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로 지방 등에 빈집 증가 우려, 일본 같은 거품붕괴 가능성은 낮아"
[경향신문] 인구고령화에 따라 지방과 노후주택을 중심으로 빈집이 늘어나 주택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령가구에 맞춘 주택 공급이나 주거약자에 공공임대주택 확충, 빈집 활용 같은 재고주택 관리대책 등이 요구된다.
다만 1990년대부터 부동산 거품 붕괴로 매매가가 장기하락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아파트 비중과 거래량이 뒷받침되는 등 고령화로 인한 주택 수요 감소가 급격히 진행될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전망됐다.
한국은행 금융안정국 안정분석팀 오강현·안상기·권동휘 과장과 김솔·윤재준 조사역은 26일 ‘인구고령화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란 제하 연구보고서에서 “인구고령화 진전은 중장기 주택수요 증가세를 완만히 둔화시킬 것”이라며 “월세 중심 임대차시장 재편, 지방·노후주택을 중심으로 한 빈집 증가 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인구구조 요인은 중장기적으로 ①자가·전세·월세 등의 점유형태 및 주거면적 ②단독·연립·아파트 등의 주택유형 ③거주·투자 등 보유목적 측면에서 주택수요 변화의 핵심 요소로 봤다. 이어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와 함께 2020년부터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가 고령층(65세 이상)에 대거 진입하면서 인구고령화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압축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밝혔다.
노후 생계비 마련이 충분치 않은 가구는 소득보전을 위해 집을 처분할 유인이 커진다. 정년(60세) 후 주거면적을 줄이거나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경우가 완만히 늘다가 70세를 기점으로 뚜렷해진다. 일례로 올 상반기 주택연금 가입자는 594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 늘어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최근 빠른 증가세를 보인다.
보고서는 “고령 1∼2인 가구가 늘어나고 은퇴 후 주택자산 유동화 필요성이 커지면서 이에 부합하는 중소형 주택, 아파트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다만 “주택보급률이 2015년 102.3%에서 고령화에 따른 주택수요 증가세 둔화는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방, 노후주택을 중심으로 빈집 증가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판단했다.
국내 빈집은 2015년 기준 106만9000 가구로 전체 주택의 6.5% 수준이다. 아파트 재건축 연한인 준공 후 30년이 경과하게 되는 주택 수는 2016∼25년 중 약 450만호로 이 중 아파트가 277만 가구(61.5%)를 차지한다.
또한 보고서는 월세 중심의 임대차시장 구조 변화에도 주목했다.
보고서는 “다주택 보유자, 50세 이상 가구를 중심으로 임대를 통해 안정적 현금흐름을 추구할 유인이 높아지고, 청년가구의 꾸준한 임차수요 등이 가세하면서 월세 중심의 임대차시장 변화 추세는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수도권에서는 전세보증금을 활용한 레버리지 투자(‘갭투자’) 수요, 자녀교육·교통편의 등을 위한 전세 수요 등으로 월세로의 임대차시장 재편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딜 것”이라고 예상했다.
집값의 급격한 조정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됐다. 보고서는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고령가구의 주택처분이 단기에 집중될 경우 주택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거시경제 여건, 주택공급 조절, 높은 아파트 비중 등을 감안할 경우 그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앞서 고령화를 겪은 일본은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하락 전환한 1990년 초반 이후 주택 매매가격이 장기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재건축·재개발 위주로 공급방식이 변모하고 있고, 아파트 비중이 높아 거래량이 뒷받침된다”며 “고령화로 인한 주택 매입수요 감소 충격이 일본처럼 급격하게 진행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국내 주택 거래회전율(주택 거래량÷재고주택량)은 2016년 10.4%로 일본의 거래회전율(1988년 0.39%, 2013년 0.32%)을 크게 웃돈다는 점을 근거로 댔다.
보고서는 “중장기 주택수급 안정화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고령가구의 수요 맞춤형 주택공급, 빈곤노년층 등 주거약자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확충, 빈집 활용 등 재고주택 관리 대책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주택연금 활성화, 은퇴가구의 보유주택 임대 전환 지원 등 고령층의 주택매도 압력을 완화시킬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도 주문했다.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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