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있어요" 요양보호사 합격이 행복한 이주여성들
[오마이뉴스송하성 기자]
▲ 왼쪽부터 이선아, 장효료, 왕시아 씨 |
ⓒ 송하성 |
이젠 서포터즈로 봉사까지 하는 이들이 최근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들은 올해 160시간의 이론, 실기 교육과 80시간의 현장실습과정을 모두 마치고 지난 7월 시험에 응시해 당당히 합격했다.
내국인 합격률이 87%로 떨어지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한국어가 완전치 않은 이민자가 합격한 것은 대단한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0일 오전 김포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이들을 만났다.
- 요양보호사 시험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
왕시아 : "요양보호사는 한국생활에 도움이 많이 되는 자격증이다. 시아버지가 4년 동안 침대에 누워 계시다 작년에 돌아가셨다. 그때 요양보호사가 와서 시아버지를 돌봤다. 가족도 돕고 일자리도 얻을 수 있는 직업이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공부하는 자격증 중에 요양보호사가 제일 좋은 것 같다."
이선아 : "요양보호사는 실생활에 도움이 많이 된다. 시어머니가 길에서 넘어지셔서 깁스를 하고 요양원에 계셨는데 이제 그런 일이 발생하면 내가 도와드릴 수 있다. 이주민들은 언어문제 때문에 취업이 쉽지 않은데 이 자격증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 공부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장효료 : "요양보호사 공부가 의사, 간호사 공부와 똑같다(웃음).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아서 늘 중국어 사전을 옆에 두고 보며 공부했다. 한국인들은 몇일 수업에 빠질 수도 있지만 우리는 하루라도 빠지면 진도를 따라갈 수 없다. 그래서 결석하지 않고 열심히 했다. 주말 빼고 매일 공부했다. 이주민 13명과 내국인 23명 등 모두 36명이 수업을 들었고 그 중에서 이주민은 10명이 합격했다."
왕시아 : "현장실습 때 요양원에 가서 어르신들을 직접 만났는데 누워 계신 모습이 너무 불쌍했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젊었을 때 능력이 있건 없건 부자였든 아니든 늙어서 아프면 다 똑같은 것 같다. 시간이 되면 요양원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
장효료 : "요양원에 가서 처음에 치매 어르신을 보고 어떻게 도와드려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어르신들을 만나니 역시 마음이 아팠다. 어르신들이 사투리를 쓰는 경우가 많아 알아듣기가 어려웠고 이가 빠지면 또 발음이 새니까 알아듣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아예 말씀을 못하는 분들도 많았다."
-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어떤 도움이 될 것 같나?
왕시아 : "어린 아이가 있어서 당장 취업을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자신감이 생겼다. 늙더라도 건강하기만 하면 요양보호사로 일 할 수 있다. 큰 돈은 아니지만 아이들 눈치 안보고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능력 있는 사람이 됐다는 자부심이 생겼다."
장효료 : "요즘 한국사람들 취직하기도 얼마나 어렵나. 다문화가족은 남편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가 많다. 남편이 은퇴하면 아내가 나가서 돈 벌어야 하지 않나. 친구들 보면 공장에 가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당장 취업할 계획은 없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든든하다."
이선아 : "그동안 노인복지관 등에서 틈틈이 봉사활동을 해왔다. 김포에는 노인 관련 기관이 많고 한국사회가 고령화되고 있어서 요양보호사는 매우 장래성이 있는 직업이다. 당분간 요양보호사로 파트타임 알바를 할 생각이다. 취업은 2~3달 뒤에 할까 계획 중이다."
- 센터에서 많은 공부를 했는데 어떤 도움이 됐나?
왕시아 : "한국어를 하지 못하면 아이 교육에 가장 큰 문제가 된다. 센터에서 집으로 방문해 자녀교육, 부모교육을 해준 것이 특히 큰 도움이 됐다. 아이들 언어교육도 감사하다.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해도 복잡한 표현은 내가 가르칠 수 없는데 그런 부분을 센터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잘 지도해 주셨다."
이선아 : "컴퓨터를 배워서 자격증을 땄다. 취업을 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컴퓨터 교육이 이주여성 취업의 기본이다."
장효료 : "검정고시 공부를 통해 한국역사를 배웠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질문을 해도 답할 수 있어 기쁘다."
-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장효료 : "시험에 합격하고 격려의 말을 많이 들었다. '우리도 힘든데 다문화가족이 어떻게 자격증을 땄는지 놀랐다'고 하더라. 뿌듯했다. 한국생활에 큰 욕심은 없다. 가족 모두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바란다. 한국 엄마들처럼 아이들 키우며 살면 좋겠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 그러면 제일 행복한 일일 것이다."
왕시아 : "한국에서는 여성이 취업하는 것이 불리하다. 우선 남녀 급여 차이가 많이 난다. 중국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월급을 비슷하게 받는다. 또 중국에서는 친정 부모님과 시부모님이 자녀 양육을 많이 도와주신다. 며느리도 젊었을 때 나가서 돈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자가 집에서 아이나 키우지 밖에 나가서 일한다'고 안 좋아한다."
이선아 : "최종적으로는 한국어를 열심히 배워서 중국어 강사가 되고 싶다. 그동안 여러 가지 공부를 했기 때문에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러면 한국 사람들에게 중국어를 더 잘 가르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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