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가 염영석 "붓을 쥐어주신 이유는 글씨로 복음 전하라는 것"

글·사진=조경이 기자 2016. 8. 1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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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18m70cm×세로 2m66cm 26폭 '로마서 병풍' 완성한 서예가 염영석
서예가 염영석이 로마서 1장부터 16장까지 담은 ‘로마서 병풍’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의 한 자 한 자에는 기도가 깔렸다.

26폭, 가로 18m70㎝, 세로 2m66㎝. 전시관 한쪽 벽면을 꽉 채운 ‘로마서 병풍’은 웅장했다. 서예가 진곡 염영석(53·파주 주안장로교회)이 한글판본체로 완성한 성경말씀으로 채운 병풍이다. 로마서 1장부터 16장까지 말씀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서울시 종로구 서울시립경희궁미술관에서 동양서예협회 주최로 ‘대상작가초대전’이 7월 26일부터 8일 1일까지 열렸다. 전시회 관람자들은 로마서 병풍 앞에서 기도하거나 매료됐다. 크리스천은 기도했고, 일반 관객은 감탄했다.

‘로마서 병풍’에 담긴 글자는 1만8537자. 글을 쓰는 데 3개월이 소요됐다. 표구를 하는 가격만 2700만원. 하루에 3∼4시간씩 자며 방대한 작업을 소화하느라 몸무게가 4㎏이 빠지는 등 체력적으로도 힘든 과정이었다. 전시회 마지막 날 만난 염영석은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하나님) 아버지는 위대하시다”고 고백했다.

“은혜도 컸지만 고통스럽기도 했어요. 밤에 잠을 자도, 새벽에 글을 쓰고 낮에 잠시 산에 오를 때도 로마서 말씀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어요. 말씀과 함께 산 3개월이었습니다.”

그가 작업 당시의 사진을 보여줬다. 소매가 거추장스럽지 않게 흰색 민소매 상의를 입고 오로지 종이와 붓, 먹과 함께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성경책. 혼신의 힘을 다해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작업실의 뜨거운 공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고 했다.

그는 성경말씀을 쓰는 신실한 서예가로 유명하다. 성경 말씀으로 써내려간 한국지도와 세계지도를 5년 전 완성했다. 이번엔 병풍. 병풍으로 써야겠다는 결심은 스승인 성곡 임현기(동양서예협회장) 선생의 영향이 컸다. 스승이 8년 전 ‘관동별곡’ 대작 병풍을 썼다. 이를 보고 성경말씀으로 병풍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많은 말씀 중 로마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로마서는 그의 삶을 뒤흔든 말씀이었다. 젊은 시절 주먹을 쓰고 돈을 탐하며 욕망을 쫓던 그가 일생을 하나님께 바쳐야겠다고 회심하게 된 계기였다. “이제는 나타내신바 되었으며 영원하신 하나님의 명을 따라 선지자들의 글로 말미암아 모든 민족이 믿어 순종하게 하시려고 알게 하신 바 그 신비의 계시를 따라 된 것이니 이 복음으로 너희를 능히 견고하게 하실.”(롬 16:26)

그는 “10년 전 이 말씀을 우연히 적다가 죄성 가득한 내 인생을 절절히 회개하게 됐다”며 “하나님이 오른손을 여태껏 붙여주신 이유는 말씀으로 글을 써서 복음을 전하라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붓을 잡은 지 23년, 회심한 지 10년 만에 ‘로마서 병풍’을 완성한 것이다.

표구비용 등 금전적으로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지만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었다. 병풍을 작업하던 중 한국지도 몇 점이 팔렸다. “경제적으로 힘들었는데 로마서를 쓰기로 결단하니 하나님이 표구값을 정확히 채워주셨어요.”

지인들의 뜨거운 중보기도도 있었다. 파주 주안장로교회 김태호 목사와 의정부 예화장로교회 노병란 목사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하나님의 복음이 글에 순결하게 담겨지기를 아침저녁으로 기도해주셨습니다.”

전시회를 마치고 잠시 숨을 돌릴 법도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다음 작품 구상으로 분주했다. ‘마태복음’을 쓸 예정이다. “로마서 병풍을 통해 알았잖아요. 결단하고 믿음대로 행하면 하나님이 이뤄주신다는 것을. 마태복음 1장부터 28장까지 대략 4만자, 42m 정도 예상됩니다.”

그는 남은 수명이 다할 때까지 말씀을 쓰겠다고 했다. 오른손을 감싸며 “이 팔만 성하면, 믿지 않는 분들에게 성경말씀 한 자라도 더 써서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글·사진=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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