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지어놓고 보자?.. 외면받는 교통오지 행복주택

2016. 10. 5.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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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위주 정책에 우려 목소리
[동아일보]
 “이렇게 외진 곳에 왜 행복주택을 짓는지 모르겠네요. 그거 전철역 가까운 곳에 짓는 거 아니었어요?”

 4일 만난 경기 화성시 비봉면 H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의아하다는 듯 기자에게 되물었다. 정부는 이곳에 대학생,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을 위한 행복주택 450채를 지을 예정이다. 그는 “가장 가까운 대학도 차로 1시간 이상 떨어져 있어 학생들이 오려 하지 않는다”며 “인근에 공단이 있긴 하지만 이미 주변에 도시형생활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이 많다”고 전했다.

 정부가 청년층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한 행복주택 중 상당수가 청년 수요와 무관한 지역에 지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이 편리하고 직장, 학교와 가까운 곳에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는 당초 정책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교통 낙후지역’에 들어서는 청년용 행복주택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현아 새누리당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시행하는 행복주택 사업 후보지 166곳(10만1052채)을 전수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사업 후보지의 절반에 달하는 83곳(5만1923채)은 반경 2km 이내에 지하철역이나 기차역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5곳(1만4543채)은 반경 5km에서도 기차 등을 이용하기 어려운 곳에 위치했다.

 청년층이 거의 없는 시골 지역에 행복주택이 들어서기도 한다. LH 행복주택 사업 후보지 중 약 40%(57곳, 4만2004채)는 도시 외곽 택지개발예정지구에 속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정부 지원을 받아 직접 시행하는 행복주택 사업지 중에는 강원 영월, 경남 의령, 충북 보은, 경남 함양 등 젊은층 인구가 유출되는 군 단위 지역도 포함돼 있다.

 당초 행복주택은 대도시 외곽이나 지하철역에서 먼 곳에 지어지던 기존 공공 임대주택과 달리 지하철역 주변 등 도심 역세권에 공급돼 큰 호응을 얻었다. 실제로 올해 분양한 서울 가좌역 행복주택의 경우 평균 청약경쟁률이 48 대 1에 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공급물량이 확대되면서 청년들의 수요가 많지 않은 곳에서도 공급이 이뤄지는 ‘미스매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 목표 달성에만 치중해 물량 위주 공급

 심지어 정부가 공급 과잉으로 미분양 우려가 있다고 지정한 지역에서도 행복주택이 대량 공급되고 있다. 7월부터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선정된 경기 고양시에는 앞으로 약 8000채의 행복주택이 공급된다.

 이 밖에 경기 평택시(3934채) 남양주시(2210채) 시흥시(1816채), 인천 중구(1440채), 충남 아산시(2454채), 경남 김해시(1130채) 등 미분양 관리지역에도 행복주택 약 2만5000채가 공급될 예정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미분양에 행복주택 물량까지 더해지면 비슷한 규모의 소형 아파트와 오피스텔 임대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정부가 2017년까지 15만 채를 공급하겠다는 목표 달성에만 치중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아 의원은 “양적 확대만 추구하기보다는 도심 내 다가구나 연립주택 등을 매입해 임대하는 매입임대방식 등 실수요에 맞춘 소규모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대도시 도심 내에서만 가용부지를 확보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2013년 말부터 대상지를 확대하고 있다”며 “최대한 청년층의 수요에 맞는 대상지를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가인 comedy9@donga.com·화성=강성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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