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품은 아이들 ④] "내 아이는 불사조랍니다"

용인=최기영 기자 2016. 10. 18.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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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대동맥협착증 앓는 재혁이
조정란씨가 지난 13일 경기도 용인의 한 재활병원에서 누워있는 아들 이재혁군의 손을 잡고 기도하고 있다. 왼쪽 작은 사진은 재혁이의 생후 10개월 당시 모습. 밀알복지재단, 조정란씨 제공

“의사 선생님들이 우리 재혁이는 불사조래요. 10시간이든 20시간이든 아무리 힘든 수술을 하고 상태가 안 좋아지더라도 기적처럼 다시 일어나니까요.”

13일 경기도 용인의 한 재활병원에서 만난 조정란(48)씨는 잠시 날갯짓을 멈추고 쉬는 듯 잠들어 있는 아들 이재혁(8)군을 애틋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나이 마흔에 꿈같이 첫 아이를 임신했지만 그 기쁨이 절망으로 바뀌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임신 12주차에 찾은 산부인과에서 조씨는 “태아가 선천성 대동맥협착증을 앓고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어야 했다. 몸 전체에 혈액을 공급해줘야 하는 가장 큰 혈관이 좁아져 심장에 무리를 주고 증상이 심해질 경우 심부전증으로 사망할 수 있는 질환이다.

주변에선 “이 정도 상태라면 태어나도 가망이 없다” “가정이 파탄날 수 있으니 지금이라도 아이를 지워라” 등 가혹한 말들이 쏟아졌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어머니는 강했다. 조씨는 “무슨 일이 닥치더라도 내 눈 앞에서 이별의 순간이 올 때까지 키워낼 것”이라고 공언하며 재혁이를 출산했다.

“처음 마주한 재혁이 모습이 그렇게 천사 같을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생후 한 달 반 동안은 눈을 못 뜨더라고요. 꽉 쥐고 있던 주먹은 돌이 지나서야 펴졌죠. 나중에 생각해보니 우리 재혁이가 엄마한테 ‘나도 살아보려고 이렇게 애쓰고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어서 그랬나 싶더라고요.(눈물)”

태어난 지 나흘 만에 수술대에 오른 재혁이는 12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아야 했다. 수술 도중 심장이 멈추는 일도 수차례. 가슴을 열고 닫아야 하는 대수술을 세 번 더 받고 나서야 재혁이는 두 번째 생일을 맞이할 수 있었다.

수술 후 수개월간의 중환자실 생활 끝에 집으로 돌아온 재혁이와 엄마에겐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도를 넓혀주는 수술 때문에 구멍이 난 재혁이의 목 안에 가래가 뭉쳐 무호흡증에 이은 심장 정지가 온 것이다. 부랴부랴 병원으로 향했지만 산소 부족으로 뇌가 손상되면서 재혁이는 성치 않은 몸에 뇌병변장애 하나를 더 얹어야 했다. 이후 복합질환이 생겨 14차례 더 수술대를 오르내린 재혁이의 몸은 찢어진 옷을 기우고 또 기워낸 듯 수술자국과 흉터가 가득했다.

연이은 악재는 건강과 함께 소중한 가족들도 앗아갔다. 조씨는 “재혁이가 마지막으로 아빠 얼굴을 본 지 4년 정도 됐다”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결혼 전 사업을 하며 두둑하게 채워뒀던 통장은 크고 작은 수술과 비급여항목이 대다수인 치료가 이어지면서 어느새 마이너스 통장으로 변했다.

모든 것을 잃어간다는 깊은 절망에 빠졌을 때 재혁이와 엄마를 일으켜 준 것은 바로 신앙이었다. 조씨는 평생 불교 신자로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친한 언니의 소개로 오산 광성교회(장창수 목사)에 나가게 되고 간절하게 기도할 때마다 상태가 호전되는 재혁이의 모습을 보면서 엄마의 신앙은 단단해졌다.

“기도하고 나면 다음 날 재혁이가 제 얘기에 대답하듯 눈을 깜빡이고, 또 어느 날엔 전에 없던 미소를 보여주는 모습에 깜짝 놀랐어요. 매주 재혁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교회에 가는데 전 피곤해서 가끔 졸기도 하는데도 재혁이는 예배만 시작하면 가래 끓는 소리도 없이 예배에 집중을 해요. 아마 재혁이에겐 일주일 중 제일 기다려지는 시간이겠죠.(웃음)”

매일 저녁 성경책을 읽어주며 재혁이를 꿈나라로 인도한다는 어머니 조씨는 운동치료를 앞둔 아들의 손을 잡은 채 조용히 눈을 감았다.

“사랑의 하나님. 우리 재혁이와 항상 동행해주세요. 독수리가 날개 치며 올라가듯 불사조 같은 우리 재혁이에게 힘과 용기를 더해 주세요.”

용인=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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