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과열'이라는데..'뇌관' 못 건드리는 정부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신현우 기자, 세종=정혜윤 기자] ['나홀로 호황' 건설경기 위축되면 경제타격 불보듯…대선 1년여 앞둔 정치권 상황도 부담 ]
'거품론'까지 불거진 부동산시장을 놓고 정부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장 곳곳에서 이상 과열 징후가 발견되고 있지만 섣불리 선제대응에 나섰다가 침체 일로인 경제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집값, 전세값 급등에도 대출 억제를 통한 간접규제 카드만 몇 차례 꺼냈을 뿐 '예의 주시'만 하고 있다. 특히 최근 시장의 과열 조짐을 '제한적' '국지적'인 현상으로 인식하고 있어 일각에서 제기됐던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의 직접적인 규제대책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17일 "서울 일부 지역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가격이 많이 상승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게 부동산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느냐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차관보의 말은 부동산대책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의 시장 인식과 맥락을 같이 한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남 등 재건축단지 중심의 단기 급등, 아파트 청약시장의 이상과열 등 국지적 과열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방 아파트 값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고 공급과잉 논란, 그에 따른 집값 하락과 건설경기 침체 등 경제상황 전반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다만 "과열현상이 계속 이어질 경우 단계적·선별적인 시장 안정시책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강 장관의 발언이 수도권 전매제한 강화,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수요 억제대책으로 이어질 것으로 확대 해석되자 국토부는 적극 부인하며 진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국토부 주택정책 고위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시장이 조정되는 분위기로 들어섰다"며 "미분양 물량이 늘고 있고 공급량도 적지 않은 만큼 시장 추이를 더 지켜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의 이 같은 시각은 3분기째 0%대 성장에 머물고 있는 우리 경제를 부동산경기가 '나 홀로 호황'으로 떠받쳐왔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조선·해운업종이 침체의 늪에 빠진 데 이어 최근에는 삼성전자, 현대차로 대표되는 전자, 자동차 업종까지 위기를 맞고 있는 마당에 건설업종마저 어려워질 경우 우리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건설투자가 내수 전반의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다"면서 "하반기 경기개선 추세가 미약하지만 지난해 이후 주택분양이 크게 확대됐고 최근에는 토목부문도 개선되는 등 내수를 떠받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 설비투자, 수출, 산업생산 등 모든 지표가 안 좋은 상황에서 건설 경기마저 하락하면 내년 성장률은 1%대로 곤두박질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차기 대통령선거가 1년여 밖에 남지 않은 앞둔 정치권의 상황도 부동산 정책 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역대 어느 정부도 임기말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변화는 원치 않았다.
과열지역이 정상화되고 급등락이 없는 상황이 가장 이상적인 시장 구도인데 주택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양상이 이어질 경우 주택시장 연착륙을 위한 제한적 카드가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전매제한 강화 등의 강력한 조치가 시작되면 심리적인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가 하락할 경우 가계부채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는 만큼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동욱 기자 sdw70@mt.co.kr, 신현우 기자 hwshin@mt.co.kr, 세종=정혜윤 기자 hyeyoon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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