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시장의 내성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기사 18면
2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했던 과열양상이 서울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이달 초 효성이 용산구에서 분양한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 스퀘어'는 최근 정당계약 후 남은 물량이 모두 팔았다. 전 가구가 중대형으로 구성된 데다 가장 싼 가구가 14억원이 넘었지만 초단기간 내 완판됐다. 영등포구 신길뉴타운 내 신길센트럴자이는 최근 청약 결과 350가구 모집에 2만명 가까이 청약통장을 내밀었다. 청약경쟁률은 57대1로 올 들어 서울 최고치였다. 가재울뉴타운ㆍ신길뉴타운에서 최근 분양한 단지도 각각 38대1, 28대1에 달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강남권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된 현상이었다면 올 들어서는 강북권이나 뉴타운 등 비강남권에서도 분양단지마다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매매시장의 오름 폭도 커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10.8로 집계 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년 만에 10% 이상 오른 셈이다. 2014년 하반기 이후 꾸준히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는데 정국 불확실성이 걷힌 올 5월 이후 상승세가 더 가팔라졌다.
그러나 지방 부동산시장은 딴 세상이다. 지방을 중심으로 했던 찬바람은 경기 동탄ㆍ김포신도시 등 수도권까지 번졌다. 과거 호황기에 쏟아졌던 분양물량이 일시에 입주를 시작하면서 분양가를 밑도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도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올 연말 입주를 앞둔 경기도 화성 동탄면 장지리 '동탄2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9.0'의 전용 102㎡ 분양권이 3억9340만원에 거래됐다. 분양가(3억9990만원)보다 650만원 낮은 금액이다. 인근 업계에 따르면 분양가보다 1500만원 이상 낮춰 나온 매물도 수두룩하다. 다음달 입주하는 화성 기산동 'SK파크뷰 2차' 역시 최근 들어 분양가에서 200만~500만원 하락한 매물이 등장했다. 동탄2신도시는 2~3년 전만 해도 '핫플레이스'로 통했는데 분위기가 반전됐다.
김포 한강신도시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최근 입주한 단지나 올 연말께 입주하는 일부 단지에선 분양가보다 적게는 500만원, 많은 곳은 2000만원가량 낮은 가격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대규모 공급이 쏟아졌던 곳 가운데 입지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단지에서 이 같은 일이 빈번해졌다.
지방은 더 심각하다. 최근 평창 지역에서는 최초 분양가 대비 절반 이하 가격에 매물이 나왔다.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 일대 '데이즈힐 스카이테라하우스'는 2015년 4월 평창 동계올림픽 특수를 노리고 한국자산신탁과 파라다이스건설이 분양한 아파트인데 분양률이 5% 미만으로 저조했다. 지난해 7월 완공 이후 공매물로 나온 사업지를 이원디벨로퍼가 통매입한 뒤 일반인에게 최초 분양가보다 54% 낮은 금액에 할인 분양하고 있다.
이처럼 부동산시장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은 일차적으로 수급 부조화가 원인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경기회복 기대감에 따른 부동산 투자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데다 시중에 유동자금이 넘쳐나면서 안전자산으로 평가 받는 부동산에 여유자금이 몰리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부동산시장을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의 데자뷔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당시에도 외환위기 이후 얼어붙었던 경기가 점차 나아지면서 주택 수요가 늘어났지만 수요 억제 정책에만 매달리다 보니 오히려 부동산 가격 급등 및 양극화를 불러왔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부동산시장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서 실수요자들이 주로 영향을 받겠지만 서울 부동산시장의 투자 수요는 여전할 것이란 판단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시장에서는 '서울은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소득이 되는 사람들이 소비하는 주택시장에 수요가 몰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수도권 외곽은 올 하반기에 이어 내년ㆍ내후년까지 입주 물량이 많아 점점 더 하락세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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