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책 입다문 국토부의 진짜 이유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남 등 재건축단지 중심의 단기 급등, 아파트 청약시장의 이상과열 등 국지적 과열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 과열 현상이 이어지면 단계적·선별적 시장 안정책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했다.
강 장관의 발언이 나온 지 열흘이 다 됐다. 하지만 국토부는 아직 꿈쩍도 안한다. 장관뿐 아니다. 주택 정책 라인도 입에 자물쇠를 걸었다.
그 사이 언론에서는 줄기차게 부동산 대책 추측 보도가 쏟아진다.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대한 투기과열지구 지정, 분양권 전매 제한 강화, 아파트 1순위 청약 자격 강화 등 각종 대책이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온다.
하지만 그 때마다 국토부 대답은 늘어진 녹음테이프처럼 똑 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한다. 국토부의 해명 자료는 토씨 하나 고치지 않고 매번 똑같다.
내용은 이렇다.
“정부는 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단계적, 선별적인 시장 안정시책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나,
이 외에 대책의 추진여부, 시기 및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진 바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23일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일부 언론에서 정부가 이르면 이달 말이나 늦어도 다음달 초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국토부는 즉각 해명자료를 냈다. 내용은 읽어볼 필요도 없었다.
이날 기자와 통화한 국토부 고위 관계자도 “당초 입장이랑 똑같다”고 말했다.
“지금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판단이 안 끝났다. 계속 들여다봐야 한다”고만 했다.
이 같은 국토부의 ‘모르쇠’ 행보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결국 두가지로 모아진다.
하나는 국토부로서는 적절한 대응 수단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 과열은 사상 초유의 저금리에서 촉발된 만큼 처방도 ‘과잉 유동성 대응’에서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전문가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분양권 전매 강화 같은 대책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결국 유동성이 문제”라며 “만약 규제를 잔뜩 내놨는데 효과가 없으면 오히려 역효과만 날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대책을 내놓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다른 해석도 제기된다. 이른바 ‘레임덕’과 ‘복지부동’이다. 어차피 내년 대선(大選)까지 1년 여 남은 상황에서 리스크를 짊어질 정책을 펼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최근 정국 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부동산 정책 결정자들이 섣불리 스탠스를 결정하기 힘든 배경으로 분석된다.
한 전문가는 “공무원들 사이에 굳이 우리가 먼저 나서서 총대를 매야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면서 “정말 대책이 필요하다면 정치인들이 나서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정부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비난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왜 바로 전매 규제 안하는거? 빠져나갈 시간 공개적으로 주는 것이냐”, “실입주자들은 투기꾼들에게 P주고 사야 하는 X같은 현실”, “정부 정책 오락가락~간보기 대책~차기 정부에서 청문회 열어야” 등 정부를 성토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투기 수요는 확실하게 잡으면서 실수요자 피해는 최대한 줄여서 전체 주택시장을 죽이지 않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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