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줄기 따라 봄이 넘실.. 화려한 색의 '수채화'

대구=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2017. 4. 2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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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색 머금은 금호강 명소 따라 '예쁜 대구' 여행
대구 성서 둑길에서 본 달성습지. 겨울옷에서 봄옷으로 갈아입고 있는 습지 너머로 해질 무렵 조명을 밝힌 강정고령보와 ‘디아크’가 보인다.
금호강 하중도에 조성된 유채꽃과 청보리밭을 찾은 상춘객들이 화려한 봄 풍경을 즐기고 있다. 붉은색 하트 모양의 조형물이 사진 명소로 인기다.
전국 처음 시도되는 ‘김광석 음악버스’가 대구 시내 정해진 지점에 멈추자 가수가 김광석의 노래를 라이브로 들려주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사문진 주막촌의 먹거리

대구시를 감싸고 흐르는 강이 금호강(琴湖江)이다. 경북 포항시 죽장면 북부에서 발원해 117.5㎞를 내달리며 달성군에서 낙동강에 합류할 때까지 아름다운 풍경을 풀어놓는다. 낙동강 지류 중 두 번째 큰 강인 금호강의 명소를 따라 대구로 봄여행을 떠나보자.

아메리카 대륙을 닮은 생태계의 보고, 달성습지

대구 곳곳에 비경을 펼쳐놓은 금호강이 마지막으로 낙동강과 만나는 곳이 달서구 파호동이다. 진천천과 대명천까지 합류하며 네물머리를 이룬 곳에 국제자연보호연맹에 등록된 달성습지가 자리하고 있다. 여름에 큰비가 오면 물이 넘치는 범람형 습지로, 자연 생태계의 보고(寶庫)다.

습지는 넓디넓다. 하지만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어서 아이들과 생태학습을 하기에 더없이 좋다. 연인 또는 친구끼리 걷거나 자전거를 타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초기에는 절반 이상이 백사장이었다 한다. 지금은 뽕나무와 갈대, 억새와 잡풀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습지를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길이 ‘쌍룡녹색길’이다. 대구시가 만든 이 길은 서구·달서구·달성군의 경계에 누워있는 용의 모습을 한 와룡산에서 시작한다. 계명대 뒤의 궁산을 거쳐 금호강 둑길을 지나 대구수목원을 통과한 뒤 앞산과 비슬산을 연결해주는 청룡산에서 끝나는 총 18㎞의 길이다.

달성습지와 함께하는 쌍룡녹색길은 강창교에서부터 대명유수지가 자리한 개상듬네거리까지 3420m다. 성서 둑길 혹은 달성습지 제방길로 더 친숙하다. 위치와 거리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곳곳에 서있다. 둑길에서는 습지 너머로 훌쩍 뛰어오른 은빛 물고기 같은 모습의 물 문화 전시장인 ‘디 아크(The ARC)’와 그 뒤의 강정고령보가 시야에 들어온다. 석양 무렵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걷고 달린다. 자전거 탄 사람들도 수시로 지난다.

곳곳에 습지로 내려가는 돌계단이 있다. 무성한 덩굴식물들에 점령당해 습지 앞에 멈춰버린 길이다. 세렝게티처럼 잡목이 우거진 곳에 맹꽁이와 두꺼비, 살모사 등 양서·파충류가 살아가고 고라니 등이 뛰어놀고 있다. 물고기를 노리는 민물 가마우지도 500여 마리가 살고 있다 한다.

습지에는 국제자연보전연맹이 지정한 환경지표 종 맹꽁이가 산다. 맹꽁이는 밤에 이동하고 밤에 먹이를 잡는다. 맹꽁이 모양의 설명판에는 맹꽁이가 움직이는 오후 7시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주의를 해 달라는 당부가 적혀 있다.

달성습지와 둑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는 곳이 대명유수지다. 성서산업단지의 침수를 예방하기 위해 1995년쯤 만든 인공 저수지로 도로와 근접해 있다. 물 억새 군락지로 이름 높고 국내 최대의 맹꽁이 산란처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자동차로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 달성군 화원읍에 화원동산이 자리하고 있다. 신라 35대 경덕왕이 가야산에 갈 때 행궁으로 썼는데 1928년부터 화원유원지로 이용하다가 1978년 화원동산으로 새롭게 단장했다고 한다. 달성습지를 멀리서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명소다. 정상 인근 포토존에 서면 숲과 강, 너른 하늘이 품으로 들어온다. 습지는 ‘아메리카’ 대륙을 닮았다.

화원동산 바로 옆에 조선 세종 28년에 무역창고지로 활용하기 위해 설치된 사문진 나루터가 있다. 이 곳은 피아노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최초의 장소다. 1900년 3월 대구에 온 미국인 선교사 사이드보탐 부부가 미국에서 가져온 피아노를 낙동강 배편으로 싣고 와 사문진 나루터에 내려 사택으로 옮겼다고 한다. 당시 피아노 소리를 처음 들은 지역 주민들은 빈 나무통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신기하게 여겨 ‘귀신통’이라 불렀다고 한다. 사문진 나루터에는 이를 기념하는 다양한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나루터가 번성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수백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팽나무도 볼거리 중 하나다.

노랑·청록·연분홍… 화려한 색이 수놓은 ‘예쁜 대구’

금호강을 따라 거슬러 오르면 팔달교와 노곡교 사이에 서울 한강의 선유도와 같은 하중도(河中島)가 있다. 길이 1.1㎞, 폭 260m, 넓이 22만2000㎡로 ‘대구 아일랜드’라 불리는 이 작은 섬은 봄에는 유채꽃과 청보리밭으로, 가을에는 코스모스로 뒤덮인다.

이 섬은 당초 비닐하우스와 각종 쓰레기로 뒤덮여 있었다. 4대강 사업과 연계해 243억원을 들여 650동의 비닐하우스가 말끔히 철거됐다. 이후 해마다 대구시가 유채꽃과 청보리, 코스모스를 심어 봄·가을 동안 시민들에게 볼거리와 휴식공간을 제공해 왔다. 5만3000㎡ 규모에 노란 유채꽃과 푸른 청보리밭으로 단장된 하중도가 지난 8일 개방됐다. 하트 모양의 보리밭이 압권이다. 노곡교 위에서 아름다운 전경을 볼 수 있다. 또 산책로 진입 구간엔 튤립화단(50㎡)도 조성돼 ‘예쁜 대구’에 일조하고 있다. ‘대구 관광의 핫플레이스’로 입소문이 나면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가족과 연인, 친구와 함께 온 시민들은 한 손에 셀카봉을 든 채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사진이 잘 나오는 ‘포인트’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이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하트 모양의 조형물 등 앞에선 길게 줄을 서야 할 정도다.

‘예쁜 대구’에 비슬산(琵瑟山·1083m) 참꽃(진달래꽃)이 빠질 수 없다. 참꽃 군락지는 비슬산 정상 아래 해발 1000m의 고위평탄면에 99만㎡(약 30만평) 규모로 펼쳐져 있다. 참꽃들이 절정을 이룰 때면 산 전체가 붉게 타오르는 듯하다. 개화에 맞춰 오는 22일부터 30일까지 참꽃문화제도 열린다.

콘텐츠를 결합한 여행, 김광석 음악버스

금호강 지류인 신천 옆 대봉동에 방천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통기타 하나 메고 ‘서른 즈음에’와 ‘거리에서’로 지금의 40∼50대 남성들의 감성을 대변해줬던 가수 김광석이 태어나 자란 곳이다. 시장 골목은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돼 대구의 명물이 됐다. 그 길에는 김광석의 유품을 전시하는 기념관 ‘김광석 스토리하우스’가 5월 초 개관할 예정이다.

여기에 김광석의 노래를 투어버스와 결합시킨 ‘더 플레이 버스:김광석’(김광석 음악버스)이 봄 여행주간을 앞두고 28일부터 운행을 시작한다. 음악감상실 형태로 특별히 꾸며진 버스를 타고 60분 동안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면서 그의 흔적을 되짚어가는 여행이다. 여행에 콘텐츠를 결합한 형태의 투어버스는 전국 처음이다.

‘안녕하실테죠? 제가 김광석입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김광석의 얼굴이 래핑된 버스를 타면 DJ가 진행하는 음악방송을 들으며 시내 투어가 시작된다. 김광석의 음악세계와 인물사, 대구와 얽힌 이야기 등을 소재로 한 이야기와 함께 음악과 영상 등을 듣고 보노라면 버스는 한 지점에 멈춰선다. 대구지역 뮤지션들이 김광석의 노래를 라이브로 들려주면서 추억을 되살려주는 이벤트를 벌인다.

매주 금·토요일 오후 7시 대구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대구역→신천역→동대구(KTX)역→범어네거리→‘김광석 거리’까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인터넷과 모바일 누리집(http://theplaybus.modoo.at)에서 신청할 수 있다. 주관 단체인 대구 ‘문화마을협동조합’은 ‘김광석 음악버스’를 오는 6월 17일까지 무료로 운영한 뒤 유료화할 계획이다.

■ 여행메모
전마비정 마을에서 벽화·농촌 체험
사문진 주막촌 먹거리 저렴·다양

대구는 면적이 넓은 데다 여행지가 흩어져 있다. 봄철에는 달성습지와 사문진 나루터, 마비정 벽화마을, 비슬산 등이 몰려 있는 서남부와 금호강 하중도 등을 품고 있는 북부 지역을 둘러보면 좋다. 달성습지는 사문진 나루터 인근 화원동산에서 보면 한 눈에 들어온다. 중부내륙고속도로 화원옥포나들목에서 나가면 된다. 마비정 벽화마을과 옥연지 송해공원 등도 가깝다. 달성습지를 가까이에서 보려면 월성교를 찾아가면 된다. 지하철 2호선 강창역에 내려 금호강변 달성습지 쪽으로 가도 된다. 비슬산을 먼저 찾는다면 현풍나들목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금호강 하중도는 중부내륙고속도로 서대구나들목이나 경부고속도로 북대구나들목에서 빠진 뒤 노곡교를 찾아가면 쉽다.

마비정 마을에 먹거리 쉼터(053-631-9042)가 있다. 손두부, 옛날 빵떡, 잔치국수 등을 판다. 전통음식 만들기, 농사 등도 체험할 수 있다. 사문진 주막촌(053-632-3338)의 먹거리(사진)도 맛있다. 달성군 직영으로 모두 국내산 식재료를 사용하는 데다 가격도 저렴해 인기다. 오징어 무침회(1만원)를 제외하면 소고기 국밥(5000원), 손두부(5000원), 부추전(5000원), 잔치국수(4000원) 등 모두 5000원 이하다. 사문진 나루터에서 유람선을 타면 낙동강을 따라 달성습지와 강정고령보, 디아크 등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대구=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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