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이냐, 난로냐..깊어지는 이주열 고민
한 해 전인 2002년에만 해도 7%에 달했던 경제성장률은 2003년 들어 현저한 둔화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그 해 경제성장률은 2%대로 곤두박질쳤다. 당시 한은은 경기 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당시 기준으로는 낮은 금리 수준을 유지했지만 기업들은 좀처럼 투자에 나서지 않았고 경기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저금리 덕택에 시중에 풀린 돈은 부동산 시장으로 속속 유입됐다. 집값은 뛰었고 부동산 시장은 과열 양상을 보였다. 결국 그 해 10월 29일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기본이 됐던 10·29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물론 25일 발표된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을 10·29 대책과 비교하기는 민망하다. 종합부동산세 도입,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등 부동산업계에서는 생각만 해도 아찔한 초강수들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그때와 유사하다. 경기 회복을 위해 한은은 지난 6월 기준금리를 1.25%까지 낮췄지만 경제성장률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 대신 주택담보대출을 필두로 한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위험수위에까지 도달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가계대출이다. 정부의 여신가이드라인 등 정책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7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6조3000억원으로 올 들어 가장 많았다. 또 은행권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2금융권 가계대출이 증가하는 풍선효과도 발생하고 있다. 2분기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10조4000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여기서 금리를 더 낮추면 가계대출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계속 유입돼 거품이 더 커질 수 있다. 미국이 본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서고, 부동산 시장 거품이 꺼지면 가계대출을 받은 가계는 큰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경기 회복은 요원해진다.
25일 발표된 가계부채 대책이 효과를 발휘한다면 다행이지만 벌써부터 대책의 강도가 약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에어컨이냐, 난로냐. 이 총재의 고민은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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