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에릭남' 가수 필 램 "한국 아티스트와 콜라보 꿈"
[오마이뉴스이강훈 기자]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중국 정부가 꺼내든 이른바 '한한령' 조치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해제 국면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이 문 대통령의 중국 특사 자격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뒤 바로 다음날 중국 최대 음원사이트 '큐큐(QQ)뮤직'에서 케이팝 차트(한국 가요 순위)가 다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동안 방송연예산업과 관광업계 전반에서 얼어붙었던 양국 간 교류가 '사드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 이들 지역의 문화콘텐츠와 스타 연예인에 대한 국내 대중들의 관심도 자연스레 싹을 틔운 모습이다. 이에 따라 지역 스타가 한국 스타의 팬미팅 행사에 게스트로 등장해 한국 언론의 주목을 받거나 한국 자치단체의 관광 홍보대사로 위촉되는 사례도 등장했다.
대만?싱가포르?홍콩 등지에서 인기를 누려온 스타 배우 캐서린 리가 지난 달 제주도 관광홍보대사에 위촉된 것이 한 예다. 한편 대만의 '발라드 왕자' 저우싱저(周興哲)는 지난 2월 국내 여배우 김유정의 대만 현지 팬미팅에 참석해 김유정과 자신의 히트곡 '니, 호불호?(?,好不好?)'를 불러 한국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기사에서는 '홍콩의 에릭남'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캐나다 출신 싱어송라이터 '필 램(Phil Lam)'을 인터뷰했다.
홍콩을 노래하는 청년, 중화권 '감성 알앤비' 왕자로 부상
▲ 필 램의 대표 히트곡인 ‘고산저곡’과 ‘안도생적착’은 각각 2014년과 2016년 홍콩의 유명 가요상인 ‘10대 중문금곡’에 선정됐고 또 다른 히트곡 ‘일쌍수’는 2016년 ‘10대 경가금곡', ‘유인공명’은 2017년 '10대 중문금곡' 수상작에 올랐다. |
ⓒ RTHK |
그는 2014년 큰 인기를 얻은 '고산저곡(高山低谷)'을 시작으로 '일쌍수(一雙手)' '유인공명(有人共鳴)' '애정소품(愛情小品)' 등 약 9개 히트곡을 발표했다. 대부분 편안하고 부드러운 멜로디에 중저음 목소리를 얹어 대중의 귀를 달콤하게 만든 곡들이다. 특히 그의 뮤직비디오(MV) 작품에는 홍콩의 초고층 빌딩과 골목거리, 해안 등 낮과 밤의 다양한 풍경이 담겨 세련되면서도 여유로운 도시 감성이 묻어난다.
그의 대표 히트곡인 '고산저곡'과 2015년 발표곡 '안도생적착(安徒生的?)'은 각각 2014년과 2016년 홍콩의 유명 가요상인 '10대 중문금곡(十大中文金曲)'에 선정됐고 또 다른 히트곡 '일쌍수(一雙手)'는 2016년 '10대 경가금곡(十大勁歌金曲)', '유인공명(有人共鳴)'은 2017년 '10대 중문금곡(十大中文金曲)' 수상작에 올랐다.
캐나다서 생물학 연구, '청운' 품고 태평양 건너
▲ 필 램은 2014년 큰 인기를 얻은 ‘고산저곡(高山低谷)’을 시작으로 ‘일쌍수(一雙手)’ ‘유인공명(有人共鳴)’ ‘애정소품(愛情小品)’ 등 히트곡을 발표했다. |
ⓒ 필 램 인스타그램 |
음악 장르나 공연 방식만 보면 국내 가수 중에는 버스커 출신 발라더 홍대광이 연상되는데 그의 성장 배경으로 눈을 돌리면 캐나다 출신 '음악 천재' 헨리(Henry)나 미국 출신 에릭 남(Eric Nam) 등에 더 가깝다. 캐나다의 한 섬마을에서 성장한 필 램은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UBC)에서 세포생물학과 유전학을 공부하는 연구생이었다.
그는 2007년 캐나다에서 열린 중국 노래 경연 대회에 참가했다가 예기치 않게 우승을 차지한 것을 계기로 마음 속 꿈인 '싱어송라이터'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태평양을 건너 홍콩에 간 그는 자신의 음반을 내줄 레이블(음반회사)을 찾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제 자신에게 2년이라는 시간을 주고 제 음반을 내줄 회사를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잘 해결이 안 됐다면 저는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공부를 이어갔을 거예요. 언제라도 과학 분야로 돌아갈 수 있다거나 음악계에서 은퇴한 뒤 과학 연구를 할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언젠가 의학?과학 분야에 기여하면서 개발도상국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
▲ 필 램이 서울대학교 유전공학연구소 현판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수많은 팬들의 관심 섞인 반응이 이어졌다. |
ⓒ 필 램 인스타그램 |
"제가 서울대 캠퍼스에 간 것은 약혼할 여성 때문이었어요. 그녀는 한국 아이돌 BTS(방탄소년단(BTS)을 좋아해요. BTS가 서울대 안에 있는 폐수영장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적이 있는데 바로 그 장소에 저를 데리고 간 거죠. 하하"
한국 가수와의 '콜라보' 꿈, 관심 1호는 씨엔블루 정용화
▲ 필 램은 색소폰을 쓰는 재즈 장르를 가장 좋아하지만 발라드와, 알앤비(R&B), 밴드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사랑한다. |
ⓒ 필 램 인스타그램 |
필 램은 평소 존경해온 아티스트로 대만 스타 가수 임준걸(JJ Lin)을 꼽았는데 그는 씨엔블루 멤버 정용화와 함께 음악 작업을 하면서 가까운 사이가 된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필 램 역시 한번쯤 한국 스타 아티스트와 '콜라보'(협동 작업)를 해보는 날을 꿈꾼다.
"가수가 미디어의 도움 없이 사람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듣게 할 기회를 얻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음악은 언어 장벽과 국가 장벽을 넘을 수 있어요. 언젠가는 한국의 아티스트와 콜라보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 동영상사이트 유튜브(Youtube)에서 필 램을 검색하면 홍콩 밤거리나 쇼핑몰 무대 등 공공장소에서 소규모 버스킹 공연을 연 영상을 두루 볼 수 있다. 음악 장르나 공연 방식만 보면 홍대광이 연상되지만 그의 성장 배경으로 눈을 돌리면 캐나다 출신 ‘음악 천재’ 헨리나 미국 출신 ‘엄친아 가수’ 에릭 남 등에 더 가깝다. |
ⓒ 대만 KKBOX |
"제가 직장도, 직업도 없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등바등했던 지난 세월 동안 그녀는 절대로 제 곁을 떠나지 않았어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인 그녀에게 마침내 적절한 안식처를 마련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축복이에요."
한국 나이로 올해 33세. 스타 생활이 제법 익숙해졌지만 필 램은 어릴 적 꿈을 이룬 현재에 대해 늘 감사함을 잊지 않는다. 그런 마음을 담았던 히트곡 '고산저곡'은 고된 일상에서도 기운을 내고픈 홍콩 대중들 사이에서 따뜻한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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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중국 대중문화 전문 인터넷미디어 <차이나스타리포트>(chinastar.co.kr)와 네이버 블로그 <이강훈 기자의 중국 대중문화 돋보기>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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