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포착] 엄마 속 썩이는 '태권도 단증 심사'

심유철 2017. 5. 1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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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아나운서 ▶ 심유철 기자의 키워드 포착. 오늘도 쿠키뉴스의 심유철 기자와 함께 합니다. 심유철 기자, 안녕하세요.

심유철 기자 ▷ 네. 안녕하세요. 심유철 기자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오늘 제시해 주실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심유철 기자 ▷ 네. 오늘 제가 제시할 키워드는, 단증장사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오늘은 태권도 승급 심사비에 대한 내용이군요. 단증 장사로까지 불리고 있다니, 문제가 심각한 것 같은데요.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태권도를 배우게 하는 경우가 꽤 많잖아요. 심유철 기자, 승급 심사비가 그렇게 학부모들에게 큰 부담을 주나요?

심유철 기자 ▷ 네. 승급 심사비는 오래 전부터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문제인데요. 그러다보니, 태권도 승품단 심사비용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은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대체 어느 정도 비용이 들기에 그런 건가요?

심유철 기자 ▷ 현재 심사비는 1품 기준으로 12만원에서 18만원 수준입니다. 품이 높아지면 비용도 같이 올라가는데요. 2품과 3품의 심사비는 20만 원대이고요. 4품은 무려 40만원에 달하는 지역도 있습니다. 만 15세 미만의 학생은 품이고, 15세 이상부터는 단으로 전환되는데, 품은 1품에서 4품까지, 단은 1단부터 9단까지 있기 때문에 부모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죠.

김민희 아나운서 ▶ 4단은 40만원에 달하는 지역도 있다고 하셨는데요. 그럼 지역에 따라서도 심사비용 금액이 차이난다는 건가요?

심유철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지역마다 금액이 차이가 나는데요. 승품단 심사 권한을 각 시, 도 협회에 위임했기 때문에 지역마다 사유와 재량에 따라 비용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하죠. 그리고 근거 없는 부과 기준도 문제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지역 별로 차이가 나고, 부과 기준도 근거가 없다.. 그렇다면 대체 심사비는 왜 그렇게 비싼 건가요? 심사비가 비싼 이유에 대해 알려주세요.

심유철 기자 ▷ 그건 국기원이 심사의 권한을 여러 기관에 위임하면서, 수수료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심사비는 각 도장, 시, 군, 구 지회, 시, 도 협회, 대한 태권도 협회, 국기원이 5중으로 나눠 갖는 구조인데요. 국기원은 등록 수수료, 대한 태권도 협회는 심사 추천료, 시,  도 협회는 심사 시행 수수료의 명목으로 비용을 배분받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국기원이 가진 심사의 권한을 어떻게 다른 여러 기관에 나눠서 위임하게 되는 건가요?

심유철 기자 ▷ 그걸 재위임 구조라고 하는데요. 먼저 국기원은 5단 이하 승품, 단 심사 시행 권한을 대한 태권도 협회에 위임하고요. 대한 태권도 협회는 그 심사권을 다시 17개 시, 도 태권도 협회에 재위임합니다. 또 일부 시, 도 태권도 협회는 시, 군, 구 지회에 또 다시 심사 시행 권한을 재위임하면서 심사 추천료 등을 징수하게 되는 것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러니까 결국 소비자는 일선 도장, 시, 군, 구 지회, 시, 도 협회, 대한 태권도 협회, 또 국기원까지 다섯 단계에 걸쳐 수수료를 내야 하는 상황인 건데요. 꼭 그렇게 심사를 진행해야 하는 건가요? 소비자가 중간 단체를 생략하고 국기원에서 바로 심사를 볼 수는 없나요? 

심유철 기자 ▷ 네. 불가합니다. 국기원 정기 심사는 대한 태권도 협회와 각 시, 도 태권도 협회에 회원으로 등록된 도장 단체를 통해서만 신청을 받고 있고요. 특별 심사 또한 시, 도 협회에 가입되지 않은 도장 단체 또는 학교 수련생을 상대로 하고 있습니다. 결국 도장이나 단체를 거치지 않고 개별적으로 심사를 신청할 수는 없는 구조인 거죠.

김민희 아나운서 ▶ 울며 겨자 먹기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건데요. 그럼 그들이 걷는 심사 수수료는 대체 어느 정도나 되나요?

심유철 기자 ▷ 그들이 받는 수수료 규모는 상당합니다. 서울시 태권도 협회 관련 자료에 따르면, 협회가 2012년 승품, 단 심사 수수료로 거둬들인 금액은 50억 원이 넘거든요. 또 잇따른 응시자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국기원과 대한 태권도 협회, 시, 도 협회는 지난해 수수료를 일제히 인상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이미 불만의 목소리가 높고, 객관적으로 봐도 심사비용이 너무 비싼데, 거기서 또 올렸다고요? 얼마나요?

심유철 기자 ▷ 국기원은 지난해 1월 29일, 승품, 단 심사 발급 수수료를 조정했는데요. 기존 1품부터 4품까지 7,100원부터 1만 1600원까지 차등 부과하던 것을 1품에서 4품까지 일괄 1만원으로 통합했고요. 1단부터 3단까지 7,600원부터 1만 1600원씩 부과하던 수수료는 일괄 1만 2000원으로 변경됐습니다. 국기원이 수수료를 인상한 뒤, 대한 태권도 협회와 시, 도 협회도 줄줄이 비용을 올렸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국기원의 존재 목적은 대한민국의 고유한 문화유산인 태권도를 발전시키는 것이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수수료는 왜 그렇게 올린 건가요?

심유철 기자 ▷ 거기에 대해 국기원은 단증의 잠재적 가치와 등록 전반에 관한 인건비 등 원가 인상률을 반영해 결정했다고 설명했고요. 2007년 이후 처음 인상한 것이라며, 4품의 경우 비용이 오히려 내려갔다고 덧붙였는데요. 문제는 승품, 단 심사가 대부분 1품과 1단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국기원의 품, 단 별 수수료 통합은 그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러니까 4품의 경우 비용이 오히려 내려갔지만, 현실상 4품 심사는 별로 없다는 거죠?

심유철 기자 ▷ 네. 2014년 기준으로 국내 유단자는 총 800만 명에 달하는데요. 그 중 65%인 530만 명이 1단과 1품에 편중돼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도움도 안 되는 일에 생색만 낸 꼴이네요. 그리고 또 문제는, 국기원이 수수료를 인상한 뒤, 대한 태권도 협회와 시, 도 협회도 줄줄이 비용을 올렸다는 것 같아요.

심유철 기자 ▷ 그렇습니다. 국기원이 수수료를 인상하자, 대한 태권도 협회와 시, 도 협회까지 심사 수수료 인상에 동참했는데요. 대한 태권도 협회는 1품에서 4품까지 4,100원에서 6,200원까지 부과하던 수수료를 일괄 6,000원으로 적용하고요. 1단에서 3단까지 4,400원에서 6,200원으로 부과하던 수수료를 7,000원으로 인상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이른바 띠 값까지 추가되면, 학부모들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지게 되죠.

김민희 아나운서 ▶ 띠 값이요?

심유철 기자 ▷ 네. 국기원 승단품 심사 전까지 도장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승급 심사는 10급에서 1급까지인데요. 문제는 띠 개수와 비용에 대한 통일된 체계가 없다는 점입니다. 원래 국기원의 공식 품띠는 오방색에 따른 흰 띠, 노란 띠, 파란 띠, 빨간 띠, 검은 띠. 이렇게  다섯 가지뿐이지만요. 몇 년 전부터 초록 띠, 밤 띠, 주황 띠, 보라 띠 등 다양한 색의 띠가 추가돼, 개수가 8개에서 16개까지 늘어났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저도 미처 몰랐던 띠의 색이 정말 많네요. 그러면 학부모들은 그 띠를 바꿀 때마다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건가요? 

심유철 기자 ▷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띠의 개수가 늘어난 이유가 학생들의 동기 부여를 위해서인지, 아니면 단순히 도장의 상술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한 상태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이러니 단증 장사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겠어요. 터무니없이 높고, 부과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 태권도 승급 심사비용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그렇다면, 심사 자체는 투명하게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해요. 심유철 기자, 어떤가요? 잘 이루어지고 있나요?

심유철 기자 ▷ 심사 방식도 평범하지 않습니다. 매달 전국에서 열리는 승품, 단 시험 응시자는 지역 당 2000명에서 3000여명 정도입니다. 그러나 심사위원은 5명 내외인데요. 결국 심사위원 한 명당 400명에서 600명의 학생을 맡은 꼴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심사위원 한 명이 몇 백 명의 학생들을 다 평가한다고요? 그게 가능한가요? 그건 정해진 기준이 없나요?

심유철 기자 ▷ 국기원은 승품, 단 심사에서 심사 위원은 심사 규모에 따라 3인 이상 10명 이내로 편성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심사 위원들은 각각 2, 3명씩 품새와 겨루기 파트에 배정되고요. 한 번에 열 명이 넘는 응시자를 본 후, 2분 안에 합격 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학생들이 겨루는 걸 제대로 볼 수나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걸 두고 제대로 심사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심유철 기자 ▷ 그렇죠. 그래서 형식적인 심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돈만 내면 다 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요. 실제로 100%에 가까운 합격률을 보이고 있기도 하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100%에 가까운 합격률이요?

심유철 기자 ▷ 네.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특별 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승품 심사 결과 합격률은 98.6%이었습니다. 불합격률은 1.4%에 불과했죠,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결국 부모들은 꽤 많은 돈을 내고 자녀의 심사를 부탁해야 하는데요. 현실이 이러하니, 국기원에 대해 단증 장사라는 비판적인 여론이 계속되고 있죠? 

심유철 기자 ▷ 그렇죠. 국기원은 거기에 또 특별 심사를 진행하려 했다가 단증 장사라는 비판 여론에 부딪혀 계획을 접기도 했는데요. 그 특별 심사에 대해 잠깐 설명 드리면, 300만 원 가량의 비용을 내면 태권도 4단 보유자는 8단까지, 5단 보유자는 9단까지 승단할 수 있는 심사입니다. 그리고 그 특별 심사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월단을 신청하는 만큼 구간 심사비용이 차등으로 요구되는데요. 기본 두 단계는 100만원, 3단계는 150만원, 4단계는 200만원, 5단계는 250만원의 기금을 내야 하는 것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럼 만약, 1단에서 6단을 신청하게 되면, 총 5단계로 250만원의 기금을 내야 하는 건데요. 아무리 특별 심사라고 해도 좀 과하네요.

심유철 기자 ▷ 과하죠. 또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심사 신청자 중 심의위원회에서 적정성을 따져 대상자로 확정되면, 4박 5일간의 특별 심사 연수를 이수해야 하는데요. 그 연수를 수료하면, 국기원에서 연간 4회 실시하는 6단에서 9단 고단자 심사에 응시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또 고단자 심사비용이 청구됩니다. 1단에서 6단은 45만원, 5단에서 9단은 70만원이니까요. 1단에서 6단으로 최종 연수와 심사까지 보려면 총 295만원을 납부해야 하는 꼴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아무리 기금이라 해도 단증 장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테니, 일단은 접은 것 같은데요. 또 언제 이런 특별 심사를 내어놓을지 모르겠네요. 오늘 키워드 포착에서는 국기원의 단증 장사로 불리는 태권도 승급 심사비용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는데요. 심유철 기자, 오늘 내용 정리해주세요.

심유철 기자 ▷ 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태권도 띠와 승급 체계가 지나치게 세분화 되어있고요. 또 명확한 이유를 알려주지 않고 심사에 높은 비용을 청구해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이중 삼중으로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은 태권도가 학부모들에게 상업적이라는 인상을 준다는 건, 개선이 필요한 일이겠죠. 승품단 승급 심사비가 비싸다는 여론을 귀담아들어, 합리적인 심사비를 다시 책정해야 할 텐데요. 문화 체육 관광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비용을 부과하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태권도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친근히 여기는 스포츠인 만큼, 태권도와 관련된 일들이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흘러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키워드 포착 여기서 마칩니다. 심유철 기자, 오늘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심유철 기자 ▷ 네. 감사합니다.

tladbcjf@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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