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가 가봤습니다]호남 표심 막판에 어디로 쏠리나, 문재인이냐 vs 안철수냐

김준희.김호 2017. 5. 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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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후보 지지층 "정권교체 우선"
안 후보 지지층 "기성정치 반감"
심상정·유승민에 '소신 투표'도
홍준표 득표율 10% 넘길지 관심

"대한민국이 변화를 시작하는 날이라는 설렘에 잠도 설쳤습니다. 오전 6시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서 일단 집을 나왔습니다."

제19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오전 5시50분쯤 광주광역시 광산구 우산동 송우초등학교 학부모회실(우산동 제1투표소). 부인과 함께 투표장을 찾은 60대 유권자가 밝은 표정으로 "빨리 한 표를 행사해 대한민국을 모두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손에는 비에 젖은 투표안내문을 꼭 쥔 채다.

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도 이 투표장에는 투표 시작 시간인 오전 6시가 되기 전 유권자 20여 명이 몰렸다. 뜬눈으로 밤을 새운 노인부터 일찌감치 투표를 하고 출근하려는 직장인까지 세대는 다양했다. 부부와 아들 등 온가족이 함께 나온 경우도 있었다.

오전 6시가 되자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아 차례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투표소를 빠져나온 이들은 "이번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된다"고 하거나 "예상을 깨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당선될 것 같다"고 전망하는 등 다양한 결과를 예측했다.

두 정당은 호남의 민심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지난 4일부터 5일까지 진행된 사전투표에서 호남 지역의 투표율은 세종시에 이어 전국 최고 수준이었다. 이를 두고 두 정당은 물론 각 후보의 지지자들도 서로에게 유리한 해석을 했다.

이날 오전 투표를 마친 유권자 김광만(57)씨는 "국민 상당수가 정권교체를 바라고 있고, 정권교체의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한다면 대통령이 누가될지는 정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권자 박모(56ㆍ여)씨는 "대선 후보들의 토론을 지켜보며 최근 지지 후보가 바뀌었다"고 했다.

호남 지역에서는 문 후보나 안 후보가 큰 표를 얻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다만 '정의로운 보수'를 내세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나 거침 없는 발언으로 젊은 세대의 표심을 노린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득표율도 관심 대상이다. "광주가 10%만 찍어주면 은혜를 갚겠다"고 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득표율도 실제 이를 넘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직장인 박모(34ㆍ여ㆍ목포시)씨는 "소속 정당의 규모와 함께 후보의 공약과 진정성을 모두 고려해 투표했다"고 말했다.

9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동 제3투표소가 설치된 전라중 강당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김준희 기자
14개 시·군, 615개 투표소에서 투표가 진행 중인 전북 지역도 막판까지 '문재인이냐, 안철수냐'를 두고 팽팽히 맞서는 분위기다. 여기에 TV 토론과 바른정당 탈당 사태를 거치면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진 상태다. 소수지만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찍은 유권자도 있다.
이날 오전 9시 전북 전주시 덕진동 제3투표소가 설치된 전라중 1층 강당도 새 대통령을 뽑으려는 유권자들로 북적였다.
9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동 제3투표소가 설치된 전라중 강당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김준희 기자
공표 금지 전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린 "문재인 후보를 찍었다"는 사람이 많았다. 주로 정권 교체와 적폐 청산을 바라는 유권자들이 문 후보 쪽으로 결집했다. 공유리(37·여), 하상민(37)씨 부부는 문 후보에 표를 몰아줬다.남편 하씨는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 모두 진보 성향으로 나뉘지만 집권하면 정책 추진에 힘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의석 수가 많은 더불어민주당이 소수 정당인 국민의당보다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양모(49·여)씨는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면서도 "정권 교체가 우선인데 하도 여론이 요동친다고 해서 엉뚱한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1번(문재인)을 찍었다"고 말했다.박모(54)씨는 "대통령이 되면 남북 관계와 통일이 뭣보다 중요하다"며 "국정 경험이 많은 문재인이 안철수보다 잘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안철수를 찍었다"는 유권자도 만만찮았다. 대부분 기성 정치권에 반감이 있거나 반(反)문재인 정서가 강했다. 20대 딸과 함께 투표소에 나온 김모(56·여)씨는 "미래 대통령으로서 청렴하고 말이 초지일관 같은 안 후보를 뽑았다"고 말했다. 나모(69)씨는 "문재인은 노무현 정부 때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하면서 때가 많이 묻었지만 안철수는 비교적 젊고 신선하다"고 말했다. 박모(82)씨는 "안철수는 문재인같이 사납지 않고 덕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찍은 유권자도 있다. "서울에서 대학을 나오고 학교 일을 하고 있다"고 본인을 소개한 이모(65)씨는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친노파와 비노파로 나뉘어 5년 내내 나라가 시끄러울 것"이라며 "홍준표가 독선적인 면이 있지만 맺고 끊는 게 분명해 오히려 국정을 추진력 있게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유례 없는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전략 투표'와 '소신 투표' 사이에서 고민하는 유권자도 적지 않았다. 직장인 유모(34)씨는 "원래는 안철수를 지지했는데 여론 추이를 보면 문재인이 대통령이 될 것 같다"며 "차라리 노동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정의당이 장기적으로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심상정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전주·광주=김준희·김호 기자 kim.junhee@joongang.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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