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부동산]④ 11·3 대책, "강남 재건축 안정" vs "열기 못 꺼뜨려"

과도한 투기 수요로 혼란에 빠진 주택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장고 끝에 빼 든 ‘칼’을 부동산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왼쪽부터 김세기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센터장,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안명숙 우리은행 WM자문센터 부장.

정부는 ‘1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경기 과천의 공공·민간택지 전매제한 기간을 소유권 이전 등기 때까지로 연장하고, 이 지역을 포함한 서울 25개 자치구와 경기 성남·하남·고양·화성 동탄2신도시·남양주, 부산 해운대·연제·동래·남·수영구, 세종시의 청약 요건을 강화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대체로 예상보다 강하다고 보고 있지만, 강남 재건축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분석이 엇갈렸다. 신규 분양 시장이 진정되면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역시 잠잠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가 빠져 이번 대책이 집값 급등 열풍을 이끈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제어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 ◆ “예상보다 대책 수위 강해…주택시장 진정될 것”

이번 대책은 신규 분양 아파트의 투기 수요를 잠재우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부동산 열기가 과열된 지역을 대상으로 분양권 매매를 제한하고, 청약조건을 강화해 실수요 위주로 시장을 재편하는데 정책이 집중된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11·3 부동산 대책의 강도가 예상보다 강해 신규 분양 아파트는 물론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열기를 가라앉히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김세기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센터장은 “신규 분양 아파트를 규제하는 정책이 나오면서 청약 시장이 위축되고, 단기 투기수요가 빠져 기존 아파트 시장도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신규 아파트 과열로 집값이 급등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이번에 나온 정책보다 더 강한 규제는 시장 전반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현재 과열을 잠재울 수 있는 수준이며, 청약시장에서 가수요를 줄이는데 적절한 정책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월 6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주공2단지 재건축을 재건축한 ‘고덕 그라시움’ 모델하우스에서 방문객들이 분양 상담을 받고 있다. 이 아파트는 1순위 청약에 3만6017명이 몰리며 2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이번에 나온 대책으로 강남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킬 수는 없지만, 과열이 지속되면 정부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하루 아침에 몇천만원씩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내년에는 주택 공급이 넘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대책은 부동산 시장을 미리 ‘연착륙’ 시키기 위해 나왔다는 의미에서 봐야 한다”고 했다. 향후 집값이 급등락할 경우 국가 경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커, 급한 불을 먼저 끄고 가는 대책이라는 설명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결론적으로 예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대책이 나온 것 같다”며 “과열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 수준이며, 특히 입주전까지 분양권 매매를 제한한다는 것이 핵심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 4구가 상당히 위축될 정도로 이번 대책이 아주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안명숙 우리은행 WM자문센터 부장도 “정부가 시장을 규제하겠다는 시그널(신호)이 계속 나오고 있는 이상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강세도 주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 “재건축 열기는 이어질 것”

반면 이번 대책 약발이 먹혀들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왼쪽부터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TF 팀장, 김재언 미래에셋대우 부동산세무팀장,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특히 최근 집값 급등을 주도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규제가 빠져 재건축 아파트 투자 열기가 지속할 것이란 얘기가 많았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TF 팀장은 “실수요자가 아닌 가수요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특히 지방 시장으로 넘어가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며 “일시적으로 투기수요들이 다른 분양시장을 찾아 헤매면서 규제가 없는 강남 재건축 시장에 몰려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재언 미래에셋대우 부동산세무팀장은 “재건축 아파트를 건드리지 않은 것은 경기 침체와 공급 과잉이 현실화할 경우 향후 부동산 시장이 망가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이미 투자 열기가 뜨거운 상황이라 쉽게 식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만약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추가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한다는 이야기가 다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공급 물량이 수요보다 워낙 적어서 상품성 자체는 유지될 것이라 본다”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재건축은 계속 호황을 이어가고, 가격 조정도 많이 안 받을 것 같다”며 “이번 대책으로 주변 강북 재건축도 분위기가 좋아질 수 있다”고 했다.

- Copyrights ⓒ 조선비즈 & Chosun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