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말~5월 초 찾아다니며 먹는 '봄나물의 제왕' 옻순 음식을 얘기하려고 한다. 올해는 이미 때가 늦은 기사다. 내년에 참고하시라고 쓴다. 옻을 타는 사람에게도 쓸모가 없다. 약간 타기는 하지만 어떤 맛인지 궁금한 사람에겐 도움이 될 만한 내용도 있겠다. 옻순이나 옻 가공식품이 궁금한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도 약간은 있다.
나는 매년 4월 마지막과 5월 첫 주말에는 다른 약속을 하지 않는다. 옻순을 즐기러 산지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봄이 오는 속도가 달라 융통성 있게 두 주일을 잡는다. 이때 옻순 좋아하는 사람들을 수소문해 봄 미각을 즐기러 간다. 봄나물 서열이 ①옻나무 순 ②참(가)죽나무 순 ③음나무 순 ④두릅 순이라는 속설이 있다. 맛이 기준이다. 모두가 풀이 아니라 나무의 순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네 가지 나물이 서로 비슷하다는 말들을 하는데 조금만 들여다보면 전혀 다르다. 나는 해마다 이 넷을 갖춰 먹으면서 속설의 서열에 동의하고 공감한다. 알레르기의 위험만 해결된다면 옻순이 봄나물의 제왕이라는 생각이다. 호시절을 어찌 그냥 보내랴.
옻순 알레르기가 있는지 스스로 모르는 사람은 간단한 테스트 방법이 있다. 생 옻순에서 줄기 하나를 꺾어 단면을 팔목 안쪽에 살짝 문지른다. 30분 정도 기다리며 반응을 살핀다. 별 느낌이 없으면 옻을 타지 않는 것이다. 바로 가려운 사람은 옻순을 먹으면 안 되고 팔목을 얼른 물로 씻어야 한다. 약간 가렵지만 옻순을 꼭 먹고 싶은 사람은 항히스타민제를 미리 한 알 먹으면 된다. 약하게 타는 사람은 여러 번 먹어서 내성을 기르면 된다는 얘기도 있다. 알레르기는 옻의 화학 성분인 우르시올 때문인데 체질·체력에 따라 반응이 다르게 나타난다. 옻을 타지 않던 사람도 병을 앓거나 허약해지면 타게 된다. 현재로서는 옻이 올라도 가려움증을 완화해주는 항히스타민제 외에 특별한 방책이 없다. 평생 옻칠 일을 한 어떤 장인은 ‘옻을 먹고 나서는 참을 만하게 가려워야 약효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정도의 가려움은 한방에서 말하는 일종의 명현(瞑眩)반응이라고 했다. 먹고 아무런 증상도 없으면 단순히 맛으로 먹는 일반 음식(나물)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올해도 옻순잔치를 마련했다. 봄이 급하게 오가는 해여서 지난달 마지막 토요일(29일)을 잔칫날로 잡았다. 서울에서 출발한 일행 22명은 오후 1시20분 충북 옥천군 청성면 고당리 금강 마을 박기영(58) 시인 집에 도착했다. 조리학과 교수·졸업생, 음식점 주인, 조리사, 중소기업인, 언론인, 문인, 일반 직장인 등 참석자들 직업은 다양했다. 닮은 게 있다면 먹는 일에 열성이라는 점이다. 한 자리에서 4시간 동안 15가지 옻순 음식을 푸짐하게 즐겼다. 수령 102년 옻나무에 35도 담금주를 부어 6년 우린 옻술이 추임새를 흥겹게 넣었다. 이어서 읍내로 나가 ‘미락올갱이(충북 옥천군 옥천읍 중앙로10길 13/전화 043-733-4845)’를 찾아가 옥천 대표음식의 하나인 올갱이국(7000원/9000원)을 한 뚝배기씩 먹고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에서 사람들을 모아 옥천으로 옻순잔치를 벌이러 다니기는 11년째다. 지난 주말 치른 옥천 옻순축제가 10회라고 하는 걸 보니 그렇다. 2008년 축제 원년에 내가 주선해서 신문에 기사가 나갔기에 기억한다. 행사 아이디어를 처음 내고 기획을 주도한 사람은 박 시인이다. 홍보 문제를 상의하면서 문학청년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오던 그와 연락이 오갔다. 2011년 내가 중앙일보 피플·week& 데스크일 때는 5월 3일자 경제섹션 21~23면, 2.5개 면에 걸쳐 옻순 기사를 실었다. 중앙일간지가 옻순을 그렇게 크게 소개한 일은 아직까지는 전무하다. (※기사 참조: ▷http://news.joins.com/article/5435823 ▷http://news.joins.com/article/5435830). 옻 산지가 옥천뿐인 것도 아닌데 11년 동안이나 해마다 옥천으로 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옻순으로 기상천외한 음식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어디를 가도 이렇게 다양한 옻순 음식을 먹을 수 없다. 현재 그는 축제에서 손을 떼고 매년 철이 돌아오면 애호가들을 집으로 초청해 옻순잔치를 펼친다. 올해도 하루 20여 명씩 매일 다른 팀과 나흘 내리 판을 벌였다. 이번에 나온 옻순 음식은 ①옻순된장무침 ②옻순초회 ③옻순데침 ④생옻순광어회무침 ⑤옻순육회무침 ⑥옻순탕수육 ⑦옻순튀김 ⑧옻순비빔밥 ⑨옻순닭고기두루치기 ⑩옻순해물샤브샤브 ⑪옻순삼겹살구이 ⑫옻순구육 ⑬생옻순어육된장쌈 ⑭옻순장아찌 2종(간장·고추장) ⑮옻순초간장절임 등이다. 옻은 함양(마천면)·옥천·원주가 3대 산지다. 옻순은 1년 중 3일만 먹을 수 있는 봄나물로 알려져 있다. 허영만의 만화 『식객』이 국민의 상식을 그렇게 장악했다. 3일이라는 것은 옻나무 한 그루를 기준으로 볼 때는 맞는 얘기지만 산지의 위도, 같은 산지 안에서도 지형 차이 등을 감안하면 한 지역에서 약 10일, 마천에서 원주까지 옻순을 따라 올라가면 우리나라 전체로는 약 3주가량 먹을 수 있다. 집에서 주문을 하거나 산지를 찾아 다니면서 그렇게 먹는 사람이 있다. 옥천 옻순이나 옻 제품 문의는 농업회사법인 참옻들(043-733-0039) 또는 페이스북 @Kiyoung Park 으로 하면 된다. 올해는 옻순장아찌, 옻 간장·된장, 옻물로 담가 3년 묵힌 어육 간장·된장 물량이 있다. 옻순을 경매하는 시장도 있다. 전국에서 대전 오정농수산물도매시장(042-622-3387)이 유일하다. 매년 4월 20일께 경매가 시작된다. 함양 마천농협(055-962-5423), 원주옻영농조합(033-732-5726)에서도 옻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옻순 음식은 말로 설명해서는 느낌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을 듯하여 먹은 순서대로 사진을 중심으로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