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 수천만원 떨어지는데, 13만명 몰리고..부동산 시장 대혼란
국토부, 부동산 대책 질문에 애매한 답변 일관
강남 재건축 수천만원↓…부산엔 13만명 청약
문제는 저금리…양극화에 임시대책 역풍 우려
"정권 레임덕 가속화…총대 메는 공무원 없어"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정부가 일부 지역의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한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사이 부동산 시장에선 호가가 수천만원 떨어지는가 하면, 또 다른 한편에선 10만명 이상이 청약에 나서는 등 혼란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3일 "부동산 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단계적·선별적인 시장 안정시책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면서도 "대책 발표여부 및 발표시기는 정해진 바 없으며 관리지역 또는 투기우려지역 등의 새로운 형태의 규제는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다.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암시한 건 강호인 국토부 장관이다. 강 장관은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 "강남 재건축 등을 중심의 단기 급등, 아파트 청약시장의 이상과열 등 국지적 과열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과열 현상이 이어지면 단계적·선별적 시장 안정책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후 정부는 일관된 답변만 내놓고 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장을 모니터링해서 대책을 강구하는 건 늘 우리가 해온 것"이라며 "원론적인 얘기를 하신 것"이라고 부연했다. 강 장관 발언 이후 주택 정책 당국자들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한국주택협회의 건의에 대해서도 "참고하겠다"는 짧게 답했다.
시장에선 정부 대책 발표 시기와 내용에 대한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강남3구에 대한 투기과열지구 지정, 분양권 전매 제한 강화, 아파트 1순위 청약 자격 강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로 인해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호가는 수천만원 하락하는 등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를 보고 다양한 해석들이 나온다. 우선 강남 재건축 등 일부 지역으로 돈이 몰리고는 있지만 지방은 침체된 양극화 상황에서 대책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부동산이 경제를 떠받치는 상황에서 자칫 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시장의 한 전문가는 "문제는 저금리 장기화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이라며 "금리를 올리지 않는 한 어떤 대책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임시방편에 불과한 전매제한 강화 등의 대책을 내놨다 시장이 혼란에 빠질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도 고민일 것"이라고 전했다.
현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정치적인 문제도 거론된다. 또 다른 전문가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마저 침체되면 여당이 선거를 치르기 힘들기 때문에 청와대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이라며 "미르재단 등 레임덕이 가속화하는 정부를 위해 총대를 멜 공무원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망설이는 사이 사실상 부동산 규제가 없는 지역은 더욱 들썩이고 있다. 부산 '아시아드 코오롱하늘채'는 지난 21일 446가구를(특별공급 제외) 모집하는 청약에 13만2407명이 접수하며 평균 296.8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분양한 단지 중 세 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부산은 청약이나 전매제한 규제가 거의 없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정책에 관여하는 정부부처의 1급 이상 고위관료 2명 중 1명은 강남3구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가 나오자 네티즌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댓글에서 "한국에서 강남에 불리한 정책은 절대 안 나온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고양이한테 생선 맡긴 꼴"이라고 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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