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백년 간 관찰된 적 없는 거대배좀벌레가 과학자들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됐다. 17일(현지시간) 과학전문지 파퓰러사이언스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된 마고 헤이굿 유타대 교수의 논문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거대배좀벌레(giant shipworm)는 이름이 벌레지만 사실 조개의 일종이다. 상아처럼 생긴 하얀 껍데기에 사는 이 조개들은 필리핀 연안 갯벌 속에서 주로 발견된다. 길이는 약 150㎝ 내외이며 두께는 5㎝ 정도다. 갯벌 밖으로 흡입기관을 내놓고 진흙 속 침전물을 흡입하면 거대배좀벌레 속 미생물들이 이를 분해해 영양분을 만들어낸다. 온라인에 이 조개의 실물이 공개되자 까맣고 기이한 생김새 탓에 '지옥에서 온 조개'라는 별명이 붙었다.
거대배좀벌레는 18세기 문헌에서도 언급되는 등 과학자들 사이에서 오랜 기간 그 존재가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거대배좀벌레가 남긴 껍데기를 통해 그 존재가 유추됐을 뿐 산 채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헤이굿 교수는 "거대배좀벌레는 배좀벌레계의 유니콘 같은 존재"라며 "우리 인간이 지구에 사는 생명체들을 모두 알고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