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덴 형제답다, 양심 후벼파는 영화 <언노운 걸>
[오마이뉴스권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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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언노운 걸> 포스터 |
| ⓒ 오드 |
소녀가 죽은 것이 제니만의 잘못이 아닌데, 제니라는 캐릭터에 너무 많은 희생과 헌신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밤늦게 병원문을 두드린 소녀가 변사체로 발견되기 전까지의 제니는 현재 임시로 일하고 있는 병원으로부터의 탈출을 강력히 꿈꾸고 있었다. 벨기에 리에주의 빈민가에 위치한 이 병원의 근로 환경은 모든 면에서 열악하다.
리에주에도 24시간 응급실을 갖춘 종합병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제니를 찾는 환자들은 큰 병원에 가길 거부한다.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기는 하지만, 개중에는 불법 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종합병원으로 가길 거부하는 환자도 상당수다. 그래서 제니는 원내진료를 하는 틈틈이 병원 방문이 어려운 환자를 위한 왕진도 다녀야한다. 진료 시간이 끝난 늦은 밤에도 응급환자라는 이유로 왕진을 나가야하는 일이 다반사다. 심지어 간호사도 없이 제니 혼자 병원을 운영해야 한다.
아무리 환자 진료를 최우선으로 여겨야 하는 의사라고 해도, 그녀만을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제니는 자연스레 다른 병원으로 탈출을 꿈꾸고, 그녀의 소원대로 근무 환경이 좋은 종합병원으로 이직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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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드 |
아프리카 출신 불법체류자였던 소녀의 이름을 아는 것은 쉽지 않았다. 소녀의 죽음과 관계되어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진실을 말하기 꺼린다. 경찰도 소녀의 정체와 사인을 밝히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오직 소녀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는 그 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는 죄책감에 휩싸인 제니 뿐이다.
<언노운 걸>에서 제니가 원하는 것은 딱 두가지다. 소녀의 이름과 사인. 소녀의 죽음을 방치했다는 죄책감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제니는 진실을 알기 위해 스스로 고행을 택한다. 소녀가 죽은 것은 안타깝지만 꼭 그럴 필요까지 있냐는 질문에 제니는 온몸으로 "그렇다"를 외친다. 소녀의 죽음과 관계된 사람들을 차례대로 만나게 된 제니는 그들을 다그치지도, 경멸하지도 않는다. 나도 당신들과 똑같이 소녀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고, 그래서 진실을 말하고 죄의식에서 함께 벗어 나자고 그들을 설득한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가 늘 그렇듯이 <언노운 걸>에는 현재 유럽 사회를 둘러싼 여러가지 사회 문제가 동시에 등장한다. 서민들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의료 복지 환경이 구축되어 있지 않는 열악한 환경에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여자 의사는 매춘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불법체류자 소녀의 사망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제니의 환자들은 하나같이 사회의 변두리로 밀린 가난한 사람들로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불법체류자들은 벨기에 국민들이 받는 기본적인 사회 보장 혜택조차 받지 못한다. 제니가 큰 병원으로 가라고 권유를 해도 그들은 통 말을 듣지 않는다. 행여나 자신들의 정체가 들통나서 벨기에에서 쫓겨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은 소녀의 이름이 쉽게 밝혀지지 않는 것도, 소녀의 죽음이 지역 사회 내에서 은밀히 쉬쉬 되는 것도 법적으로 벨기에 국적이 아니었던 소녀의 신분과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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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드 |
제니가 원하는 대로 소녀의 이름을 찾아주는데 성공했지만, 정작 제니의 삶은 소녀를 알기 이전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름을 찾아준 대가로 돌아오는 경제적인 대가는 아무 것도 없었다. 여전히 시도때도 없이 그녀를 찾는 환자들을 혼자 응대해야하는 격무에 시달려야하고, 그렇게 해서 제니에게 쥐어지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세속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때, 소녀의 이름을 찾아주기 위해 좋은 직장의 이직까지 포기한 제니의 선택은 안타깝고 어리석게 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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