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저녁예배·금요기도회가 '개신교 韓流'?

신상목 기자 2016. 10. 1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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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초대 한국교회사/옥성득 지음/새물결플러스
1886년 12월 31일 제야기도회(송구영신예배)에 모인 초기 선교사들로 알렌 선교사가 촬영했다. 앞줄 왼쪽부터 앨러즈, 언더우드, 앨리스 아펜젤러, 알렌 부인. 뒷줄은 헤론 부부, 아펜젤러 부부, 스크랜턴 부부와 모친 메리 스크랜턴. 새물결플러스 제공
1888년 말 첫 수요기도회가 열린 정동장로교회와 첫 예배실인 언더우드의 사랑채(오른쪽).

“지금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보이는 것은 고집스럽게 얼룩진 어둠뿐입니다. 어둠과 가난과 인습에 묶여있는 조선 사람뿐입니다.”

언더우드 선교사의 기도로 알려진 기도문 일부다. 130여년 전 ‘미전도종족’이었던 조선의 현실을 이보다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묘사도 없다. 많은 이들은 그의 기도문을 읽으며 하나님께 감사하고 선교사들을 칭송한다. 하지만 놀라지 말자. 이 기도문은 언더우드가 쓴 것이 아니다. 정연희의 장편소설, ‘양화진’에 나오는 글이다.

이뿐 아니다. 감리교 첫 내한 선교사는 매클레이 목사라는 주장, 수요저녁예배와 금요기도회는 1907년 대부흥의 산물이었다는 얘기, 새벽기도회는 불교 사찰의 새벽예불이나 정화수를 떠 놓고 빌던 무속신앙에서 빌려왔다는 주장 등은 당연시돼 왔다. 정말 맞는 이야기일까.

책은 미국 UCLA 옥성득 교수가 검증 없이 떠도는 역사 이야기 중 대표적 사례를 모아 직접 ‘팩트 체크’를 거친 결과물이다. 저자는 관련 사건이나 증언에 대한 1차 자료를 발굴 제시했고, 이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1차 자료를 제시하며 왜곡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책은 논문 형식 대신 길거리의 잡초를 걷어내듯 쉽게 설명했다. 저자는 사안에 따라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우선 저자가 밝히는 새벽기도회 유래는 이렇다. 초기 한국교회의 새벽기도회는 도성(都城)의 파루(罷漏), 즉 통행금지 해제와 함께 33번의 종을 치던 상황과 관련 있다. 기독교인들은 이 시간에 맞춰 일어나 교회로 와서 기도를 드렸다. 구체적으로는 평양 장대현교회 길선주 목사와 그의 동료들이 개종 이전에 자신들이 평소 수행했던 선도(민간도교) 습관인 새벽기도와 통성기도, 철야기도를 사경회에 한시적으로 도입한 것이 효시다. 매일 기도회로 정착한 것은 1920년대 후반부터 30년대 초반부터다.

수요저녁예배와 금요기도회 등은 초기 한국교회에서 자발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올 초 한 언론에서 이를 ‘개신교 한류’라 치켜세우면서 더 굳어졌다. 하지만 수요예배나 금요기도회는 한국교회의 발명품이 아니라 18세기 이후 영국과 미국 등 이미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던 공적 모임을 우리 형편에 맞게 적용한 것이다.

매년 12월 31일 밤 드리는 송구영신예배는 어디서 기원할까. 책에 따르면 언더우드와 아펜젤러에서 유래했다. 두 선교사는 한국에 도착한 해인 1885년 12월 31일, 연합으로 제야기도회를 드렸다. 이들은 함께 철야기도회에 모여 마태복음 28장에 등장하는 대위임 명령을 기억하며 이듬해엔 한 명의 개종자를 달라는 기도를 드렸다. 원래 제야예배는 모라비아파 교회가 12월 31일 밤 드렸던 철야기도예배가 효시이며 이를 18세기 존 웨슬리가 받아들임으로써 영국 감리교회의 제야예배(watch night service) 예전으로 정착됐다. 예배는 미국 감리교회를 거쳐 1880 년대 내한 선교사를 통해 소개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저자는 오늘날 송구영신예배에서 조심할 부분도 언급했는데 새길 만하다. 자신의 죄를 적은 종이를 태우는 방식은 무교의 굿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 때문에 1890년대 초기 개신교 소책자엔 기도할 때 향촉을 쓰거나 소지(燒紙)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또 하나는 소위 ‘말씀 뽑기’다. 이는 무당이나 점쟁이의 점괘 방법을 차용한 것이다.

책은 민감한 논쟁점에도 과감하게 접근한다. 최근 학자들 사이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토마스 선교사의 죽음과 순교의 문제를 비롯해 남대문교회의 설립 시기, 첫 내한 선교사 여부, 장로교회의 첫 찬송가 논쟁, 선배 사학자인 백낙준과 민경배의 사관 비판 등이다. 교권 경쟁장으로 변한 장로교회를 향한 대안 제시 부분은 교회사가로서의 애정이 구구절절 묻어난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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