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원 검단스마트시티 '위기', 두바이는 왜 사인못하나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인천시 약속했던 이달 내 협상도 연기…이행보증금 지급,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 협의 안돼]
20조원이 넘는 인천 '검단스마트시티' 프로젝트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인천시와 두바이가 이 사업에 약 5조원을 투자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지만 세부항목을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두바이 측은 개발 추진주체인 인천도시공사가 어떤 투자자도 받아들이기 힘들 만큼 비현실적이고 국제관례에도 어긋나는 '독소조항'을 내세우고 있다는 입장이어서 협상에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31일 두바이의 한국 측 특수목적법인 코리아스마트시티(KSC)에 따르면 최근 윤 에리카영지 KSC 대표는 최종 협상을 위해 두바이로 출국했다. 그는 지난 29일까지 귀국해 인천시와 협상을 벌일 계획이었지만 현재까지 귀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KSC 관계자는 "두바이 측이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어 귀국이 늦어지는 것으로 안다"며 "노예문서나 다름없는 계약서를 앞에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은 지난 4일 검단스마트시티 기본협약서 체결을 잠정 연기하고 이달 안에 협상을 마무리짓기로 했지만 여전히 타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토지가격 등 큰 틀에서는 합의했지만 사업을 이행하는데 필요한 부수조항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토지가격 2조6173억원 10%(2617억원)에 해당하는 이행보증금을 협약서 체결 후 2개월 이내 전액 현금 입금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두바이 측은 관행에 어긋나는 요구지만 기간을 1~2개월 늦추는 쪽으로 타협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비 선지급도 문제다. 토지매매계약 체결전까지 기반시설 공사 등에 들어가는 개발비(3500억~6000억원)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개발비 환불에 대한 조항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개발비를 냈다가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안되거나 사업이 중단될 경우에 고스란히 떼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경제자유구역 지정 실패시 이행보증금 중 1000억원을 몰취한다는 조항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KSC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스마트시티를 유치하기 위해 인천시가 두바이에게 약속한 핵심 이행사항"이라며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안되면 인천시가 사업무산을 일방적으로 선언할 수 있는 것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토로했다.
토지매매계약 전까지 500개 외국기업 유치에 대한 확실한 담보방안을 내놓고 이행하지 못할 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것도 논란이다. 두바이 측은 이들 쟁점 모두 국제관례에 어긋난다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도시공사 '안전장치' vs 두바이 '독소조항' 업계에선 과거 인천시가 추진한 외국인 투자 개발사업이 번번이 좌초되면서 사업 무산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2013년 인천 중구 용유·무의도를 문화·관광·레저 복합도시로 조성하려던 에잇시티는 총 사업비만 317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사업 추진 6년만에 무산됐다. 2007년 기본협약을 맺은 인천시는 총 13차례나 협약 기간을 연장하며 사업 의지를 밝혔지만 투자 유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해지'에 이른 경험이 있다.
2007년 영종하늘도시에 외자 유치 등을 통해 3조7500억원을 들여 조성하려던 '밀라노디자인시티' 사업도 부동산 경기 침체에 맞물리고 투자 유치에 실패하면서 외교 문제로까지 번졌다.
인천도시공사 노조는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개발 지연으로 인해 공사는 연간 1000억의 금융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등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며 "개발의 마지막 골든타임마저 놓쳐 또다시 도시공사가 재정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인천시는 더 이상 두바이 스마트시티에 미련을 두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체불명의 외국 자본에 의해 휘둘린 숱한 투자 유치 실패의 경험으로 생긴 트라우마가 이번 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사업 무산이 현실화될 경우 외교 문제나 국가신인도 하락 등 대외적 이슈와 함께 행정실패에 따른 책임론과 부동산시장 혼란 등 후폭풍이 거셀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학주 기자 hakj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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