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희의 맛따라기] 대게 살 여무는 동해 죽변항..서울 부부의 여생 도전 '오첩반상'
이택희 2016. 12. 23. 00:03
죽변은 역사가 깊다. 삼국시대에 이미 막강한 세력의 집단이 살고 있었다. 죽변으로 나를 이끈 울진 봉평리 신라비(국보 제242호)에 그런 사연이 새겨있다. 524년(법흥왕 11) 세워진 이 비석은 1988년 세상에 나왔다. 객토를 하다가 논바닥에 박힌 돌을 뽑아 개울에 버렸는데 주민이 오가다 보니 돌에 글자가 많았다. 예사 돌이 아니라고 생각해 면사무소에 신고했다. 높이 204㎝의 비석에 새겨진 글은 문헌사료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내용을 많이 담고 있어 그 해 11월 4일 국보로 지정됐다. 죽변 일대가 신라 땅이 된 뒤 중앙군이 출동해 평정할 만한 큰 사건이 있었다. 일을 해결한 뒤 모즉지매금왕(법흥왕)과 신료 13명이 어떤 조처를 하고, 점박이 소[斑牛]를 잡아 의식을 행했다. 관련자 책임을 물어 곤장 60·100대[杖六十·杖百] 등 형을 내리고 재발 않도록 지방민에게 알렸다. 이런 내용이 비석에서 판독됐다. 비석이 발견된 봉평리는 죽변 입구 마을이다.
죽변항의 겨울 해산물은 대게·대구·물곰·오징어·문어·퉁수(고무꺽정이)·물레고둥(백골뱅이)과 각종 복어·가자미 등이다. 퉁수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생선인데 동해안 주민들에게는 친숙하다. 아주 못생긴 모습이 비슷해 ‘아귀 사촌’이라 불리는데 최근 울진 바다의 명물로 떠오르고 있다. 강원도 해안에서는 ‘물망치’라 부른다. 제 이름이 ‘고무꺽정이’인 냉수성 어종이다. 울진 지역에서는 탕·찜·식해로 해 먹으며, 김장 속에도 넣는다고 한다.
│12월 17일 죽변항 어판장 이모저모
죽변항의 경매는 대게 이외 모든 어획물은 오전 5시30분부터 배 들어오는 대로 수시로 열린다. 대게는 오전 9시 무렵 시작한다. 어민과 얘기하다 보니 대게 철 죽변항에서는 대게 아닌 모든 물고기를 ‘잡어’라고 칭했다. 대구·문어·물곰·복어 등 귀한 어종도 억울하지만 잡어일 뿐이다.
▶죽변항 해산물 택배 주문: ①도매상=송이네(죽변수협 수산물직판장 23호) 054-783-0139, 010-3523-0134 ②선주 직거래=대성호 선장 부인 신민숙(50)씨 010-9363-3350, 덕성호 박강호(46) 선장 부인 김경희(47)씨 010-8855-8917.
▶간편 숙박: 2014년 주민복지센터로 개장한 '죽변해심원온천'은 최신 시설의 찜질방을 쉬는 날 없이 24시간 운영한다. 지나가는 여행 때 잠시 쉬어가기 좋다.
│해파랑길 27코스의 일부가 된 죽변등대 언덕 해안절벽 대숲 길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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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 속이 궁금해 죽변으로 이사한 서울 부부 제2 인생 도전 맛집
죽변항에서 오랜만에 만난 최영선(62)·최미자(53)씨 부부와 아들 주형(32)씨 일가족은 스쿠버 다이빙에 매료돼 인생 행로를 바꿨다. 안정된 서울 살림을 접고 바다가 좋아 죽변으로 간 지 5년째다. 남편은 수석매니저로 ‘죽변다이빙리조트’(죽변면 중앙로42)를 운영한다. 부인은 보쌈 음식점 ‘오첩반상’(죽변시외버스터미널 앞)의 주방을 책임진다. 아들은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합류해 다이빙 코치를 하면서 식당 일을 돕는다. 가족과 알게 된 건 10년쯤 전이다. 원래 서울사람이지만 처음 만난 곳은 죽변 바닷가였다.
◇ 바다 속이 궁금해 죽변으로 이사한 서울 부부 제2 인생 도전 맛집
죽변항에서 오랜만에 만난 최영선(62)·최미자(53)씨 부부와 아들 주형(32)씨 일가족은 스쿠버 다이빙에 매료돼 인생 행로를 바꿨다. 안정된 서울 살림을 접고 바다가 좋아 죽변으로 간 지 5년째다. 남편은 수석매니저로 ‘죽변다이빙리조트’(죽변면 중앙로42)를 운영한다. 부인은 보쌈 음식점 ‘오첩반상’(죽변시외버스터미널 앞)의 주방을 책임진다. 아들은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합류해 다이빙 코치를 하면서 식당 일을 돕는다. 가족과 알게 된 건 10년쯤 전이다. 원래 서울사람이지만 처음 만난 곳은 죽변 바닷가였다.
│‘오첩반상’의 2인용 보쌈정식
최영선씨는 1960년대 후반, 중학생 때 가출을 했다. 돈 좀 있는 친구 꾐에 빠져 집을 나가 3개월간 동해안을 떠돌았다. 가출 한 달만에 돈이 떨어져 죽도록 고생을 했다. 돈 벌려고 정동진 탄광에서 탄을 캤다. 품삯은 쌀로 받았다. 그때 정동진역은 사람보다는 석탄 실어가던 화물역이었다. 너무 힘들어 도둑기차로 안인역까지 도망가 울산으로 갔다. 항만공사장에서 머구리(산업·어업 잠수사. ‘개구리’의 옛말)가 수중작업을 할 때 공기 공급하는 수동펌프 돌리는 일을 했다. 품삯을 전표로 주고 월말에 현금으로 계산해줬다. 당장 돈이 필요해 미리 환전하면 남은 기일에 따라 10~30% 할인한 헐값을 감수해야 했다. 채석장에서도 일하고 고래잡이 배도 탔다. 머구리 펌프 돌릴 때 바다 밑 세계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은 화석으로 뇌리에 남았다.군대 제대 후 1980년 3월 1일부터 1990년 2월 28일까지 한시택시를 운전했다. 이틀 운행하고 하루 쉬었다. 덕분에 쉬는 날 택시 몰고 여행을 많이 했다. 1984년 결혼하고 외아들이 태어났다.
다이빙을 즐기고 일요일 오후 서울로 돌아오는 일을 거르는 일 없이 매주 했다. 태풍이 와도, 눈비가 내려도 갔다. 밤이면 별이 쏟아지는 죽변 바닷가가 한없이 좋았다. 나이 들면 여기 와서 살겠다고 일찍이 작정을 했다.나이 때문인지 잠수 때문인지 그는 난청 증세가 생겼다. 양복점에서 손님의 얘기를 섬세하게 들리지 않기 시작했다. 생각 끝에 2011년 5월 양복점을 접었다. 10개월 놀다가 부부가 죽변으로 내려갔다. 오랜 단골이던 다이빙리조트를 2012년 4월 1일 임차해 운영했다. 다이버들이 먹고 자고 다이빙을 즐기는 데 필요한 것들을 공급하는 곳이다.
리조트 식사 준비 대신 음식점을 차렸다. 지난해 7월 장소를 계약했다. 죽변항이 건너다 보이는 바닷가 언덕이다. 석 달간 준비해 10월에 개업했다. 집밥 같은 오첩반상을 메뉴로 하려고 상호도 그렇게 지었다. 오첩반상이란 밥·탕·김치·간장·찌개를 기본으로 하고 5가지 반찬(숙채, 생채, 구이나 조림, 전류, 마른반찬)을 차린 밥상을 말한다. 시장분석 해보니 바닷가 사람들이 좋아했다. 육고기를 더 얹어 보쌈정식(8000원)을 주 메뉴로 정했다. 거기에 보쌈(2만5000원/3만5000원)과 쟁반국수(1만원)를 추가했다. 서울의 보쌈 잘하는 집에서 고기 삶는 비법도 전수받았다.
대중음식점이지만 부인 최씨는 만들어진 음식을 사다 쓰는 건 스스로 용납하지 못한다. 자기 손으로 다 만들어야 만족하는 성격이다. 힘들지만 손님들이 주방으로 몸을 들이밀고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인사하면 모든 피곤이 풀리고 행복해진다고 한다.
보쌈정식에는 삶은 삼겹살(칠레산 최상급품) 8~9점에 가오리살이 들어간 무생채, 배추겉절이로 구성된 보쌈접시와 나물반찬 3가지, 양념게장, 신선 채소 샐러드, 무쌈 또는 장아찌 1종과 국이 차려진다. 국이 일품이다. 주중에는 콩나물·시래기된장국이나 황태국, 토요일에는 미역국이 나온다. 시래기·콩나물국(금요일 밤)과 미역국(토요일 낮)을 먹어봤는데 국물이 아주 구수하고 시원하다. 국만 가지고도 밥 한 그릇은 뚝딱이겠다. 미역국 비결을 물어보니 디포리·북어대가리·건새우·멸치·무·대패·마늘을 넣고 국물을 뽑아서 쓴다고 했다. 음식을 주문하면 주방에서 남녀 구성을 묻는다. 보쌈고기를 남녀 다르게 차리기 때문이다. 장사하면서 보니까 남녀 기호가 달랐다. 같은 삼겹살이라도 남자는 기름기 많은 쪽을, 여자는 적은 쪽을 찾았다. 거기까지 감안해 세심하게 상을 차린다. 이렇게 애정으로 정성을 쏟고 노력하니 음식점은 순항 중이다.
문 여는 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일요일엔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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