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과열지구 지정 불가피"..브레이크 풀린 강남재건축
"이미 '투기과열지구' 직감하는 분위기, 관련 문의 크게 늘어"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요즘들어 투기과열지구 지정에 대해서 여쭤보시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정부의 거듭된 규제 예고에도 아랑곳 없이 집값이 무섭게 오르자 강남분들 스스로가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직감하시는거 같아요."(서울 강남구 개포동 A공인)
정부가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내달 추가 규제를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집값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6·19 대책 한 달도 안돼 가격 고점을 회복한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지금도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중이다. 6·19 대책이 '물대책'으로 확인된 데다 8월 추가 규제 전 집을 사려는 수요가 더해지면서 일부 단지에서는 매물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과열이 계속되자 일각에서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고강도 규제를 더이상 피하기 힘들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남권 공인중개업소와 유명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 투기과열지구 지정에 대해 묻는 매도·매수자들이 늘고 있다.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인근 G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어떠한 변화가 생기는지 묻는 전화가 많이 늘었다"며 "계속된 부동산 과열로 추가 규제를 피할 수 없다는 직감이 들었는지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려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요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도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커뮤니티마다 며칠 사이 투기과열지구 관련 게시물이 부쩍 늘었고 네티즌들은 게시물에 수십개의 댓글을 달며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투기과열지구는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책으로 꼽힌다.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으면서 주택가격과 청약경쟁률 등을 고려했을 때 투기가 성행하거나 성행할 우려가 큰 곳은 투기과열 지구로 지정할 수 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최장 5년간 분양권 전매가 제한된다. 재건축 조합원의 지위를 남에게 넘기는 것도 금지된다. 또 6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서는 집값의 40%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며 연소득 대비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도 40% 이내로 제한된다. 한마디로 정부가 쓸 수 있는 거의 모든 규제책이 총동원된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앞선 6·19 대책 발표 때에도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부동산경기가 급냉각될 것을 우려해 유보했다. 대신 '청약조정대상지역'을 확대하고 규제를 일부분 강화하는 방향으로 우회했다.
하지만 6·19 대책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부동산시장이 다시 과열되자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역시 6·19 대책 당시 "국지적 시장 과열이 지속하거나 주변으로 확산하면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강남구 대표 재건축 단지인 개포주공1단지의 경우 6·19 대책 한 달도 안돼 종전 최고가를 경신했으며 계속해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개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43㎡(신축평형 84㎡)은 6·19 대책 전후 11억3000만원까지 일시적 하락했으나 이달 12억원으로 올라 최고가를 회복한 뒤 지금은 12억4500만원까지 뛰었다. 8월 추가 부동산 규제가 예고된 뒤로는 규제를 피해 집을 사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오른 값에도 매물을 구하기 어렵다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전용 72㎡의 경우 6·19 대책 전 16억5000만원이었는데 현재는 17억3000만원으로 호가가 8000만원이나 올랐다. 이 단지는 최근 시공사 선정을 진행하는 등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해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가격이 더 강세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서울시의 재건축안 심의가 지연되며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이 기정사실화됐음에도 가격이 오르는 기현상이 연출되고 있다. 전용면적 82㎡(구 36평형)의 경우 최근 종전 최고가인 16억5000만원보다 5000만원이나 비싼 17억원에 거래가 성사돼 업계를 놀라게 했다.
잠실주공5단지 인근 F공인중개소 대표는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계속 몰리고 값이 오르는 것에 대해 우리도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중개업자들 사이에서도 이번 만큼은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피하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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