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강남 재건축 누르려하자 非강남권 들썩 '풍선 효과'
강남발 재건축 광풍을 잡기 위해 정부가 개입한다는 방침이 엉뚱한 풍선효과를 낳고 있다. 투자자들이 위험 요소를 피해 서울 목동과 강북, 수도권 등 비강남권 분양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주택 시장 침체를 우려하는 정부가 선뜻 칼을 빼들지 못하는 탓에 ‘강남불패’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한 ‘골든타임’이 이미 지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2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10월 셋째 주(17∼21일)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값은 0.10% 오르는 데 그쳤다. 전주(0.42%)보다 오름폭이 꺾였다. 특히 서초구와 강남구는 각각 0.05%, 0.02% 오르는 데 그쳤다. 송파구는 0.17% 하락하며 31주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지난 14일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강남의 부동산 과열 현상이 이어질 경우 안정책을 강구하겠다’고 발언한 이후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관망세가 완연하다.
하지만 강남의 열기는 비강남권으로 옮겨붙었다. 정부의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 목동은 아파트 값이 한 주 동안 0.67%나 뛰었다. 목동신시가지 2단지 전용면적 65㎡형은 1주일 전보다 3000만∼4000만원 올라 8억60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마포구 용강동 ‘래미안 마포 리버웰’(전용 84㎡)의 경우 1주일 새 호가가 2000만∼3000만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강동구 재건축 아파트 값도 지난 한 주 동안 0.95% 상승했다.
인천·경기 등도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지난 19일 경기도 화성 동탄 ‘더샵 레이크에듀타운’에는 1120가구 모집에 5만명 넘는 청약자가 몰렸다. 인천 ‘힐스테이트레이크 송도2차’ 역시 741가구 모집에 1만명에 달하는 청약자가 찾아와 북새통을 이뤘다. 비강남권은 투기과열지구 지정 가능성도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다는 인식이 높다.
소문만으로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입을 닫고 있다.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규제책을 발표한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부가 눈치를 보고 있는 사이 이미 부동산 시장 과열 해소는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 4구의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공급 물량은 지난해 1만3139가구, 올해는 1만8951가구였다. 반면 내년 공급 예정 물량은 3454가구에 불과하다. 정부가 검토 중인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 연장이나 청약 1순위 자격 강화 등의 경우 관련 시행령을 개정하는 데 최소 1∼2개월이 필요하다. 결국 한창 심할 때인 지금이 아니라 오히려 열기가 식었을 때 정책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내년 이후 전국적인 공급 과잉이 우려되면서 함부로 규제에 나섰다가 주택 시장 침체의 역풍을 부르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다.
오락가락하는 정책이 부동산 시장의 내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 정부는 집권 초기 빚 내서 집 사라고 하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자 다시 규제로 돌아섰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김대중정부 이후 정권 초반에는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세웠다 규제를 반복하는 기조가 이어져 시장의 내성을 키웠다”며 “이번에도 강남불패는 여전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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