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만 짓던 건설사, 유통업 경계를 넘다

김성민 기자 2016. 9. 28.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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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형 부동산 인기 끌자 상가 분양 안하고 직접 운영.. 상권 활성화·고급화 노려

우미건설은 다음 달 경기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하는 300여실 규모 복합 상업 시설 '레이크 꼬모(lake COMO)' 점포를 일반에 분양하지 않고 직접 운영하기로 했다. 65%는 직영이고 나머지 35%는 분양한 뒤 이를 자회사가 임대해 운영하는 '마스터 리스(master lease)' 방식이다. 우미건설 담당자는 "건설사가 직접 상가를 운영해 상권을 활성화하고 고급화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호반건설이 경기 판교와 광교에서 운영하는 '아브뉴프랑'도 마찬가지. 호반건설은 2013년 판교에 직영 형태 아브뉴프랑을 열어 임대 수익과 판매 수수료로 재미를 봤고, 작년 광교신도시에도 130개 브랜드가 입점한 연면적 8만945㎡ 규모 '아브뉴프랑 광교점'을 열었다.

최근 1%대로 사상 최저 금리가 이어지면서 수익형 부동산으로 관심이 몰리자 건설사들은 그동안 100% 일반 분양하던 상가를 직접 운영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박희윤 모리빌딩도시기획 한국지사장은 "건설사들이 건물을 짓고 분양·판매하는 2차 산업을 넘어 이를 관리·운영·유통하는 3차 산업까지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가 먹튀'에서 '책임 운영'으로

사실 그동안 건설사들은 아파트나 오피스텔 상가를 지으면 운영이나 상권 창출에는 관심 없이 최대한 잘게 쪼갠 뒤 팔아 이익을 남기는 데만 골몰했다. 그런데 최근 신도시 주요 입지에 들어서는 주상복합 상가나 단지 내 상가들은 양상이 바뀌면서 건설사들이 직접 운영을 맡아 업체를 선정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올해 GS건설이 울산 남구 스트리트형 테라스 상가 '더 테라스 가든'을 100% 직접 운영하고 있다. 1~4층을 각각 다른 테마로 구성하고, 본사 상업시설PM팀이 전체 구성과 마케팅을 돕고 있다. 대림산업도 작년 경기도 용인시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 단지 내 상가 '한숲 애비뉴'를 직영하기로 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상가를 직접 운영하는 건 상권을 활성화해 부가가치를 높인 다음 분양으로 전환하는 게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상가가 활성화되면 함께 있는 주거단지도 가치가 올라간다. 작년 광교신도시에 입주했던 주상복합단지 '써밋플레이스광교'와 '광교푸르지오월드마크'는 신분당선 광교중앙역에 나란히 붙어 있지만, '아브뉴프랑'이 있는 써밋플레이스(전용면적 107㎡) 매매가격은 7억2500만원으로 월드마크(전용 106㎡)보다 1250만원 더 비쌌다. GS건설 상업시설PM팀 관계자는 "상가는 단지의 얼굴"이라며 "건설사가 상가 전체 콘셉트를 잡고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인기 업체를 입점시켜 관리하면 상가뿐만 아니라 아파트값도 동반 상승한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건설사들이 아파트 상가를 지은 뒤 분양하지 않고 직접 운영까지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단순 분양보다 상권 활성화 및 상가 고급화 측면에서 유리할 뿐 아니라 공실률도 낮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위 사진은 호반건설이 2013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판교 아브뉴프랑 상가. 아래 사진은 GS건설이 운영하는 울산 더테라스 가든 상가. /호반건설·GS건설

◇건설사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올라

저금리 시대 건설사들의 자금 운용 방식이 변화하는 것도 한 이유다. 예전엔 상가 전체를 분양해 목돈을 회수하고 PF(프로젝트파이낸싱) 비용 등을 지불했지만, 이제는 저금리이기 때문에 직접 상가를 운영해 임대료를 받는 게 자금 운용상 낫다고 판단한 건설사가 많아졌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더 대표는 "자금력 있는 건설사들이 분양 대신 5~6년 상가를 직접 운영해 임대 수익을 챙기며 자산 가치를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손지호 네오밸류(시행사) 대표는 "상가 운영 노하우도 없고, 인적·자금적 부담 때문에 분양에만 집중했던 건설사들이 이제는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면서 "건설사들이 단순 시공이 아니라 자체 사업을 추진하는 디벨로퍼처럼 변신하면서 직영 상가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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