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에게 중학교 1학년 영어 가르친다?

유아대상 영어학원 7세 교재, 중학교 1학년 수준의 난이도

[오마이뉴스이슬기 기자]

반일제 이상 유아대상 영어학원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처럼 오전부터 하루 3시간 이상 운영하며 영어를 가르치는 학원으로, 흔히 '영어유치원'으로 불리고 있지만 '유아교육기관'이 아닌 학원법의 적용을 받는 '어학원'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유아대상 영어학원은 서울에 224곳이 있었고, 하루 평균 교습 시간은 4시간 57분(초등학교 기준 하루 7.4교시), 월 평균 교습비는 약 89만 원에 달했다.

그런데 유아대상 영어학원 3곳의 입학 설명회를 참관한 결과, 학원의 교재가 지나치게 양이 많고 어려웠다. 이에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인 P학원의 7세 교재(3년차 1년 치 교재 37권, 2015년 개정판)를 입수해, 그중 읽기 교재 6권을 분석해 보았다. 교재 분석은 (1) 구성, (2) 어휘, (3), 소재, (4) 학습 활동으로 이루어졌으며, (2) 어휘의 경우 ① 렉사일 지수(읽기 난이도 지수), ② 어휘수, ③ 한 문장 단어수로 분석해보았다. 분석 결과, 중1 수준의 난이도로 7년 선행에 해당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P학원의 3년차 7세 교재 1년 치 구성을 살펴본 결과, 읽기 교재 6권, literature anthology(리터러처 앤솔로지) 3권, Grammar and Writing(그래머 앤 라이팅) 6권, Reading and Vocabulary(리딩 앤 보케브러리) 6권, Activity Plus(액티비티 플러스) 2권, Phonics(파닉스) 1권, Me and my world(미 앤 마이 월드) 1권, 전래동화 12권 등 총 37권, 전체 면수는 4,258면에 달하는 과다한 양이었다.

P학원 7세(3년차) 읽기 교재 6권의 읽기 지문을 대상으로, 렉사일 지수를 측정해보았다. 렉사일 지수는 개인의 영어독서 능력과 수준에 맞는 도서를 골라 읽을 수 있도록 미국에서 개발된 독서능력 평가지수로, 미국 20개 주에서 사용되며 가장 공신력 있는 지수로 활용되고 있다. 권별로 렉사일 지수를 파악한 결과 290L~490L, 6권 전체를 측정해서 평균한 결과 420L이었다. 한국의 중학교 1학년 영어교과서가 295~381L인 것과 비교하면, 중학교 1학년 영어교과서와 비슷하거나 더 어려운 수준이었다.

지나치게 양이 많고 어려운 영어 교재

▲ P학원 7세 교재와 중학교 1학년 교과서의 렉사일 지수 비교 7세 교재의 렉사일 지수(읽기 난이도 지수)가 평균 420L로, 우리나라 중학교 1학년 영어교과서 수준(295~381L)보다 높다.

읽기 교재 6권의 읽기 지문 어휘수를 분석해보았다. 초등학교 영어 교육과정의 '기본 어휘 관련 지침'에 따라, 새로운 어휘로 간주하지 않는 ⒜ 변화형과 ⒝ 인명, 지명, 국가명 등 고유 명사, ⒞ 기수, 서수, ⒟ 로마자화된 우리말 단어, ⒠ 생활 주변에서 흔히 사용하는 외래어 78개를 읽기 지문에서 삭제한 총 어휘수는 1,134개였다. 이는 초등학교 3~4학년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어휘수의 약 4.7배에 해당하며, 중학교 1~3학년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총 어휘수(1,250개)에 흡사한 수준이었다.

▲ P학원 7세 교재 어휘수와 각 학년군 어휘수 비교 P학원 7세 교재의 어휘수가 1,134개로 초등학교 3~4학년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어휘수(240개)의 약 4.7배에 달했다.

읽기 교재 6권 읽기 지문의 한 문장 단어수를 측정한 결과, 평균 7.03개였다. 현행 중학교 1학년 영어교과서의 한 문장 단어수가 평균 6.61~7.48개임과 비교할 때, 중학교 1학년 수준에 달했다. 또한 초등학교 영어 교육과정에서 한 문장 단어수를 초등학교 3~4학년군의 경우 7개 이내로, 5~6학년군의 경우 9개 이내로 한정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도 과다한 수준이었다. (초등학교 영어 교육과정은 단일 문장의 길이를 파악할 때 and, or, because를 사용하는 경우는 예외로 해 단일 비교는 어려움).

▲ P학원 7세 교재와 중학교 1학년 교과서의 한 문장 단어수 비교 한 문장 단어수가 약 7.03개로, 중학교 1학년 교과서 수준(6.61~7.48개)과 비슷했다.

P학원의 3년차 7세 읽기 교재 6권의 읽기 지문 24단원을 초등학교 영어교육과정의 소재와 비교해보았다. 초등학교 영어 교육과정에서는 초등학교 영어 교과목에서 다룰 수 있는 소재를 19개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중 '동·식물 또는 계절, 날씨 등 자연 현상에 관한 내용'(9개)과 '정치, 경제, 역사, 지리, 수학, 과학, 교통, 정보 통신, 우주, 해양, 탐험 등 일반교양 관련 내용'(5개)이 가장 많았다. 이에 읽기 지문의 소재가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유아가 학습하기에 지나치게 생소하거나 추상적인 소재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유아 대상 공통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은 '유아의 생활 속 경험을 소재'로 하도록 지도하고 있고, 초등 영어교육과정 역시 '일상생활과 친숙한 일반적인 화제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소재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P학원 읽기 교재는 미어캣, 펭귄, 악어, 요르트(몽골, 시베리아의 전통 텐트) 등 일상 생활에서 접하기 힘든 자연현상/사물을 소개하고있었다. 또한 멕시코 이민자 가족의 생일 파티를 소개하면서, empanadas(남미 전통 요리), pinata(미국 내 스페인어권 사회에서 파티 때 눈을 가리고 막대기로 쳐서 넘어뜨리는 통), Latke(감자로 만든 팬케이크) 등의 생소한 남미 전통 문화를 다루기도 했다. 또한 프레임을 만들고 금속을 녹이고 가장자리를 가열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선박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 노동절을 소개하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근로기준법) 등을 서술하기도 했다.

▲ P학원 7세 읽기 교재 예시 empanadas, pinata, Latke 등 남미 전통에 기반 한 생소한 소재가 등장하고 있다.

▲ P학원 7세 읽기 교재 예시 선박을 만드는 과정을 소개하며, 금속을 녹이고 가장자리를 가열하는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읽기 교재는 읽기 지문을 제외하고 Vocabulary(보케브러리)나 읽기 후 활동지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영어 질문에 선다형 답을 고르거나 영어 문장으로 서술형 답을 기입하는 형식이 많았다. 또한 Grammar and Writing(그래머 앤 라이팅) 6권과 Reading and Vocabulary(리딩 앤 보케브러리) 6권은 읽기 교재의 읽기 지문을 바탕으로 문제를 푸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문제 역시 영어 질문에 선다형 답을 고르거나 영어 문장으로 서술형 답을 기입하는 형식이었다. 이는 누리과정(유치원·어린이집 공통 교육과정)에서 유아의 발달 단계를 고려해 외국어는 물론, 한글의 문자 교육조차 하지 않는 것과는 괴리가 크다.

▲ P학원 7세 읽기 교재의 읽기 후 활동지 질문에 영어로 서술형 답을 제시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결국 유아대상 영어학원의 7세 교재는 중학교 1학년 수준의 난이도로, 개념적 조작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전조작기) 유아의 인지발달 수준에 맞지 않다. 또한 기본생활습관과 바른 인성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하는 유아기 발달 목표에도 적합하지 않다.

만 3-6세의 유아기는 종합적 사고와 인간성, 도덕성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발달하는 시기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인성과 도덕성, 집중력, 동기 부여 등을 중심으로 교육해야 하는데, 이 시기에 만 6-12세에 발달하는 측두엽의 기능인 영어 교육에 과도한 노력을 기울이면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우남희, 2002) 인지발달 수준에 맞지 않는 유아의 영어학습, 다같이 멈추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덧붙이는 글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보도자료(http://cafe.daum.net/no-worry/1QDs/1194)로도 실렸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마이뉴스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