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에 역행한 영화, 맨몸으로 아날로그 액션의 재미를 쓰다

이학후 2017. 2. 16.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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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50대 액션 배우의 거친 연기.. 영화 <트리플 엑스 리턴즈>

[오마이뉴스이학후 기자]

 영화 <트리플 엑스 리턴즈> 포스터. 전작보다 더 화끈해진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액션 스타 빈 디젤은 혜성처럼 등장했다. 2001년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1억4000만 불의 깜짝 히트를 기록한 <분노의 질주>의 주인공은 폴 워커였지만, 관객의 뇌리에 각인된 인물은 도미닉 토레토 역으로 분했던 빈 디젤이었다. 대성공을 거둔 롭 코헨 감독과 빈 디젤은 다시 의기투합하여 두 번째 액션 프로젝트 <트리플 엑스>를 내놓았다. 이 영화도 2002년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1억4000만 불의 성적을 거두었고 연타석 홈런을 날린 빈 디젤은 명실공히 세계적인 배우로 거듭났다.

미국 비밀첩보국 NSA의 기븐스(사무엘 L.잭슨 분)이 잠입한 요원들의 정체가 탄로 나는 상황에 놓이자 범죄자나 용병 등을 투입하기로 하고 인터넷에서 익스트림 스포츠의 영웅으로 군림하던 샌더 케이지(빈 디젤 분)를 끌어들이는 '트리플 엑스' 작전을 다룬 <트리플 엑스>는 첩보 액션 장르의 대명사인 <007>과 <미션 임파서블>과 성격이 달랐다.

친숙하지만, 기존의 액션 영화와는 다르다

영화는 외딴곳에 위치한 악의 소굴, 훈련받은 요원, 특수한 무기와 차, 미녀, 악당이 계획한 음모로 인해 위기에 놓인 세계 등 첩보 영화의 친숙한 설정을 바탕으로 온몸을 장식한 문신, 터질 듯한 근육, 시끄러운 음악, 익스트림 스포츠를 첨가했다.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한 <트리플 엑스>를 영화 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훌륭한 제임스 본드 영화만큼 훌륭하다"라고 호평했다.

 영화 <트리플 엑스 리턴즈>는 최근 트렌드와 다른 방향을 추구한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이글 아이> <디스터비아>를 연출했던 D.J.카루소가 메가폰을 잡고 빈 디젤이 돌아온 <트리플 엑스 리턴즈>는 아이스 큐브가 '트리플 엑스'를 맡았던 <트리플 엑스 2-넥스트 레벨>(2005)에 이은 세 번째 '트리플 엑스' 영화다. 자취를 감춘 채로 살아가던 샌더 케이지가 세계를 위협하는 판도라 박스를 되찾기 위해 최정예 스파이 요원들을 힘을 합친다는 <트리플 엑스 리턴즈>의 줄거리는 전개를 위한 최소한의 얼개, 액션을 보여주기 위한 연결 구조에 가깝다. <트리플 엑스 리턴즈>의 도입부는 인공위성을 조종할 수 있는 판도라 박스, 기븐스 요원을 만난 네이마르가 '어벤저스'인 줄 알고 왔다는 대사, 판도라 박스를 탈취하는 시퀀스는 영화가 보여주는 소재의 황당함, 농담의 수준, 액션의 논리를 재미있게 설명한다.

영화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포인트는 액션의 화법이다. 빈 디젤이 스케이트보드, 고공 낙하, 오토바이 등 익스트림 스포츠로 아드레날린을 주사한다면, 판도라 박스를 노리는 '고스트'의 리더 시앙 역으로 등장하는 견자단은 특유의 타격기와 관절기로 관객을 강타한다.

이전 시리즈의 원맨쇼 서사에서 탈피하여 팀플레이로 변화한 점도 눈길을 끈다. <옹박>으로 유명한 토니 자, 인도를 대표하는 여배우 디피카 파두콘,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과 <존 윅-리로드>에 연달아 나오며 2017년 최고의 라이징 액션 스타로 떠오른 루비 로즈, 아이돌 그룹 EXO의 전 멤버였던 크리스 우, <뱀파이어 다이어리>에서 뛰어난 미모로 주목받은 니나 도브레브, 에미상과 골든 글로브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경력의 소유자 제인 마크, <왕좌의 게임>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선보였던 로리 맥칸, <트리플 엑스 2-넥스트 레벨>의 아이스 큐브까지 진용은 화려하다. 이들은 빈 디젤, 견자단과 함께 육해공을 넘나들며 몸, 자동차, 총의 액션을 보여준다.

과거의 향수를 다시 복원하다

 영화 <트리플 엑스 리턴즈>의 한 장면. 액션만큼은 시원하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CG가 발전하고 슈퍼 히어로 장르가 득세하면서 액션 영화는 몸을 날리던 과거와 양상이 달라졌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실베스터 스탤론, 장 클로드 반담, 스티븐 시걸, 성룡, 이연걸 등으로 장식된 액션 스타의 계보는 견자단, 제이슨 스태덤, 드웨인 존슨을 마지막으로 끊어졌다. 톰 크루즈 같은 대형 스타는 더는 나오질 않고, 60대의 리암 니슨과 덴젤 워싱턴, 50대의 키아누 리브스가 여전히 현역으로 뛰는 실정이다. 21세기 액션 영화를 대표하는 <본> 시리즈는 영화적 기술로 액션을 묘사하고,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시리즈는 액션보다 인물의 심리에 파고든다. 이젠 펄떡거리는 '날것' 액션은 보기가 어렵다.

<트리플 엑스 리턴즈>에 대해 미국의 한 평자는 "제임스 본드에 대한 빈 디젤의 응답, 이것은 그의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평가했다. 이것은 <트리플 엑스>가 나온 2002년에 유효한 표현이다. <트리플 엑스 리턴즈>는 "디지털에 대한 빈 디젤과 견자단의 응답"이며 몸으로 만드는 액션 영화가 점점 '미션 임파서블'한 시대 상황을 대변한다.

비디오 가게 시절을 통과했던 세대에게 '트리플 엑스'는 과거 액션 영화의 향수를 간직한 단어다. 슈퍼 히어로를 디지털로 가공하는 시대에 저항하려는 듯 맨몸으로 아날로그 액션을 쓰고 있는 빈 디젤과 견자단이 보여주는 열정. <트리플 엑스 리턴즈>의 가치는 여기에 있다. 이들(빈 디젤은 1967년생, 견자단은 1963년생으로 이미 50대에 접어들었다)이 맨몸의 액션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의미는 더욱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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