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기 편하고 구경거리도 많은 전곡5일장
[오마이뉴스최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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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오늘 전곡장날인데 오랜만에 장구경이나 가지요?"
"오늘이 9일이니까 전곡장날이 맞네요. 슬슬 콧바람 좀 쏘이려 가볼까?"
장마철이라 연일 비가 내려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던 아내가 갑갑했던지 전곡장이나 가자고 했다. 우리는 텃밭에서 먹을 채소를 거의 다 키우니 장에 가서 딱히 살만한 것은 별로 없다. 허지만 사람 구경하기 힘든 오지에 살다보니 때로는 사람냄새가 그리울 때가 있다. 그래서 사람 구경도 할 겸 우리는 5일장이 열리는 전곡으로 갔다.
전곡5일장은 국도3호선 평화로 옆 공영주차장 부지(전곡읍 전곡리 295-71) 일대에서 4와 9자가 들어가는 날에 열린다. 장터에 도착하니 장마철이라 그런지 다른 장날에 비해 사람들이 그리 많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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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곡5일장 4자9자가 들어간 날에 열리는 전곡5일장 |
ⓒ 최오균 |
또 하나의 특징은 전곡역에서 국민마트에 이르는 약 2km의 거리는 신호등이 없다. 길가 아무데나 주차를 하고, 좌회전이나 우회전도 자유롭게 한다. 그래도 빵빵거리는 차도 없다. 그래도 장날이 돌아오면 한산하기만 하던 전곡 거리도 사람과 차들이 꽤 붐비고 부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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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곡5일장 신호등이 없는 전곡 다운타운 거리 |
ⓒ 최오균 |
시골 장터의 매력은 자연스럽고 시골스런 풍경에 있다. 물건을 파는 사람들은 주차장 양편에 날쌔게 설치한 가판대에 상품을 진열해 놓고 오가는 손님에게 호객을 하며 물건을 팔고 있다. 진열장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은 땅바닥에 물건을 진열해 놓거나 자동차에서 그대로 팔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은 양쪽 진열대 사이에 넓게 뚫린 길을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며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다가 필요한 물건을 가서 비닐봉지에 주섬주섬 집어넣는다. 장터의 모습은 매우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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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곡5일장 가판대에 잘 진열된 물건들 |
ⓒ 최오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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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곡5일장 가판대가 없는 사람들은 땅바닥에 그대로 진열해 놓고 판다. |
ⓒ 최오균 |
'우뭇가사리 2000원', '칼국수 냉사리 2000원', '개복숭아 효소 면역력 증가, 관절에 좋음', '고지혈증 당뇨 혈압 독소 빼는 팥가루', '모기 쫓는 구문초 2000원', '햇양파 3000원', '두 손이 자유로운 모자우산', '허리가 정말 편한 등받이, 앉져보세요. 어리가 쭉 펴진다, 목이 편해진다, 요통이 사라진다, 다리가 편해진다', '고기 잡는 어망, 너무 많이 잡혀 걱정입니다' '뻥이요! 하며 뻥 터지는 팝콘' 등 정말 재미난 표현과 모습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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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곡5일장 상품을 표시하는 정겨운 손글씨 |
ⓒ 최오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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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곡5일장 전곡5일장 표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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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곡5일장 전곡5일장 표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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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곡5일장 전곡5일장 표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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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곡5일장 전곡5일장 표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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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곡5일장 전곡5일장 표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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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곡5일장 닭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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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곡5일장 튀김요리 |
ⓒ 최오균 |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순 없지요."
"하하, 당연한 일 아니요?"
우리는 고구마튀김을 한 봉지 사들고 선채로 우직우직 씹어 먹었다. 갓 튀긴 뜨거운 고구마튀김 맛이 그만이다. 사실 장터는 이런 맛으로 온다.
내가 다섯 살 때였던가? 어린 시절에 어머님을 따라 처음으로 장터를 갖던 추억이 떠올랐다. 집에서 십리정도 되는 고향 장터는 어린 나에게는 어지간해서는 갈 수 없는 먼 곳이었다. 그런데 하루는 어머님께 조르고 졸라서 십리 길을 걸어서 장터를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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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곡5일장 더덕, 도라지 |
ⓒ 최오균 |
농산물은 주로 지역주민들이 들고 나와 팔거나 물물교환을 하고, 다른 생필품들은 아마 전국 장을 돌아다니는 보부상(이른바 장돌뱅이들)들이 팔았다. 보부상들은 보따리를 싸들고 다니는 봇짐장수(보상)와 등에 물건을 지고 다니는 등짐장수(부상)으로 나누어졌다. 이를 합쳐서 보부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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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곡5일장 각종 농기구 |
ⓒ 최오균 |
어머님은 집에서 놓아먹인 암탉이 낳은 달걀을 모아두었다가 장에 내다 팔았다. 그 당시 돈이 될 만한 것은 달걀이 가장 손쉬웠다. 그런데 그 달걀 판돈으로 나에게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단팥죽과 풀빵도 사주셨으니 아마 다른 물건을 살 돈이 부족했으리라. 어머님이 나를 장으로 데리고 가지 않는 이유를 한참 후에서야 나는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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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곡5일장 생선 |
ⓒ 최오균 |
장시는 주로 5일마다 열렸는데, 이 장시가 매월 3?8장, 4?9장, 1?6장, 5?10장, 2?7장 등으로 발전하여 주변의 장날을 피해 중복이 되지 않도록 열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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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곡5일장 꽃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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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곡5일장 시골된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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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곡에도 이미 들어선 롯데마트나 국민마트 등 대형 마트들에 밀려 옛날보다 5일장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대형마트는 개성이 없고 실내에 물건을 가득 채워놓고 있어 실외에서 장을 보는 것보다는 훨씬 재미도 적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 밀려 점점 사라져 가는 5일장의 멋스런 풍경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여보, 요즈음 텃밭에서 기른 토마토가 주렁주렁 열려 매일 따내는데 우리도 한번 장터에 가지고 나와 좌판을 한 번 벌려 용돈 좀 벌어볼까?"
"아이고, 아서요. 아무나 좌판을 벌이는 줄 아세요. 하루 종일 땡볕에서 좌판벌이고 있다간 병나요."
"우리 집 토마토는 완전 유기농에다 빛깔이 좋아 잘 팔릴 것도 같은데.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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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곡5일장 매일 따내는 우리집 텃밭 토마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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