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OECD, 법인세 인하 대세지만.. '부자 증세' 강화
올해 세법 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법인세 인상 논란이 불붙고 있다. 여야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를 근거로 법인세 인상과 인상 반대 입장을 펴고 있다. OECD 회원국 추세는 여당과 정부의 말대로 법인세 인하가 대세다. 그러나 그만큼 금융·부동산 등 자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자산에 대한 과세가 약한 우리 입장에서는 대기업을 타깃으로 한 법인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OECD 추세는 법인세 인하
2일 OECD 한국대표부(대사 윤종원)가 내놓은 ‘OECD 국가 조세동향과 세제개편’에 따르면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대부분 회원국이 법인세 인하를 자제했지만 최근 다시 인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해 일본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5%에서 23.9%로 내렸고, 스페인 역시 30%에서 28%로 인하했다. 이밖에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법인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법인세를 내리지 않더라도 미국과 오스트리아는 기업의 연구개발 활동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등의 간접적인 인하 방안을 내놨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22.0%로 OECD 평균(23.2%)보다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OECD 회원국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무역 경쟁국인 싱가포르(17%)나 홍콩(16.5%)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법인세율이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다.
인하 이면엔 자산과세 강화
OECD 대표부는 지난해 주요 회원국 세제개편 방향을 보면 근로자 조세부담 비율이 하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 등 9개국은 개인소득세율을 인하했고, 독일 미국 등 12개국은 인적공제 및 세액공제를 확대 적용했다.
그러나 이에 대응해 금융소득 및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는 강화되는 추세다. 벨기에와 북유럽 국가들은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과 단기 보유 주식의 양도소득에 대한 세율을 인상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자산 과세 비중이 낮은 편이다. OECD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산세 비중이 1.7%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1.4%에 불과하다. 세 부담도 크지 않다. 일례로 2007년 내국세 중 양도소득세 비중은 8.5%에 달했지만 점차 떨어져 2014년에는 4.6%에 불과했다. 이를 두고 세정당국 관계자는 “30평대 아파트를 보유한 것과 배기량 2000㏄ 차량 보유 세금이 비슷한 이상한 나라”라고 말했다.
또 자산 불평등은 소득보다 크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소득상위 10%가 차지하는 자산소득 비중은 97.4%에 이른다. 부동산·금융 등 자산의 대부분은 상위 10% 부자의 몫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소득자의 세금 탈루 현상은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무조사를 받은 고소득 자영업자의 소득적출률은 43%로 집계됐다. 100만원을 벌면 57만원만 신고한 뒤 나머지 43만원은 빼돌린 셈이다.
세법전쟁, 이제 시작
야당은 세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를 앞두고 법인세 인상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과표 500억원 초과 법인의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올리는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지난 4년간 중소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15% 넘게 증가했는데 대기업은 고작 0.57%밖에 늘지 않은 현실에서 대기업의 세 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취지다. 국민의당도 최근 과표 200억원 초과 구간 법인세율을 22%에서 24%로 올리는 방안을 마련했다.
여당과 정부는 법인세 인상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상황이 우호적이진 않다. 세법 개정안에 대해 상임위 차원에서 여야가 합의를 보지 못하면 낭패를 볼 공산이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해 예산안과 함께 자동으로 본회의에 상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14년 새누리당은 야당이 반대한 담뱃세 인상안을 이런 방법으로 예산부수법안으로 포함시켜 통과시킨 적이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달 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세법 공청회를 여는 등 법인세 인상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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