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부동산 '과열' 맞긴 맞는데 대책이.."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 초래할수도…실수요자 피해 최소화하는 정책 조율 필요]
부동산 시장이 국지적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이를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수요억제 카드를 내놓기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섣불리 나섰다가 부동산 시장 전체 온도를 끌어내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건설·부동산이 떠받치고 있는 국내 경기까지 곤두박질 칠 수 있다는 위기감도 팽배하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17일 강남 재건축 시장 과열을 잡기 위한 정부의 대책 검토와 관련해 "당장은 아니더라도 '과열' 위험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에 준비를 해야 할 상황인 것은 맞다"고 동감했다.
김 선임 연구위원은 다만 "그대로 놔두면 위험하고 확산될 여지도 있는 건 맞지만 시점은 조율할 필요가 있다"며 "당장은 강남을 규제하면 풍선효과로 불똥이 다른 데로 튀는 등 부작용으로 주거불안이 더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저금리로 갈 곳을 잃은 시중자금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강남 재건축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강남을 짓누르면 열기가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강남 이외 다른 지역까지 묶어 규제하자니 자칫하다 부동산 시장 침체의 사이클을 정부가 앞당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강남 재건축만 타깃으로 선별해 맞춤형 정책을 쓰기에 마땅한 현실적 대안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황규완 대신증권 연구원도 "대안이 마땅치 않고 시점도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황 연구원은 "강남 재건축에 돈이 몰리는 건 그나마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이 나오는 수단이기 때문인데 정부가 규제 카드를 꺼내면 오히려 강남 바깥이 심리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투자자 입장에선 정부가 규제로 옭아맬수록 똑똑한 한, 두 곳에 투자하게 되고 결국은 또 강남 재건축으로 귀결돼 결국엔 효과보단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며 "가뜩이나 내년 이후 부동산 경기 전망이 좋지 않은데 정부가 나서서 긁어 부스럼 만드는 꼴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시장이 경색되면 내수경기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무리하게 규제하기 보다는 지켜보면서 외부 환경 변화를 눈여겨보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유 교수는 "미국의 금리인상 등 거시경제 변수가 많고 내년으로 접어들면서 국지적 과열 양상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다"며 "효과보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정책을 섣불리 펴기 보다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열' 진단에는 대부분 공감하지만 떠밀리듯 설익은 처방전을 내놓기엔 시장이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 전반의 연착륙을 위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특히 부동산 대책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감축 대책과 상충되지 않도록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임병준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을 줄여 가계대출을 잡겠다는 건데 이 과정에서 주택 실수요자들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주거안정을 위해 주택가격을 잡겠다는 정책도 실제 효과가 있을지, 누구를 위해 하는 것인지를 잘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희은 기자 gorg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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