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포착] 여성 근로자의 삶 '성희롱·정책 부실·경력단절'

심유철 2017. 5. 1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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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아나운서 ▶ 키워드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심유철 기자의 키워드 포착. 오늘도 쿠키뉴스의 심유철 기자와 함께 합니다. 심유철 기자, 어서 오세요.

심유철 기자 ▷ 네. 안녕하세요. 심유철 기자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오늘 제시해 주실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심유철 기자 ▷ 네. 오늘 제가 제시할 키워드는, 여성 근로자의 삶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아마 많은 여성분들이 공감할 내용인 것 같은데요. 심기자, 어떻게 이번 내용을 취재하게 된 건가요?

심유철 기자 ▷ 네. 김포공항 청소 노동자들의 파업 사태. 기억하실 겁니다. 저임금, 쉬운 해고, 언어 성희롱에 성추행까지 이루어지며 비정규직 여성들이 겪는 고충의 결정판을 보여주었는데요. 파업 후, 과연 개선이 이루어졌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여전히 그들은 불안한 삶 속에서 스스로를 달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획취재팀에서 취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같은 여자로서, 안타깝고 또 화도 나는 게 현실인데요. 그렇게 차별과 모욕을 당하면서도 참은 건, 모두 비정규직이기 때문인가요?

심유철 기자 ▷ 네. 김포공항 청소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6030원과 하루 11시간 근무, 인격 모독을 모두 감내했던 이유는 딱 하나. 비정규직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매년 12월이 되면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게 되는데요. 그 때에 재계약이 되지 않으면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니, 그들은 매일 매일 불안한 상태로 지낼 수밖에 없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러게요. 전체 고용률을 올린다고 해서 그게 다가 아닌데 말이죠. 그리고 특히 비정규직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집중되어 있어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심유철 기자 ▷ 알고 계신 것처럼, 여성 임금 근로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남성의 두 배입니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요. 지난 3월 기준으로, 여성 임금 근로자 842만 3000명 중 비정규직 근로자는 339만 5000명. 약 40.3%이었습니다. 남성 임금 근로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22.5%였고요. 그리고 특히, 50대 이상 비정규직 대부분은 여성이 차지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단순히 비정규직 비율만 높은 건가요 아니면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받는 대우도 남성 근로자들과 다른가요?

심유철 기자 ▷ 임금 격차로도 이어져 있습니다. 비정규직 여성 임금은 정규직 남성의 40%에도 못 미치거든요. 지난 2014년 기준 OECD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여성 저임금 근로자 비중은 37.8%로 22개 회원국 중 가장 높았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임금 격차에 대한 내용. 좀 더 자세히 살펴볼게요. 그러니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10명 중 4명은 저임금에 시달리는 것이죠?

심유철 기자 ▷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비율은 경제 협력 개발 기구 중 가장 높았는데요. 여성 저임금 근로자 비중은 2000년에 45.77%로 절반에 육박했지만. 이후 서서히 떨어져 2011년부터 30%대로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다른 국가와의 격차는 큰 상태죠.

김민희 아나운서 ▶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어떤가요?

심유철 기자 ▷ 주요국과 비교해보면 차이는 더욱 두드러지는데요. 미국은 29.54%, 영국 26.99%, 독일 25.94%, 일본 25.52%로, 한국보다 적게는 약 8%포인트에서 많게는 12%포인트 넘게 낮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우리나라 여성에게 특히 저임금 근로자 비율이 높다는 것. 그건 뭘 말해주는 걸까요?

심유철 기자 ▷ 그건 여성들이 임시직과 일용직, 단순 노무직 등 불안정하고 질 낮은 일자리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또 결혼과 출산,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이전보다 못한 일자리를 얻는 경우가 많은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이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결혼과 출산,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결혼 전보다 못한 일자리를 얻는 것. 그렇게 돼서 임시직이나 일용직, 단순 노무직과 같은 일자리밖에 얻지 못한다는 점. 그건 사회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 사실 남성은 그런 일을 당하지 않잖아요. 결국 여성들만 제자리걸음이거나 혹은 뒤로 더 처지게 되는 것 아닌가 싶은데 어떤가요?

심유철 기자 ▷ 그렇죠. 그리고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고충은 또 있습니다. 여성 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큰 격차를 보였는데요. 지난 7월 한국보건사회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상용 육아휴직 사용률은 46.9% 였는데요. 임시일용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1.9%에 그쳤습니다. 결국 임시, 일용직 여성이 출산하면 직장을 그만두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팽배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왜죠? 육아휴직은 계약직에게도 법적으로 보장돼 있지 않나요?

심유철 기자 ▷ 물론 보장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현실은 다르죠. 보통 여성 계약직이 육아휴직을 쓰겠다고 하면 사용자 측은 이를 거부하고 아예 나가라고 하거나, 육아휴직을 주는 대신 돌아오지 말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당연히 떳떳하게 써야 할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고 아예 그만둬야 한다는 게 말은 안 되지만, 현실상 그렇다는 것이 정말 문제인 것 같은데요. 그 외에 또 다른 고충은 없나요?

심유철 기자 ▷ 성희롱을 가장 많이 당하는 사람도 비정규직 여성입니다. 지난 4월 여성가족부가 민간, 공공기관 1600곳 7844명을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바에 따르면요. 2, 30대 비정규직 여직원들이 직장 내 성희롱을 가장 많이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거든요. 그리고 성희롱 피해 경험자의 78.4%가 성희롱 피해에 대처하지 않고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렇다면 당연히 그 가해자는 남성 정규직이겠죠?

심유철 기자 ▷ 네. 직장 내 성희롱의 경우, 가해자는 대부분 피해자보다 직급도 높고 직장 내 네트워크도 갖춘 남성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직도 남성이 정규직 전환이나 상여금을 더 준다는 조건을 제시하며 여성에게 성적 제안을 하는 사례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영화 속 이야기 같은 일이 현실에서도 일어나고 있군요. 그럼 상황이 이렇게까지 흐르는 동안, 정부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경력이 단절되고, 전보다 못한 일자리를 얻게 되고. 거기서 차별 당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동안 아무 대책도 나오지 않은 건가요?

심유철 기자 ▷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지난 4월 여성 일자리 대책을 발표하고 내년 세제 개편안에도 경력 단절 여성을 고용하는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담는 등 여성 일자리 대책을 내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안정한 단기 일자리 확충은 한계가 있고요.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그 내용 좀 자세히 살펴볼게요. 정부가 경단녀. 즉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을 위한 해결책을 내놓은 건가요?

심유철 기자 ▷ 네. 대표적인 예로 시간 선택제 일자리 제도를 들 수 있는데요. 시간 선택제 일자리는 일, 가정 양립을 위해 기존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제도입니다. 정부는 시간 선택제 일자리가 근무시간만 짧을 뿐, 정규직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해왔고요. 또 그 제도를 통해 고용률 70% 달성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홍보했죠. 지난 2013년 말 삼성, 한화, 지에스 그룹 등 10대 그룹은 시간 선택제 일자리 1만 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그래서요? 어떻게 됐나요?

심유철 기자 ▷ 실상은 완전 달랐죠. 시간 선택제 일자리 사업은, 간접 고용 비정규직 일자리에 집중됐습니다. 가장 많은 규모인 6000명을 뽑기로 한 삼성그룹을 비롯해서 대부분 대기업은 2년 계약직 형태로 근로자를 채용했고요. 이들 대기업은 최저임금 130%. 중소기업은 120% 이상의 임금, 무기 계약직, 주 15시간에서 30시간 노동 등의 정부 지원 요건을 맞추지 못해 지원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은 기업은 대기업에 인력을 공급하는 파견, 도급업체들이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결국 이번에도 실패한 정책이네요.

심유철 기자 ▷ 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시간 선택제 근로자를 채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기존의 계약직 근로자를 해고한 사례도 있었거든요. 정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2년 동안 근무 후, 무기 계약직 전환을 앞두고 있는 상태에서 해고당하는 건데요. 계약직을 자르고 시간 선택제 근로자를 고용하는 게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러니까 말이 시간 선택제 근로자인 거지, 결국 불안한 근무 환경을 가진 비정규직인 거잖아요. 그리고 비정규직 중에서도 더 힘든 사람들이 4대 보험에 미가입 된 여성 근로자들인 것 같아요. 그들은 가장 기본적인 보장도 받지 못하는 거잖아요.

심유철 기자 ▷ 네. 맞습니다. 주당 15시간미만을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는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과 퇴직금, 연차수당 등을 보장받지 못하는 등 근로 환경이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가사도우미, 학교비정규직이나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하는 근로자들에게 해당되는 단시간 근로자들이고요. 현행 근로기준법상 단시간 근로자는. 일반 근로자보다 1주에 일하는 시간이 적은 근로자를 말하고요. 그 중에서도 주당 15시간미만을 일하거나 한 달 간 근로시간이 60시간 미만인 경우를 통상 초단시간 근로자라고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 초단시간 근로자도 대부분 여성이죠?

심유철 기자 ▷ 네. 국내 초단시간 근로는 당초 장시간 근로를 줄이고 여성의 취업 기회를 확대하되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방안으로 장려됐거든요.

김민희 아나운서 ▶ 일하는 시간을 짧게 해서 일과 가정 모두를 지킨다는 취지는 알겠지만. 문제가 많아 보여요.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들이 있나요?

심유철 기자 ▷ 법률적으로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을 보장 받지 못하는 점, 주휴수당 및 연차수당, 퇴직금 등을 적용받지 못하는 점, 저급여 등 열악한 환경 등을 꼽을 수 있고요. 또 2년을 초과 근무하더라도, 기간제법에 따른 무기 계약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임금 면에서 보면 어떤가요?

심유철 기자 ▷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근로형태별 근로자 월평균 임금을 살펴보면 일반 근로자는 매년 임금이 오른데 비해 단시간 근로자와 초단시간 근로자는 임금 변화폭이 작았습니다. 그나마 단시간 근로자는 2002년 66만 5000원에서 지난해 76만 5000원으로 증가했지만,  초단시간 근로자는 2002년 55만원에서 지난해 30만 1000원으로 오히려 줄었죠.

김민희 아나운서 ▶ 결국 당장 수입이 필요하지만 보다 나은 일자리는 구하기 어려운 여성들에게 그런 일자리가 돌아가게 되는 구조인 것 같아요.

심유철 기자 ▷ 네. 시간이 지날수록 질 나쁜 일자리에 여성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여성 비정규직도 초단시간화도 동시에 진행됐고요. 결국 여성 중심의 초단시간 일자리 확대가 결국 성차별의 심화로도 이어진 것인데요. 이러한 증가세는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박근혜 정부의 양질의 시간 선택제 일자리 정책은 좋은 시간제 일자리 만들기에 실패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김민희 아나운서 ▶ 또 실패한 정책이 하나 더 나왔네요. 그럼 이런 상황이 온 것에 대해 정부에서는 뭐라고 이야기하고 있나요?

심유철 기자 ▷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반대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경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과 양질 일자리 확산에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고, 특히 전일제 근로자가 일정 기간 근로시간을 단축해 근무하는 전환형 시간 선택제 일자리는 기혼 여성들의 수요가 많다는 거죠. 또 시간 선택제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기존의 계약직 근로자를 해고하는 등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파악된 바 없다고 답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관계 기관에서는 부정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나타난 문제인 만큼, 정확한 해결책이 나와야 할 것 같아요.

심유철 기자 ▷ 그렇습니다. 여성 경력 단절을 처음부터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시간 선택제 일자리 같은 경우도, 듣기에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여성들이 쉽게 신청 할 수 없다는 어려움이 따르고요. 실제로도 전일제에서 시간제로 가기는 쉽지만 이후 다시 전일제로 돌아오지 못하고 낙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노동개혁 등 대기업 중심적인 정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낙오되는 자는 바로 여성이니까요. 정부는 여성 경력 단절 예방에 주력하거나 기업이 정규직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것을 감시하는 등의 행동이 필요하겠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여성 근로자 중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네요. 부디 앞으로 정확한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서 여성 근로자들이 손해보고 또 차별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키워드 포착.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심유철 기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심유철 기자 ▷ 네. 감사합니다.

tladbcjf@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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