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층 vs 50층..키높이 갈등 커지는 서울 재건축
‘35층이냐, 50층이냐’
당장 압구정 일대에선 호가(부르는 값)가 며칠 새 5000만원 떨어진 급매물이 나온다. 인근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재건축 기대감에 거둬들인 매물을 다시 내놓는 등 집주인의 실망감이 크다”고 말했다. 최고 50층 안팎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던 대치동 은마, 잠실동 주공5단지 등도 불안해하긴 마찬가지다, 은마아파트의 한 주민은 “50층이 공론화됐었는데 층수가 반 토막나면 사업 자체가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업계획을 변경하는 곳도 잇따랐다. 서초구 신반포3차와 반포주공1단지는 당초 45층으로 재건축을 계획했지만 층수를 30층대로 낮췄다. 용산구 한남뉴타운 5구역도 최고 50층으로 짓는 사업계획을 접었다.
서울시는 한강 조망권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균형 잡힌 스카이라인을 유도한다는 취지에서 층수 제한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진석 서울시 도시계획과장은 “도시경관을 보호하고 조망권 사유화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합들은 과도한 층수 제한이 주민 재산권과 자율성을 침해하고 획일적인 아파트를 양산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서초구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용적률이 정해진 상태에서 층수를 제한하면 그만큼 아파트를 옆으로 늘려 지어야 하고, 비슷한 높이로 병풍처럼 설계하게 돼 주변 경관을 해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창환 서울시 종합계획팀장은 “35층 이내에서도 얼마든지 차별화된 디자인을 갖춘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든 서울지역 아파트를 35층으로 묶는 건 아니다. 근거도 있다. 한강변 관리기본계획을 보면 여의도나 잠실, 용산 등 일부 도심에 상가 등 복합건물이 들어서는 경우엔 50층 이상 초고층이 허용된다. 그러나 조합들은 “어디까지나 원칙적으로 가능한 것일 뿐”이라며 “판단 잣대가 유동적이라 서울시 심의를 통과한다는 보장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도시계획 마련에 참여한 임희지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2013년 당시 한강변 재건축 단지인 잠실 리센츠와 엘스 등이 33~34층인 점을 토대로 공론화 과정을 거쳐 35층을 기준으로 삼았다”며 “한강 등 서울 경관이 시민 모두가 누려야 할 공공재라는 인식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조합들이 초고층으로 올리려는 주된 이유는 초과이익을 얻기 위한 목적이 크다”며 “일정 부분 층수를 제한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도시계획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지역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층수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며 “도시계획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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