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논의·경제이슈 집어삼킨 '블랙홀'.. "철저한 규명 통해 불확실성 줄여야"

예진수 2016. 10. 2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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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구조조정·경기 활성화 구심점 없어 '불안감' 증폭 "경기 더욱 내리막길" 지적 "우려 불식 후속조치 시급"

■최순실 게이트

현 정부 최대 권력형 비리인 최순실 씨 파문이 정국, 개헌논의, 경제 이슈 등을 블랙홀처럼 집어삼키고 있다.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에도 불구하고 비선 실세 의혹의 핵심인물인 최순실 씨의 국정개입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홍보와 연설 등의 분야에서 도움을 받다 청와대 시스템이 정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는 박 대통령의 설명과 달리 최근까지 외교·안보 분야와 인사를 비롯해 국정 운영에 깊이 개입했다는 충격적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 사태 장기화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경기가 더욱 내리막길로 접어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 구조조정과 경기 활성화를 떠맡을 구심점이 없다는 점이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하루라도 빨리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 개편, 특별 검사를 통한 진상 규명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정치권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6일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특별검사제를 공식적으로 추진하기로 확정하고, 청와대 비서실의 전면적인 개편도 거듭 촉구했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도 26일 최순실씨의 국정운영 개입 의혹과 관련, 내각 및 청와대 비서진 총사퇴 요구가 나오는 데 대해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 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 내각 총사퇴 의향을 묻는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의 질문에 "국민에게 걱정과 염려, 심려를 끼친 데 대해 대단히 송구하다"면서 "저를 비롯해 (국무위원들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내 개헌' 제안에도 헌법개정 문제가 제대로 추진될지도 불투명해졌다. 비선실세 논란을 빚는 최순실 의혹 확산으로 시간이 자꾸 흐르면 개헌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순실 게이트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지도부 차원에서 당내 개헌추진특위를 구성해 논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 사태가 국정을 뒤흔드는 상황에서 개헌에 필요한 절대적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경제다. 문제는 올해 3분기 한국 경제가 전 분기보다 0.7% 성장하는 데 그쳐 지난해 4분기부터 4분기 연속 '0%'대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추가경정예산 조기 집행을 했는데도 0%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10월 말까지 추가경정 예산 7조5000억원을 집행해 목표했던 6조8000억원보다 7000억원 초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25일 밝혔다.

정부 재정 투입과 나홀로 '부동산 경기 상승'에 의존하고 있지만, 이미 경제는 내리막길에 접어든 지 오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론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한국은행은 3분기 경기를 완만한 회복 흐름이라고 봤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와 미국이 오는 12월이나 내년초에 금리를 인상할 경우 글로벌 경제는 물론 우리 경제에도 충격파를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 투기 과열 조짐이 확산되고 있지만 미국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경기마저 흔들거릴 경우,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대로 가면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사태를 맞을 수 있다. 경제의 최대 적은 불확실성이다. 어떤 형태로든 빠른 시일 안에 최순실 의혹 관련 국정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문건 유출과 관련한 진상조사와 국민의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후속조치가 따라야 한다. 속도가 문제다." 한 경제 원로의 고언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지난해 3분기를 제외하면 8분기 연속 0%대 성장이다. 저성장 고착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청년일자리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지만, 경제활성화법과 서비스산업법 등 경제관련 입법도 뒷전으로 밀리 공산이 크다. 이미 기업 때리기 법안이 쏟아지면서 기업들은 투자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야당이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지만, 예산 심의도 심도 있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컨트롤 타워 부재로 명확한 결단과 정책 결정이 중요한 조선· 해운업 구조조정 등이 헛바퀴를 돌 경우 대외 경제 상황이 호전된다해도 우리 경제가 탄력을 받고 다시 상승세를 타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민간 경제계의 걱정이다.

예진수선임기자 jin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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