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주거 안정, 공적 주택 확대에 달렸다
공공임대 물량 확대해 임대료·매매가 낮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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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이었던 6·19 부동산 대책의 강도가 기대보다 약했고, 근원적으로 주택 공급 부족이 집값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예고했던 8월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 원인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진단이 정확해야 처방과 명약이 나오는 법. 주택 가격 상승 원인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진단해야 올바른 대책이 나올 수 있다.
현재 부동산 정책의 기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구축된 주택 가격 폭락 억제장치들로 구성돼 있다. 직전 정권이었던 박근혜 정부까지 주택 거래 활성화와 주택 가격 유지(적정한 상승)는 주택시장 정상화와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주택 정책의 핵심적인 목표가 됐다. 즉, 주택 가격 폭락의 두려움은 지나가고 주택 가격 상승을 우려한지 오래됐지만 완화된 부동산 정책 기조는 변화하지 않았다.
최근 집값 상승의 첫 번째 원인은 여전히 주택 정책 핵심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주택 수요 촉진, 주택 거래 활성화, 부동산 자산 보유 부담 경감 장치들에서 찾아야 한다. 주택 청약 자격 완화나 LTV(주택담보대출비율)나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화, 분양권 전매 허용 등이 주택 수요 촉진 정책으로 채택된 제도들이다.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 완화나 거래세 감면 장치들도 주택 보유로 인한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들이다. 저렴한 공공분양주택 공급이 주택 가격을 하락시킬 우려가 있다는 논리 아래 공공부문에서 전용면적 60㎡ 이하의 주택만 건설하게 한 2013년 4·1 대책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무엇보다 집값 상승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과도한 주택의 투자 자산화 경향에서 찾아야 한다. 전세주택이 월세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임대주택은 가장 안전한 투자자산이 되고 있다. 가장 자산화가 빠른 1인용 오피스텔, 원룸주택은 최소 50만원을 넘는 임대료로 소형주택의 임대료 상승을 견인할 뿐만 아니라 높은 수익률로 부동산 가치평가의 기준이 되고 있다. 낮은 금리도 주택시장으로 여유 자금을 끌어들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조건들 때문에 주택시장으로 여유자금이 지속적으로 투자되면서 집값 상승 기조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이제 정부의 주택 정책 방향은 집값 상승과 과도한 자산화를 촉진하는 기존의 제도들을 전면 수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우선 과도하게 완화된 주택 수요 유도 장치나 거래 활성화 장치, 보유세제를 새로운 시장 환경에 맞게 바꿔야 한다.
둘째, 탈시장화된 주택 상품의 공급을 늘려 주택의 과도한 자산화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 탈시장화된 분양주택으로는 토지임대부 주택과 환매조건부 주택이 있고, 탈시장화된 임대주택으로는 공공임대주택과 사회주택 등 공공지원형 임대주택이 있다. 문재인 정부도 공약으로 공적 지원 임대주택의 획기적인 공급을 약속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상의 공공임대주택 재고율 달성을 목표로 연평균 17만호의 공적임대주택을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셋째, 1인용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도쿄나 유럽 도시들의 1인 가구가 이미 전체 인구의 절반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에게도 시급한 문제다. 저렴한 원룸주택이나 오피스텔을 획기적으로 확충해 임대료를 떨어뜨리고 주택 가격 평가의 기준점을 낮춰야 한다. 정부도 도시재생과 연계해 노후주택의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통해 청년 등 1~2인 주거 취약가구에게 공공임대주택 1만호를 공급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들이 이제는 부동산 정책의 기조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인식하도록 가시적인 정책을 발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 부동산시장이 투자자산화를 넘어 전세계적인 금융시장에 편입돼 주거 안정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기덕 (kidu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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