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품은 아이들 ④] "내 아이는 불사조랍니다"
“의사 선생님들이 우리 재혁이는 불사조래요. 10시간이든 20시간이든 아무리 힘든 수술을 하고 상태가 안 좋아지더라도 기적처럼 다시 일어나니까요.”
13일 경기도 용인의 한 재활병원에서 만난 조정란(48)씨는 잠시 날갯짓을 멈추고 쉬는 듯 잠들어 있는 아들 이재혁(8)군을 애틋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나이 마흔에 꿈같이 첫 아이를 임신했지만 그 기쁨이 절망으로 바뀌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임신 12주차에 찾은 산부인과에서 조씨는 “태아가 선천성 대동맥협착증을 앓고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어야 했다. 몸 전체에 혈액을 공급해줘야 하는 가장 큰 혈관이 좁아져 심장에 무리를 주고 증상이 심해질 경우 심부전증으로 사망할 수 있는 질환이다.
주변에선 “이 정도 상태라면 태어나도 가망이 없다” “가정이 파탄날 수 있으니 지금이라도 아이를 지워라” 등 가혹한 말들이 쏟아졌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어머니는 강했다. 조씨는 “무슨 일이 닥치더라도 내 눈 앞에서 이별의 순간이 올 때까지 키워낼 것”이라고 공언하며 재혁이를 출산했다.
“처음 마주한 재혁이 모습이 그렇게 천사 같을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생후 한 달 반 동안은 눈을 못 뜨더라고요. 꽉 쥐고 있던 주먹은 돌이 지나서야 펴졌죠. 나중에 생각해보니 우리 재혁이가 엄마한테 ‘나도 살아보려고 이렇게 애쓰고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어서 그랬나 싶더라고요.(눈물)”
태어난 지 나흘 만에 수술대에 오른 재혁이는 12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아야 했다. 수술 도중 심장이 멈추는 일도 수차례. 가슴을 열고 닫아야 하는 대수술을 세 번 더 받고 나서야 재혁이는 두 번째 생일을 맞이할 수 있었다.
수술 후 수개월간의 중환자실 생활 끝에 집으로 돌아온 재혁이와 엄마에겐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도를 넓혀주는 수술 때문에 구멍이 난 재혁이의 목 안에 가래가 뭉쳐 무호흡증에 이은 심장 정지가 온 것이다. 부랴부랴 병원으로 향했지만 산소 부족으로 뇌가 손상되면서 재혁이는 성치 않은 몸에 뇌병변장애 하나를 더 얹어야 했다. 이후 복합질환이 생겨 14차례 더 수술대를 오르내린 재혁이의 몸은 찢어진 옷을 기우고 또 기워낸 듯 수술자국과 흉터가 가득했다.
연이은 악재는 건강과 함께 소중한 가족들도 앗아갔다. 조씨는 “재혁이가 마지막으로 아빠 얼굴을 본 지 4년 정도 됐다”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결혼 전 사업을 하며 두둑하게 채워뒀던 통장은 크고 작은 수술과 비급여항목이 대다수인 치료가 이어지면서 어느새 마이너스 통장으로 변했다.
모든 것을 잃어간다는 깊은 절망에 빠졌을 때 재혁이와 엄마를 일으켜 준 것은 바로 신앙이었다. 조씨는 평생 불교 신자로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친한 언니의 소개로 오산 광성교회(장창수 목사)에 나가게 되고 간절하게 기도할 때마다 상태가 호전되는 재혁이의 모습을 보면서 엄마의 신앙은 단단해졌다.
“기도하고 나면 다음 날 재혁이가 제 얘기에 대답하듯 눈을 깜빡이고, 또 어느 날엔 전에 없던 미소를 보여주는 모습에 깜짝 놀랐어요. 매주 재혁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교회에 가는데 전 피곤해서 가끔 졸기도 하는데도 재혁이는 예배만 시작하면 가래 끓는 소리도 없이 예배에 집중을 해요. 아마 재혁이에겐 일주일 중 제일 기다려지는 시간이겠죠.(웃음)”
매일 저녁 성경책을 읽어주며 재혁이를 꿈나라로 인도한다는 어머니 조씨는 운동치료를 앞둔 아들의 손을 잡은 채 조용히 눈을 감았다.
“사랑의 하나님. 우리 재혁이와 항상 동행해주세요. 독수리가 날개 치며 올라가듯 불사조 같은 우리 재혁이에게 힘과 용기를 더해 주세요.”
용인=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일시후원: KEB하나은행 303-890014-95604(예금주: 밀알복지재단)
△정기후원 및 후원문의: 1899-4774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뉴스 미란다 원칙] 취재원과 독자에게는 국민일보에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와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고충처리인(gochung@kmib.co.kr)/전화:02-781-9711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갑 조심!' 분당 대형 교회 도둑 주의보
- 에릭남 같은 교회오빠와 연애시 장·단점은?
- 소망교회 출석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내년 12월 대선' 주제로 북콘서트
- [영상] '꼬마 천재 지휘자' 탄생? 성가대 열정적 지휘
- '클래식계 아이돌' 유엔젤보이스 팬들, 국적도 연령대도 다양하네~
- 셀린 송 감독 “‘기생충’ 덕분에 한국적 영화 전세계에 받아들여져”
- “태아 살리는 일은 모두의 몫, 생명 존중 문화부터”
- ‘2024 설 가정예배’ 키워드는 ‘믿음의 가정과 감사’
- 내년 의대 정원 2천명 늘린다…27년 만에 이뤄진 증원
- “엄마, 설은 혼자 쇠세요”… 해외여행 100만명 우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