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와 출산, 아내의 '조건'을 거부하다

구건우 2017. 3. 10.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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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동명 소설을 영화화 한 <걸 온 더 트레인>

[오마이뉴스구건우 기자]

 영화 <걸 온 더 트레인> 포스터. 베스트셀러가 영화화 됐다.
ⓒ CJ E&M
<헬프>를 아카데미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옥타비아 스펜서가 조연상 수상)시키며 주목 받았던 테이트 테일러 감독의 신작 <걸 온 더 트레인>이 3월 9일 개봉했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의 에밀리 블런트, <매그니피센트7>의 헤일리 베넷, <미션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의 레베카 퍼거슨과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의 루크 에반스가 출연했다. 

제작비 4500만 달러가 투입됐고, 북미에선 2016년 10월 7일 개봉해 첫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북미 총 7539만 달러의 극장 수입을 거뒀고 6일 기준으로 전 세계 1억 7318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영화는 2015년 베스트셀러인 폴라 호킨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혼한 뒤 알코올 의존증이 극심해진 레이첼(에밀리 블런트)은 애나(레베카 퍼거슨)와 재혼하고 아이까지 낳아 행복하게 살고 있는 톰(저스틴 서룩스)에게 매일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고 그의 페이스북을 훔쳐본다. 심지어 그들의 집에 찾아가는 등 그들을 힘들게 한다.

세 여인
 이혼한 뒤 알콜 의존증이 극심해진 레이첼(에밀리 블런트)은 전남 편을 스토킹한다.
ⓒ CJ E&M
그런 레이첼은 매일 술을 마시며 통근 열차에 앉아 창밖 풍경을 보는 게 낙이다. 그런 그녀 눈에 들어온 완벽한 커플, 스캇(루크 에반스)과 메건(헤일리 베넷) 부부. 애나의 보모이기도 한 메건이 어느날 다른 남자와 진한 키스를 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레이첼은 스캇을 배신하고 바람피는 메건을 보고 치를 떨며 전 남편 톰의 불륜을 알게 되었던 때를 올리며 그녀를 죽이고 싶은 강한 충동에 휩싸이고, 술에 취한 채 메건에게 찾아간다. 그리고 다음날 어느 때처럼 전날에 대한 기억을 못하는 레이첼은 온몸에 상처와 멍이 든 채 깬다. 그리고 메건이 실종되었다는 뉴스를 접하고 충격에 빠진다.

<걸 온 더 트레인>이란 제목은 언뜻 에밀리 블런트가 연기한 레이첼에 포커스를 맞춘 듯하지만 영화는 세 여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세 여자는 여성으로서 가장 중요한 결혼과 출산에 있어 서로 다른 상황에 처해있다.

레이첼은 톰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원했지만 체외수정으로도 아이를 가지는데 실패하고 그 스트레스로 알코올 중독이 된다. 결국 남편은 다른 여자와 섹스를 즐기며 그녀를 떠난다. 이후 레이첼은 과거를 잊지 못하고 톰의 주위를 맴도는 인생을 살게된다.

반면 레이첼의 모든 걸 앗아간 애나는 아이를 낳고 톰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다. 그러나 계속되는 레이첼의 스토킹에도 레이첼에게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는 남편의 태도에 화가 난다. 그리고 불안하다. 또다른 여인은 메건. 뜨거운 섹스를 나누며, 겉으론 완벽한 부부 같지만 메건은 아이를 원하는 스캇과 달리 아이 갖는 걸 회피한다. 

영화에선 이렇게 남편의 성욕을 채워주지 못하거나 아이를 낳지 못할 경우 여성들의 결혼 생활은 위기로 내몰리게 된다. 반면 섹스와 출산을 충족시켜주는 애나는 아내로서 가장 안정적인 지위를 인정받는다. 영화는 이런 남편들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여성들을 통해 페미니즘 성향을 드러낸다. 또한 레이첼을 통해 알코올 중독에 대한 위험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기도 하다.

페미니즘과 스릴러
 애나는 아이를 낳고 톰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다. 그러나 계속되는 레이첼의 스토킹에도 레이첼에게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는 남편의 태도에 화가 난다.
ⓒ CJ E&M
<걸 온 더 트레인>은 세 명의 여주인공 레이첼과 메건 그리고 애나를 순차적으로 소개하며 시작한다. 특이한 점은 화면에 담아내는 세 여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전개시킨다는 것이다.

술에 취하면 자기가 한 행동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면서 술을 달고 사는 레이첼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영화 내내 내레이션을 한다. 그는 본인조차 신뢰하기 힘든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내며 사건의 내막을 미궁속으로 끌고 간다.

레이첼에 의해 1인칭 관찰자 시점에 놓이기도 하는 메건은 자신의 이야기를 정신과 의사 캐멀(에드가 라미레즈)에게 터놓으면서 진행시킨다. 그녀가 고백하는 비밀스런 이야기는 다소 파편적이라 퍼즐처럼 메꿔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또한 캐멀에게 성적 도발을 감행하는 메건의 행동으로 인해 그녀의 이야기에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반면 애나는 앞선 두 여성과 다르게 철저히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이로 인해 가장 차갑고도 관조적인 시각에서 놓여지게 된다. 영화는 그렇게 각기 다른 성격과 다른 시점에 놓여있는 세 여성을 엮고 있는 단하나의 공통점을 찾아가며 스릴러 장르에 충실히 따르고 있지만 큰 반전까지는 보여주진 못한다.

에밀리 블런트와 헤일리 베넷의 연기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에밀리 블런트는 안정적인 내레이션을 구사하며, 관음증과 알코올 중독에 빠져있는 이혼녀 레이첼의 자기혐오와 불안하고 복잡한 정서를 밀도있게 표현했다. 그리고 헤일리 베넷은 섹시한 눈빛과 과감한 노출로 관능적인 매력을 발산함은 물론 안정적인 연기로 비밀을 간직한 메건역을 훌륭하게 소화하였다. 

영화는 <나를 찾아줘>와 비교하는 카피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촬영 비하인드, 여주인공은 임신중?
 뜨거운 섹스를 나누며, 겉으론 완벽한 부부 같지만 메건은 아이를 원하는 스캇과 달리 아이 갖는 걸 회피한다.
ⓒ CJ E&M
원작의 배경은 원래 영국이었으며, 원작에서 스캇과 메건의 이름은 '제이슨'과 '제스'이다. 에밀리 블런트는 촬영 시작당시 임신초기였다고 한다. 그녀는 그녀의 친구인 저스틴 서룩스에게만 사실을 알렸고 감독 테이트 테일러에게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레이첼의 샤워신에서 감독이 눈치 채게 되었다고 한다. 2016년 2월 촬영이 끝날 물렵 그녀는 임신 5개월 째였다고 한다.

헤일리 베넷이 맞았던 메건 역으로 마고 로비도 고려됐었다고 한다. 크리스 에반스가 톰 역을 맡으려 했었으나 마크 웹 감독의 기프티드 촬영 문제로 하차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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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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