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부동산·주택전망]최대변수는 '고개 든 금리'.."집·전셋값 더 안 오를것"
대출규제 강화·조기대선 등도 걸림돌
입주폭탄, 2분기 시장흐름 가늠 변곡점
신규아파트 분양시장도 위축 불가피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권재희 기자]저금리 기조가 끝나갈 조짐을 보이면서 금리이슈가 올해 부동산ㆍ주택시장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내다봤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돼가고 있는 가운데서도 부동산 경기가 '나홀로' 선방하는 밑바탕에는 낮은 금리로 인해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진 측면이 컸는데, 당장 최근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시장 전반에서는 하락조짐이 완연해졌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 들어 본격화된 당국의 대출규제를 비롯해 올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입주물량, 장기화된 저성장 기조 등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만한 변수가 곳곳에 널려 있어 올해 집값 흐름에 대해선 저마다 다른 답변이 나왔다. 대내외적인 여건을 가늠하기 힘든 만큼 시장 불확실성 역시 한층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금리ㆍ대출규제ㆍ저성장악재 가득한 2017년 = 아시아경제가 국내 부동산ㆍ주택분야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보면, 올해 시장을 전망하는 데 금리 변동성을 중요한 변수로 보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답한 대부분 전문가들이 변수로 금리이슈를 첫손에 꼽았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린데 이어 올해 추가인상에 나설 것이 확실시 되면서 최근 수년간 국내 부동산시장을 받쳐왔던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외환보유고 등 전반적인 여건을 감안하면 올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의 가산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금리가 오름세를 보이자 기존 주택ㆍ부동산소유자는 물론 잠재수요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친 점을 감안하면 금리변동에 따른 부동산시장의 민감도가 한층 커진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우려한 정부가 대출을 옥죄는 대책을 연이어 내놓거나 금리인상을 대비해 각종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리이슈 외에도 당국의 대출규제 강화 움직임과 올 하반기 이후 본격적으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입주물량, 국정농단사태에 따른 조기대선 등 국내정국 변동성이 커진 점이 주택ㆍ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끼칠 주요 변수로 꼽혔다.
전문가 대부분이 올 시장변수로 호재보다는 악재를 꼽은 만큼 집값은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떨어질 것으로 보는 이가 많았다. 설문에 응답한 전문가 3명 가운데 2명 이상은 보합세를 보이거나 다소 떨어질 것으로 봤다. 집값이 3% 이상 떨어질 것으로 내다본 이도 있었다. 집값이 오를 것으로 전망한 이는 10% 안팎에 그쳤다. 전셋값 역시 5명 가운데 한 명 정도는 오를 것으로 봤으나 나머지는 보합세를 유지하거나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쳤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작년 분양시장 호황을 바탕으로 달아오른 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은 금리인상 여부, 조기대선, 부동산규제, 가계부채, 물량공급 부담 등 다양한 가격변수에 영향을 받아 올해 진정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2~3년여간 공급된 물량이 올 하반기 들어 본격적으로 입주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LTVㆍDTI 추가연장 여부 등이 결정되는 2분기가 향후 시장흐름을 가늠하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본 이가 많았다. 반면 최근 들어 지역이나 유형별로 서로 다른 흐름을 보이는 경향이 강해진 만큼 양극화가 심화하거나 혼조세를 보일 것으로 보는 이도 상당수였다.
11ㆍ3 대책 이후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 하락세가 시장 전반으로 번져 내년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는 이도 있었다. 김재익 계명대 교수는 "하락할 요인이 많은 반면 상승할 요인은 거의 없다"면서 "올해 이후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11·3대책 뒤 실수요자까지 움찔
맞춤형 지원·가계빚관리 속도조절 필요
◆분양시장 위축 불가피…"분양가 높은 수준"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축됐던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은 2014년 하반기 이후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최근 2년여간 공급과잉 논란을 일으킬 정도로 많은 물량이 시장에 나왔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연간 적정 공급량을 훨씬 웃도는 수준에서 분양이 이뤄진 만큼 전문가 모두 올해부터 분양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강남재건축 단지의 분양가와 관련해선 10명 가운데 7명 가까이가 높다고 봤다. 나머지는 적정하다고 봤으며 낮다고 본 이는 한명도 없었다. 강남재건축단지의 경우 작년 한해 분양시장을 달군 진원지로 꼽히는데 3.3㎡당 4000만원을 웃도는 가격에도 단지마다 수십, 수백대 일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공급이 워낙 적은데도 항시 수요가 있는 만큼 투기수요도 상당수 가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들어 꾸준히 이어진 재건축 관련 규제완화와 청약제도 간소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설문 응답자 절반 이상은 강남재건축이 아닌 다른 지역의 신규 아파트 분양가 역시 높은 수준인 것으로 봤다. 강남재건축이 서울과 수도권 전반의 가격을 끌어올렸다고 평가받는 가운데 신규 분양단지의 가격에도 적잖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수요 선별해 지원해야…정책효과 제한적 주장도 = 시장은 그냥 놔둬야 할까, 정책적 간섭이 더 필요할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11ㆍ3 부동산 대책 후 규제로 실수요층까지 움츠러들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일괄적인 대책보다는 선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 TF팀장은 "현재의 2배 수준인 50~60년 정도로 장기모기지론의 기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에서 주택을 구매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요인으로는 금리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점(68.4%)과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ㆍDSR 적용 등 은행문턱이 높아진 점(63.2%)을 첫손에 꼽는 이가 많았다. 불확실한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거나 집값이 떨어질 우려가 큰 점도 실수요층이 집을 사는 걸 꺼리게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구명완 엠디엠플러스 대표는 "잔금대출 규제 등이 선별적으로 수요층을 가려 적용되는 게 아니라 일괄적으로 이뤄져 전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이 어려워지는 일이 빈번해졌다"고 말했다.
방송희 주택금융공사 연구위원은 "각종 규제완화 조치가 주택시장 정상화라는 목표로 적용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분양시장에 집중된 투자수요를 억제하는 대책은 국민들로 하여금 주택정책 방향성에 혼란을 일으켰다"며 "주택시장을 투자시장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정책일관성과 객관성을 제고하기 위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정지역에 입주물량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역전세난ㆍ깡통전세 등 개별 수요자 차원의 문제를 넘어 시장 전반에 끼칠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국 차원에서 미분양주택 활용방안에 대한 검토나 공급리스크에 대응할 필요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정책모기지 등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면 세제지원을 포함한 실수요층 지원책을 강화하는 가운데 가계부채관리대책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문응답 전문가 명단(가나다 순)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TF 팀장
구명완 엠디엠플러스 대표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김연화 IBK기업은행 WM사업부 차장
김재익 계명대 도시계획과 교수
김혜현 R2코리아부동산투자자문 이사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
방송희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
이경수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사무국장
이수정 신영 부장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
조성진 대우건설 경영진단실 실장
조현욱 현대건설 마케팅팀장
채미옥 한국감정원 연구원장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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