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세네갈에 높이 50m 동상 팔아 2700만 달러 외화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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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공동 제재 대상에 오른 평양 ‘만수대창작사’
예술가 1000여 명 북 최고 미술 단체
선전 포스터·수채화·벽화 등 창작
김일성 동상 3만5000여 개 만들어
이런 예술가 집단이 한·미의 타깃이 된 이유는 바로 만수대창작사가 만드는 대형 조형물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2321호가 “모든 회원국은 북한인이 만들었거나 북한 선박 혹은 비행기를 이용해 운반하는 대형 조형물 수입을 금지하도록 결정한다(decide)”(29항)고 규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에서 ‘decide’란 표현을 쓰는 것은 모든 회원국이 지켜야 할 의무조항임을 뜻한다.
결의 채택 당시 서맨사 파워 주유엔 미국대사는 공개 발언을 통해 “여러분이 아마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조형물 수출을 금지한 이유가 뭐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알고 보니 북한 정권은 조형물 수출을 통해 수천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이 대형 조형물을 만들어 얻는 수익은 많게는 개당 1000만~3000만 달러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2011년 12월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에만 이런 대형 조형물 10여 개를 팔아 돈을 번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만수대창작사는 4000만 달러를 받고 앙골라에 네토 문화센터를 지어줬다. 평화기념비(150만 달러)에 공원 조성(1300만 달러)도 했다. 이렇게 벌어들인 외화가 핵·미사일 개발자금으로 쓰인다는 게 유엔 안보리와 한·미 당국의 판단이다.
아프리카 비동맹국에 예술가들 파견
짐바브웨 독재자 무가베 동상 2개 등
주문받은 조형물 대부분 현지서 제작
영국 BBC 방송은 올 2월 ‘북한의 최대 수출품-대형 동상’이란 제목의 기획기사에서 “만수대창작사가 만든 동상이 아프리카 지도자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압도적인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세네갈은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상의 대가로 토지를 줬고, 북한인들은 이를 즉각 팔아 현금으로 바꿨다”고 전했다. 미 공영 라디오방송 NPR은 “세네갈이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상에 지불한 돈은 2700만 달러”라며 “당시 세네갈 국민의 반정부 시위가 한창이었는데, 압둘라예 와데 대통령의 실패 중 하나로 꼽은 게 바로 그렇게 큰돈을 주고 이런 동상을 만든 것이었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짐바브웨에는 아프리카의 최장기 집권 독재자인 로버트 무가베(92)의 동상 2개가 있다. 한 개는 10m 크기이고, 다른 하나는 이보다 작다. 역시 만수대창작사 소속 예술가들이 제작한 것으로 무가베 사후에 곧바로 세우기 위해 미리 준비한 것이다. 2014년 500만 달러에 계약하고 만들었다고 한다.
나미비아의 수도 빈트후크 외곽에 있는 독립 투쟁 영웅 기념비도 만수대창작사 작품이다. 나미비아의 초대 대통령 샘 누조마와 닮은 무명 영웅 동상으로 523만 달러짜리다. DR콩고의 수도 킨샤사 광장에 서 있는 로랑 카빌라 전 대통령의 동상 역시 2001년 만수대창작사가 만든 것이다.
김정은 체제 후 거대 동상 10여 개 수출
“아시아인처럼 만들어” 수정 거치기도
벌어들인 돈으로 대량살상무기 생산
하지만 만수대창작사가 항상 고객들을 만족시킨 것은 아니다. 세네갈의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상은 막판에 한 차례 수정을 거쳤다. 동상의 얼굴이 아프리카인이 아니라 아시아인처럼 생겨 세네갈 측이 불만을 표했기 때문이다. 천으로 신체 일부만 가리고 있는 동상의 복장을 문제 삼은 세네갈인도 많았다고 한다. NPR은 “이슬람권인 세네갈에서 성인이 부분적으로 몸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이슬람식 복식에 어긋난다고 싫어하는 이가 많았다”고 전했다.
킨샤사 광장의 로랑 카빌라 동상도 복장이 문제였다. BBC는 “로랑 카빌라는 김일성 일가가 주로 입는 옷(인민복)을 입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꼬았다.
■[S BOX] 이탈리아에 서버 둔 홈피, 미술품 246점 소개하고 팔아
「만수대창작사는 홈페이지도 운영하고 있다. 이탈리아에 서버를 둔 이 홈페이지(http://www.mansudaeartstudio.com)는 한국에서도 접속이 가능하다. “서구 고객들의 북한 미술품 구매를 위한 웹사이트”라고 홈페이지는 설명하고 있다.
홈페이지는 영문으로 돼 있다. 246점의 미술품이 소개돼 있고, 예술가 107명의 이름과 생년도 나온다. 작품 종류는 수채화·유화·판화 등이다.
‘구매 방법’ 버튼을 누르면 단계별로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홈페이지에 제시된 구매의향서 양식에 따라 이름, 주소, 전화번호, e메일, 구매를 원하는 작품명 등을 입력하는 게 첫 단계다. 구매의향서가 접수되면 해당 작품의 구매 가능 여부와 가격을 알려주는 답신이 오고, 구매자가 구매하겠다는 의사와 함께 선적에 필요한 정보를 추가로 보내면 입금 계좌번호를 받을 수 있다. 홈페이지는 “입금 완료 뒤 영업일 기준 3일 이내에 물건을 받아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홈페이지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의식한 듯 “구매 관련 모든 요청은 해외에서 만수대창작사를 대리하는 이탈리아 회사가 담당하며, 입금도 이탈리아 회사에 하는 것이다. (구매자와) 만수대창작사 및 북한과의 직접적인 의사 교환은 없다”는 설명도 붙였다. 또 “해당 거래는 이탈리아 법률에 따라 이뤄진다”고도 돼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 웹사이트를 통한 구매 의사 전달 자체가 한국 정부의 독자제재에 위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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