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안 본 뇌 삽니다" <셜록> 시즌4에 무슨 일이?

하성태 2017. 1. 3.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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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의 사이드뷰] 170102 <셜록> 참사.. <셜록> 시즌4 1화의 안타까움

[오마이뉴스 글:하성태, 편집:곽우신]

*주의! 이 기사에는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셜록> 시즌4의 스틸 이미지. 팬들의 기대가 높았던만큼, 1화가 공개된 후 실망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 BBC
[기사 수정: 9일 오후 5시 36분]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라고 적시하기엔 <셜록> 팬들의 원성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려고 내가 시즌4 기다렸나"와 같은 반응은 애교라 할 만하다. "<셜록> 시즌4 안 본 뇌 삽니다"라는 격한 반응까지 등장했다. 이른바 '양덕'이라 불리는 해외 마니아들까지 집단 '멘붕'을 고백하는 형국이다. 작가이자 기획자인 "스티븐 모팻을 거꾸로 매달아야 한다"는 격한 반응들도 눈에 띄고, 이번엔 "작가가 교체됐다더라"는 풍문도 들린다.

지난 2일 오후 11시 40분 KBS1을 통해 실시간 수준(1일 시차)으로 방영된 <셜록> 시즌4 1회 'The Six Thatchers(여섯 개의 대처 상)' 편은 그렇게 엄청난 양의 실시간 반응으로 포털 검색어에 등극하는 동시에 2.3%(닐슨코리아 기준)라는 시청률을 남기고 화제 속에 방영됐다. 그런데, 이 1회는 정말 그렇게 원성을 들어 마땅했을까.

변치 않은 것과 달라진 것. 주인공은 물론 음악이나 편집, 심지어 이야기 전개 구조의 얼개 다 달라지지 않았다. 셜록(베네딕트 컴버배치 분)은 언제나 명쾌하고, 존(마틴 프리먼 분)은 든든한 조력자며, 크지 않았으리라 예상됐던 초반의 사건이 후반의 반전과 사건의 실마리로 이어지는 다층적인 구조 역시 그대로였다. 더욱이 시리즈 전체의 '떡밥'이라 할 만한 악당 모리아티의 존재감도 지속해서 어른거리게 하는 솜씨는 팬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문제는 역시나 셜록과 존의 관계, <셜록>이란 우주를 형성하는 그 바탕에 도사리고 있었다. 시즌이 이어갈수록 관계성이 약화하면 안 된다는 시리즈의 기본 전제가 희생양을 낳은 것이다. 달라진 것 역시 이 부분을 기초로 한다.

전 세계 팬들의 기대 속에 뚜껑 연 시즌4, 그런데...

 셜록 홈즈와 존 왓슨의 관계를 다시 강화하기 위해 메리가 희생됐고, 그 가운데 본래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던 매력도 빛을 잃었다.
ⓒ BBC
1화인 만큼, 스포일러를 투하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시즌3에서 존이 결혼한 메리(아만다 에빙턴 분)의 퇴장 말이다. 코난 도일의 원작 <여섯 개의 나폴레옹>을 기본 얼개로 했다는 '여섯 개의 대처 상' 편은 사실 존과 메리의 관계, 그러니까 결혼 생활과 육아, 그리고 메리의 요원 시절 과거를 떨쳐 버릴 수 없는 부부의 이야기가 중심으로 들어온다.

사건을 해결하는 셜록의 추리가 주는 쾌감은 현저히 줄고, 존과 메리의 애정사와 가정사가 곳곳에 배치됐다. 죽음도 있고, 악당도 등장하고, 모리아티의 존재감도 부각하지만, 이 존과 메리의 관계는 극의 속도감과 긴장감을 현저히 저하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물론 시즌3의 그야말로 히로인이었던 메리의 역할을 떠올린다면, 이러한 전개는 납득할 수 있는 허용치라 할 만하다. 메리의 과거가 사건을 만들고, 이를 셜록이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그 중간중간 존의 갈등과 이를 지켜보는 셜록의 '브라더후드'가 부각되기도 한다. 이야기 전체 구조는 별문제가 없단 얘기다.

그런데도 심각하게 극의 리듬감을 추동하는 힘이 떨어진다. '고기능 소시오패스'라 자부(?)하는 셜록이 추리하지 않고 감정을 느낄 때면 매번 그랬다. 셜록이 존과 메리의 결혼식에서 애써 서운함을 감추는 모습을 꽤 길게 보여줬던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제는 충직함의 대표였던 존까지 메리와의 결혼을 회의하는 듯한 갈등까지 보여준다. 이쯤 되면, "<쉬리>를 능가하는 멜로"와 같은 탄식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재차 강조하자면, 이 모든 삐걱거림은 셜록과 존의 관계를 극의 중심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메리가 (일단은) 희생하면서 드라마에서 퇴출(?)당해야 하는 이유다.

사건보다 가정사와 브라더후드에 집중했던 <셜록>의 생경함 

 수많은 팬이 2017년 1월 2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전례를 보기 드물 정도로 시차를 최소화하여 2일 오후 11시 40분에 KBS에서 방영된 <셜록>은, 그만큼 국내 마니아를 흥분케 했다. 하지만….
ⓒ BBC
떠올려 보라. 존이 없으면 지금의 셜록도 없었다. 전쟁 트라우마를 겪었던 존에게 웃음을 찾아 준 것도 셜록이었고, '추리 덕후'로 남을 뻔했던 셜록을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대중적인 스타로 만들어 준 거도 존이었다. 모리아티가 인질로 삼은 존을 바라보던 셜록의 그 애절한 눈빛을 떠올려 보란 얘기다.

원작과 매우 다르게 변용된 인물인 메리는 시즌3의 활약을 뒤로 한 채 퇴장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을지 모른다. 애꿎은 여성 캐릭터가 희생당한 데 대해, 둘의 브라더후드인지, 브로맨스인지 확실치 않은 기본적인 감정과 캐릭터 관계에 또 다른 한 중심 여성 캐릭터를 희생시키는 제작진의 결정에 일부 팬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더욱이, 시즌4 1편은 기존 팬들을 만족하게 할만한 사건 자체와 해결 과정을 펼쳐 놓지도 못했다.

사실 작년 딱 이맘때 개봉한 <셜록: 유령신부>는 BBC가 팬들을 위해 마련한 TV용 서비스였음에도 한국에서는 극장 개봉까지 감행됐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런던으로 시계를 돌린 이 특별판은, 그러나 열광적인 팬들을 제외하고, '제작진의 과욕이 아니었나'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했던 것도 사실이다.

뚜껑을 연 시즌4 역시 1편의 반응만 놓고 보면 제작진이 사면초가에 놓인 분위기다. 셜록은 둘째 치더라도, 존은 불륜의 기운까지 드리워져 있어 더욱 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몇몇 단서를 통해 1편의 결말을 뒤엎는 반전을 마련했을지 모른다는 추측들까지 넘쳐나고 있다.

한편으로, 2010년 1시즌을 시작으로 7년간 이어져 온 <셜록> 시리즈는 매해 연장이냐 종영이냐를 두고 전 세계 팬들의 이목이 쏠리는 작품이다. 그 와중에 두 배우는 할리우드와 미 방송국이 사랑해 마지않는 배우로 성장했다. 그만큼 <셜록>을 제작하기 위한 스케줄을 빼기 힘든 배우가 됐다. 시즌5의 대한 전망도 불투명하다. 팬들의 불안감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그 가운데 출발한 시즌4는 앞으로 다음다음 주 화요일까지 2회 더 방영된다. 과연 시리즈를 이끌어 온 스티븐 모팻, 마크 게티스라는 두 수장이 이번엔 또 어떤 마법을 발휘해 낼지, 7년간 캐릭터 자체가 나이를 먹으면서 사건보다 내면까지 중시할 수밖에 없어 보이는 시즌4의 전개를 어떤 방향으로 마무리할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니, 납득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면 두 기획자에게 테러(?)라도 일어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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